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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Mar 10. 2022

당신이 쓴 편지는 마치 한 사람에게 보내는 소설 같았다

<그녀>_유일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

그녀

깊은 생각에 빠진 얼굴을 하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무언가를 고심하는 듯하던 테오도르는 이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누군가에게 보낼 편지를 읽어낸다. 의뢰인을 대신해 편지를 써주는 대필 작가로 일하고 있는 테오도르는 비록 의뢰인에게 받은 정보를 통해 가상의 편지를 쓰고 있지만 매번 진심을 다해 편지를 작성한다. 정말 자신의 소중한 사람에게 보낸다는 마음으로. 따뜻한 진심을 담아 글을 쓰는 테오도르의 일과는 다르게 그의 일상은 공허하고 외롭다. 아내와 별거하고 텅 빈 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 그가 유일하게 하는 것이라고는 가상의 공간 속을 돌아다니며 게임을 하는 것뿐이다.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던 테오도르는 우연히 인공지능 운영체제의 광고를 보게 되고 호기심으로 구매하게 된 프로그램에서 사만다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으로 시작된 사만다와의 대화는 서로에 대한 사사로운 이야기를 나누게 되며 예상보다 더 크고 깊게 사만다에게 빠져들게 된다.

 


다른 사람의 편지를 써주는 대필 작가로 일하고 있는 ‘테오도르’는 타인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아내와 별거 중인 채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이해해주는 ‘사만다’로 인해 조금씩 상처를 회복하고 행복을 되찾기
시작한 ‘테오도르’는 어느새 점점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편지를 쓰기 전 테오도르는 항상 가만히 시간을 갖는다. 마치 누군가를 떠올리려는 듯. 잠시 동안의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차근히 편지를 읊기 시작한다. 그가 의뢰를 받는 사람들은 아주 다양한다. 단발성으로 낭만적인 편지를 보내기 위해 신청한 사람도 있고 어렸을 때부터 아주 오랫동안 의뢰를 이어온 사람도 있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누군가의 삶을 내내 기억하고 있는 그는 그들의 작은 습관과 특징도 놓치지 않는다. 처음 의뢰를 받았을 때 보내줬던 사진에서 발견한 삐뚤한 치아나 어느새 훌쩍 커버린 누군가의 성장의 역사를 잊지 않고 편지 속에 빼곡히 녹여낸다. 마치 정말 그들과 일상을 나눈 것처럼. 혹은 자신이 누군가와 나누었던 역사를 그들의 편지 속에 쏟아내기도 한다. 언제나 마음속에만 담아둔 채 전하지 못했던 마음들을.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 사만다와 테오도르는 연인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생김새도 없고 실제 하는 몸도 필요 없이 오로지 진심을 담은 마음 하나만으로도 그들의 관계는 꽤나 굳건해 보인다. 어느 날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비밀스러운 소식 하나를 전해준다. 그동안 테오도르가 의뢰를 통해 지어냈던 편지를 출판사에 보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책으로 만들게 되었다는 소식을 말이다. 얼떨떨한 그는 사만다가 읽어주는 출판사의 메일을 상기된 얼굴로 듣는다. 메일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당신이 쓴 편지는 마치 하나의 소설 같았다. 사만다는 자신이 편지를 읽고 정리해서 보낸 덕분이라며 너스레를 떨고 테오도르는 사만다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기뻐한다. 시간이 흐르고 사만다와 멀어지게 된 테오도르는 사만다 덕분에 출판하게 된 책을 선물 받게 된다. 착잡한 표정으로 책을 펼쳐보던 그는 비로소 그 책에 담겨 있는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진심을 알게 된다. 사실 이 모든 편지는 한 사람에게 향해 있었다는 사실을.



얼마 전 M과 외로움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M는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이 외로움이 사라질 거라고 말했다. 누군가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문득 떠오르는 이 외로움이 당장에 사라질 것 같다고. 나는 M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누군가와 같이 있어도 외로워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지 않나. 사실 깊게 연결되어 있는 줄 알았던 누군가와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경험하게 되는 순간. 내가 그 사람에게 유일한 사람일 거라 확신했지만 사실을 모두 내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그 순간만큼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 뭐든 생각이 많은 것이 탈이다, 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나는 누군가가 옆에 있어도 이 외로움은 평생 간직한 채 살아야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누가 옆에 있다면 좋겠지만 정말 마음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이 정도의 외로움을 감수하며 살겠다고. 다행히도 혼자 몫의 외로움은 간신히 감당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서 오는 외로움까지 감당하기에는 나는 나약한 마음을 가졌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만다에게 유일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테오도르는 절망한다. 둘이서 만들었던 추억과 역사를 떠올리며 괴로워하던 테오도르는 멍하니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는 메일함을 열어 이제는 옛 연인이 된 캐서린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대필 작가로 일하며 내내 떠올렸던 그 사람에게. 비겁하게 회피하기만 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을 눌러 담아 캐서린에게 편지를 보낸다. 유일한 사람이 되어주지 못했던 자신과 그 속에서 혼자 외로워했을 캐서린 역시 떠올리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캐서린에게 편지를 보낸 테오도르는 어두운 밤 화려한 불빛을 내뿜고 있는 도시의 전경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어 보인다. 오프닝에서 지었던 미소와는 조금 다른 표정으로. 사만다와의 사랑을 통해 그는 조금 성장했을까. 어쩌면 이제 누군가를 잘 보내줄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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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3살 두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삶을 담아낸 시나리오집입니다. 빨리 어른이 되기를 꿈꾸면서도 변화하는 자신의 몸에 당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평생 함께 할 거라 자신했던 친구와의 관계는 해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합니다. 언젠가 헤어질 거라 생각했던, 서로를 몹시도 싫어하는 줄만 알았던 부모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랑과 믿음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보여주기도 합니다. 너무도 가까워서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낸 시나리오입니다. 독립출판으로 만들어낸 책이기에 독립 책방과 제가 직접 보내드리는 구매 신청 폼에서만 책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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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하지 못했던 말을 꾹꾹 눌러 담아냈습니다.

부디 독자님들께 마음이 가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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