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이프릴 Apr 28. 2021

4. 래플즈

안녕하세요, 글 쓰는 호텔리어 에이프릴입니다.


지난 편에서는 아코르 호텔 그룹의 대표 럭셔리 브랜드인 소피텔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이번 편에서는 같은 아코르 호텔 그룹에서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 세그먼트에 해당하는 래플즈 (Raffles)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래플즈 (Raffles)

싱가포르의 국가기념물이자 래플즈 제1호 호텔인 ‘래플즈 싱가포르’의 모습 / 포토 크레디트 @ Raffles Singapore

래플즈는 1887년 래플즈 1호 호텔인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100년이 넘은 1990년대 후반부터 해외로 진출을 시작하는데요, 하나둘씩 프로퍼티를 늘려나가면서 2001년에는 스위스 출신의 스위소텔 (Swissotel) 브랜드를 인수하였지만 스위소텔 브랜드와 함께 2006년 페어몬트(Fairmont) 그룹으로 조인하게 되면서 FRHI (Fairmont Raffles Hotels International) 그룹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지난 2016년에 또다시 FRHI 그룹이 아코르로 인수됩니다. 몇 번의 이사를 다녔지만 래플즈 브랜드는 항상 최상의 럭셔리 세그먼트를 유지하는데요, 물론 아코르 호텔 그룹에서도 최상위 카테고리를 이끌어가게 됩니다. 래플즈는 아코르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잘 유지하며 지켜나가고 있는데요, 특히 래플즈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와 각각의 프로퍼티가 속해있는 지역 문화와의 융합을 통해 스토리텔링과 함께 장소감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개성을 각각의 프로퍼티에서 느낄 수 있답니다.

세계적인 대문호들이 즐겨 찾던 래플즈 싱가포르의 ‘라이터스 바’, 2019년 리노베이션을 통해 모던하게 바뀌었다. / 포토 크레디트 @ Raffles Singapore

래플즈의 롱 바(Long Bar)나 라이터스 바(Writers Bar)와 같은 역사적인 호텔의 아웃렛은 래플즈의 영광과 성공을 함께 해 왔는데요, 특히나 ‘동양의 신비’라는 극찬을 받으며 래플즈 호텔 (특히 래플즈 싱가포르)의 F&B레베뉴를 단단히 책임지고 있는 오리지널 싱가포르 슬링 칵테일 한 잔에 담겨있는 명성은 칵테일 한 잔만으로도 웬만한 랜드마크와 맞먹는 수입을 창출하는 관광사업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가 됩니다.


이로 인해 많은 도시와 호텔 브랜드에서 싱가포르 슬링과 같은 칵테일을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켜보고자 하고 있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세인트 리지스 호텔의 블러드 메리 칵테일도 유명하지만 원조 의혹이 남아있고, 싱가포르 슬링만큼의 성공은 아직 달성하지 못한 것 같네요)


호텔보다 더 유명한 래플즈의 롱 바 그리고 함께 주목할만한 또 다른 래플즈의 프로퍼티들과 바에 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래플즈 싱가포르 (Raffles Singapore) 그리고 롱 바 (Long Bar)

래플즈 싱가포르의 옛 모습,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은 외관

No visit to Singapore is complete without a visit to Raffles Singapore’라는 말이 있을 만큼 래플즈 싱가포르는 싱가포르의 상징적인 호텔이자 관광명소이기도 합니다. 1887년 객실 10개의 작은 호텔로 개관하였지만 지속적인 중축과 최상의 서비스를 통해 싱가포르 최고의 호텔의 자리에 올랐으며 개관 후 100년이 되던 1987년에는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국가 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하였습니다.


호텔의 이름은 싱가포르의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마스 제퍼슨 빙글리 래플즈’의 성인 ‘래플즈’에서 따 온 것이랍니다. ‘래플즈’라는 단어는 싱가포르 사회에서 최상류의 브랜드의 대명사로도 쓰이기도 하는데요, 호텔뿐만 아니라 학교, 병원, 쇼핑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싱가포르에서 ‘래플즈’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곳이라면 믿을 수 있는 서비스와 시설을 제공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바의 길이가 12미터에 달하는 래플즈 싱가포르의 롱 바 / 포토 크레디트 @ Raffles Singapore

래플즈 싱가포르를 이야기하면서 빠질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싱가포르 항공의 기내 안에서조차 서빙되고 있는 싱가포르의 국가대표 칵테일 ‘싱가포르 슬링’과 이 칵테일의 탄생지인 ‘롱 바(Long Bar)’인데요, 1915년 래플즈 싱가포르 롱 바의 바텐더 ‘니암 통 분 (Nhiam Tong Boon)’에 의해 만들어진 진(Gin) 베이스 칵테일로 발명 당시에는 ‘진 슬링’으로 불렸습니다.

