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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프릴 Apr 28. 2021

5. 호텔 인디고

안녕하세요, 글 쓰는 호텔리어 에이프릴입니다.


지난 편에서는 아코르 호텔 그룹의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 ‘래플즈 (Raffles)’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이번 편에서는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룹(이하 IHG)의 로컬 감성 넘치는 대표 부티크 호텔 브랜드 ‘호텔 인디고 (Hotel Indigo)’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호텔 인디고 (Hotel Indigo)


호텔 인디고는 지난 2004년 애틀랜타 미드타운을 시작으로 현재 130여 개의 프로퍼티까지 성장하고 있는 IHG 산하의 대표 부티크 호텔 브랜드인데요, 하지만 같은 그룹의 홀리데이 인이나 크라운 플라자와 같이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 있지 않고 프로퍼티의 대부분이 북미와 유럽에 몰려있는 점, 또한 수적으로도 밀려 꽤 많은 프로퍼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텔 인디고가 IHG 산하의 브랜드라는 것을 아는 분들이 그다지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포토 크레디트 @ Hotel Indigo Shanghai On The Bund

호텔 인디고 브랜드를 대변할 수 있는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호텔이 위치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 경험을 강조한 호텔 브랜드인데요, 샹그릴라의 ‘호텔 젠 (Hotel Jen)’이나 팬 퍼시픽의 ‘파크 로열(Parkroyal) 등 타 호텔 그룹에도 비슷한 콘셉트의 로컬 경험을 중시하는 호텔 브랜드가 있지만 호텔 인디고가 이들과 다른 점을 찾는다면 뭐니 뭐니 해도 지역 문화를 충실히 반영한 디자인과 인테리어로 객실은 물론이며 로비 및 레스토랑 등의 공용 공간에서도 로컬 터치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점일 것입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130여 개의 호텔 인디고의 프로퍼티 중에서 어느 하나 비슷한 모습을 한 호텔을 찾아볼 수 없답니다.

포토 크레디트 @ Hotel Indigo Dubai Downtown

또한 호텔 인디고는 지역 커뮤니티와도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데요, 한 예로 ‘Shop the neighbourhood’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객실 안에 호텔 인디고가 위치한 다양한 지역의 아티스트나 장인들의 작품을 수집 및 전시하여 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구매로 이어지게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호텔 인디고는 호텔의 역할을 넘어서 지역과 다양한 문화가 연결된 로컬 경험을 제공하는 장으로 활약하며 여행자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그럼 로컬 색채로 무장한 매력 넘치는 호텔 인디고의 대표 호텔을 찾아 떠나볼까요!




1) 호텔 인디고 싱가포르 카통 (Hotel Indigo Singapore Katong)


싱가포르 페라나칸 문화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지역인 카통 빌리지의 숍 하우스의 모습

싱가포르를 생각하면 화려한 도시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를 텐데요, 상업중심가에서 20분, 공항에서 약 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카통 빌리지(Katong Village)’에 지역색이 넘치는 ‘호텔 인디고 싱가포르 카통(이하 인디고 카통)’이 지난 2016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방콕에 이은 2번째 호텔 인디고 프로퍼티입니다.

포토 크레디트 @ Hotel Indigo Singapore Katong

카통 빌리지는 싱가포르 안에서 또 다른 싱가포르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데요, 싱가포르의 대표 전통문화인 페라나칸 (Peranakan, 해외에서 이주한 남성과 말레이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후손) 문화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구역으로 주변의 호텔 대부분이 페라나칸을 메인 콘셉트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인디고 카통이 오픈하자마자 이들을 올킬! 아주 작정하고 페라나칸 콘셉트의 호텔을 만든 것처럼 객실의 구조부터 디자인, 인테리어까지 역시 호텔 인디고답게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이 섬세함이 돋보입니다.   

먼저 객실 구조를 살펴보면, 페라나칸 전통적인 가정집의 모습을 본떠 길고 깊게 그리고 욕실이 객실의 가장 안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욕실 바닥과 벽에는 페라나칸 타일로 장식, 여기에 레트로 감성도 살짝 더해 법랑 세숫대야, Good morning 타월 (과거 싱가포르 인부들이 쓰던 상징적인 수건), 빨간 나막신, 미싱대를 이용해 만든 세면대 등 싱가포르인들의 추억 소환을 담당하는 다양한 어메니티들도 눈에 띄네요.


또한 카통 빌리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완벽한 뷰도 갖추고 있어요. 이밖에도 페라나칸 타일 패턴을 이용한 베드 헤드나 화려한 바틱 패턴을 이용해 만든 포인트 쿠션 등 객실 안에서 다양한 소품들을 활용해 싱가포르 로컬 감성을 엿볼 수 있답니다.

호텔 인디고에서는 벽화나 오버사이즈 그림 또는 사진을 이용하여 객실 안의 로컬 색채를 한층 더 강화시키고 있는데요, 인디고 카통의 객실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싱가포르의 커피하우스의 모습을 담은 벽화입니다.

