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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Mar 15. 2022

우린 그 기억으로 어른이 되어가고 있겠지

<남색대문>_ 눈을 감아도 너를 그릴 수 있어.

남색대문

고등학교를 다닐 때 등하교를 책임졌던 자전거 한 대가 있다. 인터넷을 설치하면 무료로 주는 회색으로 이루어진 투박한 자전거였는데 나는 그 자전거를 꽤나 맘에 들어했다. 누가 봐도 공짜로 받은 티가 나는 소위 여고생이 쓸만한 자전거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투박함에 끌렸다. 휘청휘청 어설프게 타기 시작하는 일학년을 지나 제법 능숙하게 탈 수 있는 이삼 학년이 되면서 함께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하는 친구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집 방향이 달라도 모두 비슷한 시간대에 학교에 도착해 자전거를 주차하고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것이 하루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모두 교복 치마 안에 체육복 바지를 입고 운동장을 돌아다니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아주 큰 재미였다. 아무리 배워도 자전거가 서툴렀던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는 언제나 내 자전거 뒷자리 단골 고객이었다. 집 방향도 같았던 그 친구는 수업이 끝나 하교를 할 때면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가와 함께 집에 가자고 말하곤 했다. 내 옷자락을 잡고 자전거를 탔던 그 친구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났을까. 그때의 우리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나고 싶어 했을까.



단짝 친구 ‘위에전’에게 사랑을 느끼는 ‘커로우’ 같은 학교 남학생 ‘시하오’를 짝사랑하는 ‘위에전’
그리고 ‘커로우’의 비밀을 알지만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시하오’

“이 여름이 지나고 나면, 내 마음이 선명해질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에 어쩔 줄 몰랐던 열일곱 가슴 아린 짝사랑과 설레는 첫사랑 사이에서
한 여름의 성장통을 지나는 세 청춘의 이야기


영화는 눈을 감고 있는 커로우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눈을 감은 채 어른이 된 모습을 그려보기로 한 두 사람은 제법 상상을 더해 커로우의 미래를 그려보는 위에전과는 다르게 커로우는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도무지 위에전의 미래를 그려내지 못한다. 그저 컴컴한 어둠만이 보이는 커로우는 미래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할 뿐이다. 친구와 장난을 치고 있는 시하오를 곁을 서성거리던 위에전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커로우에게 고백한다. 꽤나 오랫동안 시하오를 좋아했다고 고백하는 위에전은 작은 상자 안에 몰래 간직해온 시하오의 물건을 보여주며 시하오와 친해질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한다. 위에전의 진심을 알게 된 커로우는 어느 날 밤 학교 수영장에서 몰래 수영을 하고 있는 시하오를 구경하러 간다. 괜스레 시하오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장난을 치던 커로우는 위에전을 도와주기 위해 직접 시하오에게 다가가 위에전을 대신해 마음을 고백해준다. 하지만 커로우의 고백을 오해한 시하오는 조금씩 커로우에게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쨍한 여름빛이 가득한 도로 위에 커로우와 시하오는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탄다. 처음에는 그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무작정 따라가기 시작하고 어느 날은 오해가 쌓여 도망치듯 페달을 밟고 어느 날은 보다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애를 쓰며 뒤따라가기도 한다. 또 어느 날은 오랫동안 간직했던 마음을 전해주기 위해 자전거 뒷자리에 위에전을 태우고 내달리기도 한다. 분명 너와 같은 마음일 거라고 여러 차례 다독여주면서. 내내 커로우의 마음을 오해하고 있던 시하오 앞에 위에전이 나타나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마음을 수줍게 고백한다. 하지만 이미 시하오의 마음은 커로우에게 한참 기울어져버린 뒤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커로우가 원망스러운 시하오는 커로우를 찾아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시하오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던 커로우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시하오에게만 조용히 털어놓는다.



잠시  순간이 영원할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지금  눈앞에 펼쳐 있는 현실이 너무도 찬란해서 시간이 아주 더듬더듬 흐르고 있다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이마에 흐르던 땀이 바람을 가르며 시원한 기운을 내뿜을 .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총명한 기분이 스며들어올 .  옷깃을 잡고 뒤에서 재잘거리고 있는 목소리가 들릴 . 음악을 틀어놓고 방방 뛰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릴 . 자전거 벨을 누르자 차랑- 소리가 명쾌하게 들릴 . 이유 없이 앞다투어 내달리기 시작할 . 흙바람을 만들며 운동장을 거닐 .  모든 순간을 그리워하게  거라는  직감하게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을 정말 영영 붙잡아두고 싶어 진다.


위에전에 대한 커로우의 마음도, 커로우에 대한 시하오의 마음도 서로에게 모두 고백한  사람은 자전거를 세워두고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공원 벤치에 앉는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 늦여름의 빛을 내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시하오는 말한다. 여름이 벌써  지나가는데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분명 우리에게 무언가가 남아있겠지. 그것들이 우리를 어른으로 성장시켜줄 거야. 혼잣말하듯 담담하게 말하는 시하오를 보던 커로우는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워왔냐며 짓궂은 장난을 친다. 그리고 셔츠를 흩날리며 자전거를 타고 있는 시하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인다. 여전히 눈을 감으면  미래는 보이지 않아. 하지만 너의 미래는 선명하게 그려낼  있어. 한 계절이 지나는 동안 자신알지 못하는 새에 커로우는 한껏 자라나고 있었다. 무더웠던 여름과 선선한 가을, 손이 몹시도 찼던 겨울을 지나 다시 찬란한 봄을 맞이할 동안  등을 바라보며 자전거를 탔던  아이는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우리들의 대화. 하지만 그때 나누었던 온기만은 또렷이 남아 있는 무수한 장면들. 우리는  기억을 천천히 곱씹으며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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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유튜브 <사월상영작>






단편 시나리오집 <하지 못한 말이 있어> 구매 안내

1997년, 13살 두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삶을 담아낸 시나리오집입니다. 빨리 어른이 되기를 꿈꾸면서도 변화하는 자신의 몸에 당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평생 함께 할 거라 자신했던 친구와의 관계는 해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합니다. 언젠가 헤어질 거라 생각했던, 서로를 몹시도 싫어하는 줄만 알았던 부모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랑과 믿음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보여주기도 합니다. 너무도 가까워서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낸 시나리오입니다. 독립출판으로 만들어낸 책이기에 독립 책방과 제가 직접 보내드리는 구매 신청 폼에서만 책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책 판형 : 120mm X 165mm

페이지수 : 120p

양식 : 시나리오

제본 : 무선제본

가격 : 9500원

줄거리 : 연희는 혜선과 함께 교환일기를 쓰기로 한다.


판매처 안내


<온라인과 오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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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커북스토어(전북) - 스토어 바로가기

올오어낫싱(독산동) - 스토어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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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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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북스 (잠실)  

후란서가 (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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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하지 못했던 말을 꾹꾹 눌러 담아냈습니다.

부디 독자님들께 마음이 가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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