2015년에는 싱가포르 슬링 탄생 100년을 기념하면서 싱가포르 슬링 전용으로 사용될 비스포크 진을 런던 출신의 ‘십스미스(Sipsmith)’와 함께 협업하여 만들기 했는데요, 십스미스의 설립자가 래플즈 경의 자손이기도 하다니 또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기대되는 래플즈 싱가포르 다운 선택입니다.


또한 싱가포르 슬링 칵테일 전용 잔도 자체 제작하여 호텔 안에서 싱가포르 슬링을 시키는 경우 모두 이 전용 잔을 이용해 서빙됩니다. 이는 호텔의 기념품 숍에서도 판매하고 있기도 합니다.

십스미스의 래플즈 1915 진

싱가포르 슬링이 워낙 유명한 칵테일인지라 싱가포르의 어느 레스토랑이나 바를 가더라도 쉽게 그리고 더 싸게 맛볼 수 있습니다. 롱 바의 경우 한 잔에 3만 원이 넘는 부담스러운 금액과 긴 웨이팅이라는 장애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장소에서 탄생 배경과 분위기를 함께 음미하며 오리지널 싱가포르 슬링을 맛보고자 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쉽사리 멈추지 않게 할 싱가포르의 영원한 국가대표 칵테일입니다.




2) 캄보디아의  래플즈 그리고 엘리펀트  (Elephant Bar)


래플즈 호텔 르 로열 (좌)과 래플즈 그랜드 드 앙코르(우)의 모습, 두 호텔의 외관이 매우 흡사하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위치한 ‘르 로열 (Le Royal, 1929년 오픈)’과 앙코르와트의 도시 씨엠립에 위치한 ‘그랜드 호텔 드 앙코르 (Grand Hotel d’Angkor, 1932년 오픈)’는 싱가포르에만 머물러 있던 래플즈를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한 호텔입니다. 두 호텔 모두 1997년 래플즈의 이름표를 달게 되었는데요, 두 곳 모두 거의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만큼 상징적인 옛 이름을 그대로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두 호텔의 외관이 매우 비슷해 보이는데요, 두 곳 모두 당시 인도차이나의 중심이던 하노이에서 도시계획국장을 임했던 유명한 프랑스 건축가 ‘에르네스트 에브랄 (Ernest Hebrard)’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캄보디아의 럭셔리 호텔을 리딩 하던 두 호텔은 마치 세트처럼 함께 셀 수 없이 수많은 유명 인사들을 맞이하였으며 그 명성을 지금까지도 이어가고 있답니다.   

두 호텔에는 호텔보다 더 유명한 바 ‘엘리펀트 바(Elephant Bar)’가 있습니다. 특히 프놈펜의 엘리펀트 바 주목!! 저는 래플즈 호텔 르 로열의 엘리펀트 바의 사진을 여행잡지에서 처음 보게 되었는데, 보자마자 ‘도대체 이곳은 어디일까?’ 하며 폭풍 검색을 하게 되었답니다.


오리엔탈적인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던 바의 모습은 실제로 방문하였을 때도 똑같이 느껴졌는데, 바의 이름처럼 곳곳에 코끼리의 그림과 조각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입장과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분위기에 휩싸이며 마치 과거의 한 장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자고로 래플즈 호텔이라면 롱 바가 시그니처지만 이곳은 다른 래플즈 프로퍼티와 다르게 롱 바가 아닌 엘리펀트 바를 고수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는 곳이었습니다.

엘리펀트 바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칵테일이 있습니다. 바로 1967년 재클린 케네디가 캄보디아 국왕의 초청으로 프놈펜을 방문하였을 당시 그녀를 위해 특별히 제조한 칵테일인 ‘팜 파탈 (Femme Fatale)’인데요, 럼을 베이스로 다양한 열대과일을 활용해 만든 칵테일입니다.