그런데 호텔 오픈을 준비하면서 벽화로 인해 문제를 겪기도 하는데요, 호텔에서 목업 룸의 사진을 SNS에 올리자 로컬 아티스트가 표절을 주장하였고 결국 호텔에서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며 현재의 벽화로 변경되는 등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기도 합니다. 제가 목업 룸 사진을 찾아보았는데 정말 비슷하더라고요.

아티스트 Richard Lee Xin Li의 그림 (좌) / 호텔 인디고 싱가포르 카통의 목업 룸 사진 (우)

인디고 카통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곳! 바로 호텔의 메인 레스토랑인 ‘바바 츄스 바 & 이터리’ 인데요, 이곳은 과거 경찰서로 쓰이던 건물로 보존 건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호텔에서는 외관은 그대로 보존하였지만 내부는 로컬 감성을 엿보이는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변화시켜 반전 매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경찰서 건물이었던 바바 츄스 바 & 이터리의 외부(좌)와 내부 (우)의 모습 / 포토 크레디트 @ Hotel Indigo Singapore Katong

거기다 전망 좋은 루프탑 수영장까지, 로컬과 여행객 모두에게 주목을 받으며 이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거듭난 곳이랍니다.



2) 호텔 인디고 방콕 와이어리스 로드 (Hotel Indigo Bangkok Wireless Road)


‘호텔 인디고 방콕 와이어리스 로드 (이하 인디고 방콕)’는 동남아시아의 첫 번째 호텔 인디고 호텔인데요, 트렌디한 디자인과 분위기 그리고 방콕의 멋진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는 루프탑 수영장과 루프탑 바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곳이랍니다.

이곳은 호텔 인디고답게 위치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호텔 곳곳에 잘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루프탑으로 인해 이런 특징이 묻히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쉽기도 한 곳이에요. 하지만 호텔 곳곳에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니 이번 기회를 통해 하나씩 살펴보도록 해요.


호텔이 위치한 와이어리스 로드의 태국어 도로명은 ‘타논 위타유(Thanon Witthayu)’로 타논은 도로, 그리고 위타유는 라디오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라디오 도로’라니 떠오르는 것이 있나요? 이곳은 과거 방콕 최초 라디오 방송국이 있던 곳이었는데요, 이로 인해 와이어리스(무선 도로)라 불리게 되었다고 해요.

라디오 파동을 상징하는 철제 장식이 설치된 입구 / 포토 크레디트 @ Hotel Indigo Bangkok Wireless Road

인디고 방콕에서는 ‘와이어리스’를 호텔 명에 넣은 것처럼 이를 메인 콘셉트로 설정하여 호텔 곳곳에서 라디오 방송국이 떠오르는 디자인과 인테리어 소품들을 설치하였는데요, 예를 들자면 호텔의 입구에 설치된 물결 모양의 철제 장식과 그 아래 분수는 라디오의 파동을 의미하는 것이며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는 빈티지 라디오와 축음기가 벽을 가득 채우고 있어요.

 인디고 방콕의 객실에서도 마찬가지로 로컬 색채를 풍기는 그림과 사진을 여럿 발견할 수 있는데요, 먼저 베드 헤드 위에는 과거 와이어리스 로드의 모습을 담은 오버사이즈 사진을 두어 메인 콘셉트를 살렸고 이밖에도 무에타이, 왓 아룬 템플, 삼륜차 등의 방콕과 태국의 모습을 담은 크고 작은 그림과 소품들이 객실 곳곳에 두어 지역색이 가득한 인테리어를 완성하였습니다.

그리고 각 층의 복도마다 큰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요, 호텔 주변의 역사와 환경을 알 수 있는 힌트들이 숨겨져 있으니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숙박했던 층 복도에서 발견한 ‘호텔 인디고 방콕’ 지역의 역사를 가늠케 하는 벽화

또한 객실 티 테이블 위 패턴이 예사롭지 않아 조사를 해보니 과거 이 주변에 직조 공장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객실로 향하는 복도에 베틀이 놓여있던 것도 천장 장식을 알록달록한 피륙처럼 나타냈던 것도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난 후에서야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절실히 느껴졌던 호텔이었답니다.

호텔 인디고를 방문하기 전에 discovery.hotelindigo.com를 한번 확인해보세요.


음악, 예술, 디자인, 음식 등 카테고리별로 나뉘어 호텔 주변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며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여행 팁이 모여있답니다.




3) 호텔 인디고 하코네 고라 (Hotel Indigo Hakone Gora)

포토 크레티드 @ Hotel Indigo Hakone Gora

일본의 첫 번째 호텔 인디고 ‘호텔 인디고 하코네 고라 (이후 인디고 하코네)’가 2020년 1월 하코네에 오픈하였습니다. 하코네는 메이지 시대부터 도쿄 근교의 온천 관광지 역할을 해 왔는데요, 1919년 하코네 등산 열차가 개통을 하면서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합니다.