엘리펀트 바의 쇼케이스 안에는 재클린 케네디가 방문했을 당시의 사진과 함께 그녀의 립스틱 자국이 그대로 남은 칵테일글라스를 함께 전시해 두고 있답니다. 프놈펜에 방문하게 된다면 래플즈 호텔에 숙박하지 않더라도 이 엘리펀트 바 만은 ‘Must Visit’ 하셔야 하는 곳이랍니다.   




3) 래플즈 마카티 그리고 또 하나의 롱 바  

포토 크레디트 @ Raffles Makati


롱 바의 시그니처 칵테일 싱가포르 슬링은 전 세계 모든 래플즈 호텔에서 맛볼 수 있으며 또한 래플즈 하이난, 이스탄불, 마카티 등 몇몇 프로퍼티에는 롱 바가 호텔 안에 상주하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최대 번화가인 마카티 시티의 그린벨트에 위치하고 있는 ‘래플즈 마카티(Raffles Makati)’의 롱 바는 규모는 조금 작지만 싱가포르의 원조 롱 바의 모습과 분위기를 가장 잘 표현한 곳입니다.


또한 이곳의 바텐더나 직원들의 대부분이 래플즈 싱가포르의 롱 바에서 일을 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요, 오래전부터 싱가포르에 워낙 많은 필리핀 호텔리어들이 (특히 F&B 쪽) 취업을 해왔기 때문에 원조 롱 바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이들을 이곳에서 대거 채용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롱 바 카운터와 산미구엘 맥주를 이용해 싱가포르 슬링을 만드는 바텐더의 과정을 위트 있게 담은 그림이 눈에 띈다 / 포토 크레디트 @ Raffles Makati

래플즈 마카티 롱 바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뛰어난 가성비인데요, 싱가포르에서 싱가포르 슬링 칵테일 한 잔을 약 3만 원 정도에 마실 수 있다면 이곳에서는 동일한 퀄리티의 칵테일을 1/3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답니다.


롱 바에서 사용하는 싱가포르 슬링 전용잔도 똑같이 사용하고 있으며 바닥에 땅콩 껍질을 버리는 것까지 똑같아요. 또한 해피아워 시간에는 약 2만 원(인당)에 싱가포르 슬링을 포함한 다양한 칵테일과 와인 및 맥주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으며 간단한 안주도 함께 제공됩니다.

금가루가 뿌려진 ‘더 마카티 럭셔리 슬링’ / 포토 크레디트 @ Raffles Makati

싱가포르라면 칵테일 한 잔도 마시지 못할 가격인데 마닐라에선 칵테일 플렉스를 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롱 바에서는 싱가포르 슬링 이외에 각 프로퍼티만의 시그니처 칵테일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래플즈 마카티에서는 칵테일 위에 금가루가 뿌려진 ‘더 마카티 럭셔리 슬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금가루가 뿌려져 있기에 일반 칵테일보다 가격은 두 배 가까이 뛰지만 그래도 한 잔에 2만 원 정도라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니 한번 플렉스 해 보시길!!


또한 래플즈 마카티는 35명의 로컬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1,600여 개에 달하는 미술 작품들을 호텔 안에 전시하고 있는데요, 특히 롱 바 안에 전시된 필리핀의 대표 맥주 산미구엘을 이용해 싱가포르 슬링을 만드는 바텐더의 모습을 위트 있게 담은 12개의 시리즈 그림과 필리핀의 영웅인 복싱 선수이자 국회 의원인 ‘매니 파키아오’의 모습을 담은 두 작품은 호텔 오픈과 동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Marcel Antonio의 작품 (위) & Gerry Joquico의 작품 (아래) / 포토 크레디트 @ Raffles Makati

호텔에서는 ‘아트 컨시어지 투어’를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래플즈 싱가포르의 라이터스 바와 같이 예술가와 문학가들의 쉼터를 만들고 고객들에게는 이들과의 만남의 장을 선사할 수 있도록 래플즈 마카티에서는 레지던스 작가 (writer-in-residence)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필리핀의 대표 서점 내셔널 북스토어와 협업하여 매년 열리는 ‘필리핀 리더스 앤 라이터스 페스티벌’의 공식 후원사로 활약하며 축제의 메인 베뉴로도 이용되고 있답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다시 찾아뵐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3. 소피텔, 소피텔 레전드, 소 소피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