허나 아직까지도 외국인보다 내국인 관광객들이 더 많은 지역이라 국제적인 호텔 브랜드를 찾기 힘들었던 곳인데 (대부분이 료칸이나 로컬 호텔이며, 국제적인 체인 호텔은 하얏트 리젠시가 유일했음), 로컬 색채를 강조하는 호텔 인디고가 일본의 첫 번째 프로퍼티로 도쿄도 오사카도 아닌 하코네를 선택한 것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졌습니다.

포토 크레디트 @ Hotel Indigo Hakone Gora

호텔 인디고는 보통 시티 호텔이 주를 이루며 스토리와 로컬 감성을 찾아 호텔이 밀집되어 있는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위치가 많아 대부분의 프로퍼티의 객실 요금은 호텔의 위치한 각 지역의 4성 호텔 수준의 요금으로 맞춰진 곳들이 많은데요, 인디고 하코네의 경우 도시를 완벽히 벗어나 (도쿄에서 열차로 약 2시간) 객실 요금도 5성 럭셔리 호텔 요금을 훌쩍 뛰어넘는 요금으로 첫선을 보였습니다. (박당 5만~10만 엔 사이)


이로서 일본에서 호텔 인디고의 이미지가 럭셔리한 콘셉트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 것 같네요. 앞으로 추가로 오픈할 호텔 인디고 두 곳 또한 대도시가 아닌 고급 별장이 즐비한 가루이자와와 이누야마 성으로 발표가 된 것들만 보아도 말이지요. 물론 이번 인디고 하코네의 객실과 부대시설을 살펴본다면 납득은 가는 객실 요금이지만 다른 아시아 지역의 호텔 인디고의 가격과 비교해본다면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인디고 하코네의 전 객실 테라스에는 온천수로 즐길 수 있는 널찍한 욕조가 있다. / 포토 크레디트 @ Hotel Ingido Hakone Gora

인디고 하코네는 ‘모던 온센 호텔’로 호텔 안에서 휴식과 온천욕을 즐기는 것이 이곳에서의 메인 테마일 텐데요, 이를 위해서 인디고 하코네의 전 객실의 테라스에는 자연 온천수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거대한 욕조가 준비되어 있답니다. 욕조 앞에는 큰 창을 내어 주변의 경치를 바라볼 수 있으니 마치 프라이빗 노천탕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들 것도 같아요. 또한 객실 어메니티도 온천 느낌이 풍기는 것들로 준비하여 호텔 주변의 온천 마을 분위기를 객실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였네요.

호텔 온천탕의 안의 스크린을 통해 계절별로 바뀌는 디지털 아트 쇼가 펼쳐진다 / 포토 크레디트 @ Hotel Indigo Hakone Gora

또한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온천도 마련되어 있는데요, 일본의 옛날 센토(공중목욕탕)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빈티지 아이템을 탈의실에 두어 레트로 느낌을 주었어요. 특히 일본의 온천이나 센토 문화에 호기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이곳을 방문한다면 꽤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을 공간입니다.


그리고 이곳 안에서도 벽을 이용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오는데요, 다만 이번에는 벽화나 그림이 아닌 오버사이즈 스크린을 활용하여 디지털 아트 쇼가 펼쳐집니다. 하코네 고라 지역에서 받은 영감으로 만든 아트 쇼 영상은 계절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예를 들자면 여름에는 마츠리(축제)를 상징하는 불꽃놀이가 겨울에는 호텔 앞을 흐르는 하야 강이 얼어붙는 것처럼요. 이밖에도 온천과 사우나를 상징하는 많은 아이템들이 호텔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요. 역시 디테일에 강한 호텔 인디고입니다.

호텔 인디고 하코네 고라 로비의 벽면, 사우나의 화덕 위에 쌓인 돌멩이를 연상케 한다  / 포토 크레디트 @ Hotel Ingido Hakone Gora




일본의 경우 IHG의 호텔의 수가 유난히 많은데요, 한국은 아직 10개 이하의 프로퍼티로 브랜드도 인터컨티넨탈과 홀리데이 인 2개밖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일본은 ANA와 함께 공항이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ANA 크라운 플라자와 홀리데이 인 호텔이 전국 각지에 퍼지면서 현재 40개에 가까운 프로퍼티와 5개의 브랜드가 소개되었습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아코르가 앰배서더와 함께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호텔 인디고는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해오면서 프로퍼티의 80% 이상이 이곳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몇 해 전부터 아시아 쪽으로 관심을 돌려 아시아의 프로퍼티 수가 빠른 기세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에서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에는 이미 10여 개의 프로퍼티가 있고, 대만은 3곳, 일본에는 아직까지는 1곳이지만 앞으로 2년 안으로 2곳이 추가될 것이라 공식 발표가 나왔답니다.


한국에 호텔 인디고가 생긴다면 어느 도시, 어느 동네에 생겨서 어떤 스토리를 들려줄지 정말 궁금하네요. 한국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인디고 호텔을 경험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그럼 다음 편에서 다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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