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태생의 럭셔리 호텔 브랜드
안녕하세요, 글 쓰는 호텔리어 에이프릴입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아시아계 대표 럭셔리 호텔 브랜드를 떠올리라 하면 어떤 호텔 브랜드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페닌슐라, 만다린 오리엔탈, 래플즈, 샹그릴라, 마르코 폴로 등 아쉽게도 모두 한국에는 없는 브랜드지만 한국의 주변국과 방콕, 자카르타, KL, 마닐라 등 동남아의 주요 도시에서는 오래전부터 소개되어 각 지역의 최고급 럭셔리 호텔로 손꼽히고 있지요.
아시아계 대표 호텔 브랜드를 살펴보면 홍콩과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발달해 온 것을 알 수 있어요.
두 도시 모두 영국의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자유 항구이자 무역의 중심지로 그리고 아시아 금융 허브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호텔 숙박 산업 또한 발달하게 되었으며 특히나 홍콩에는 위에서 언급한 호텔 브랜드의 본사들이 자리 잡고 있답니다. (아코르로 편입된 래플즈 제외)
이번 편을 통해 아시아 럭셔리 호텔 브랜드의 고향인 홍콩 태생의 럭셔리 호텔 브랜드인 페닌슐라와 만다린 오리엔탈, 그리고 마르코 폴로 호텔 그룹의 상위 브랜드 니콜로와 그들의 플래그십 호텔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게요. (참고로 샹그릴라와 래플즈는 매거진의 1편과 4편을 확인해 주세요!!)
1928년 개관하여 홍콩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홍콩의 랜드마크 호텔이자 홍콩 최초의 럭셔리 호텔인 ‘더 페닌슐라 홍콩’은 개관 이후 끊임없이 전 세계의 수많은 부호와 왕가, 유명 인사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곳이지요. 역사가 긴 호텔들을 보면 항상 근대사의 현장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곳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사기지로 사용되기도 하였고, 홍콩이 일본에 점령당했을 때에는 일본에 항복문서를 읽은 곳으로 홍콩의 아픈 역사를 함께 한 곳이기도 합니다.
여러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모기업인 ‘Hongkong & Shanghai Hotels Limited’의 대주주이자 페닌슐라 홍콩의 창업자인 이라크 바그다드 출신의 카두리(Kadoorie) 일가는 지금까지도 페닌슐라 홍콩의 건물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한 세기에 가깝도록 오랜 기간 동안 오너십을 가지고 있으면서 최고의 서비스와 ‘Tradition well served’라는 페닌슐라 호텔의 중요 철학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홍콩의 페닌슐라와 싱가포르의 래플즈가 자주 비교되기도 하는데요, 콜로니컬 한 건축물, 호텔의 아이콘인 도어맨, 유명한 로비 라운지의 애프터눈 티, 호텔의 명물 칵테일 (페닌슐라 홍콩의 경우 스크루 드라이버 칵테일), 특별한 바틀러 서비스 등 비슷한 점들이 눈에 띄네요. 하지만 페닌슐라 홍콩에서 좀 더 호화로움이 느껴집니다.
예를 든다면 고객 서비스 전용 차량으로 롤스로이스를 이용 (2006년에는 한 대에 6억이 넘는 롤스로이스 팬텀 14대를 한꺼번에 인도하기도 하였다) 하며, 이 밖에도 자체 헬리콥터와 데크를 보유하고 최근에는 페닌슐라 요트까지 론칭하는 등 럭셔리 육해공 3단 콤보 운송수단을 보유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페닌슐라 홍콩을 논하면서 절대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바로 90년 전통의 영국식 명품 애프터눈 티인데요, 숙박객들을 제외하고는 예약조차도 받지 않기에 이곳의 애프터눈 티를 마시기 위해서 페닌슐라 홍콩에 숙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인기와 명성이 대단한 곳입니다.
저도 홍콩 여행을 갔을 때 1시간 정도를 로비에서 기다리면서 힘들게 들어갔던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예약한 사람들이 제 앞을 지나갈 때마다 얼마나 부러웠던지 말이지요. 이곳의 식기는 전부 티파니 앤 코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시즌에 따라 메뉴가 종종 바뀌기도 하지만 스콘과 오이가 들어간 샌드위치는 전통 메뉴인만큼 항상 맛볼 수 있답니다.
또한 페닌슐라 홍콩은 지역의 문화와 역사 등 홍콩의 매력을 고객들과 나누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한 예로 개관 83주년을 맞이한 2011년에는 페닌슐라 호텔의 직원 50명이 추천하는 홍콩 로컬만이 알 수 있는 홍콩의 일상의 문화와 생활상을 담은 리얼 가이드 북인 <Our Hong Kong>을 출판하여 투숙객들에게 선물하기도 하였어요.
이후에도 가이드 북계의 샤넬이라 불리는 포켓 사이즈 가이드 북인 ‘LUXE CITY GUIDES’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PENCITIES BY LUXE (이하 펜 시티)’라는 호텔 자체 시티 가이드북을 론칭하여 객실과 호텔 컨시어지에서 무료로 제공하였답니다. 펜 시티의 경우 홍콩뿐만이 아닌 전 세계의 10개의 페닌슐라 호텔에서도 함께 제공되며 호텔의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로 호텔이 자리 잡은 각 도시의 로컬 핫플레이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답니다.
홍콩 주룽반도의 대표 럭셔리 호텔이 페닌슐라라면 홍콩 섬의 대표 럭셔리 호텔은 역시 만다린 오리엔탈이지요. 이곳은 유난히도 홍콩 배우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곳이기도 한데요, 2003년 홍콩의 슈퍼스타 장국영이 마지막을 남겼던 호텔로도 알려져 있어요.
개관 50주년이 되던 2013년에는 홍콩 배우들과 해외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여 레드 카펫을 방불케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현재도 브랜드의 심벌인 부채를 모티브로 한 ‘팬(Fan) 캠페인’을 통해서 라미 말릭, 루시 리우, 모건 프리먼, 양자경 등과 같은 할리우드 스타와 세계적인 명사들이 만다린 오리엔탈의 팬임을 자처하는 브랜드 홍보가 이어지고 있답니다.
만다린 오리엔탈의 역사를 살펴보면 모기업인 홍콩의 자딘 매디슨 (Jardine Matheson)’사가 1963년에 ‘더 만다린 (The Mandarin)’을 개관 후, 1974년에는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방콕의 일류 호텔인 ‘오리엔탈 호텔 (Oriental Hotel)’을 인수하여 1985년에 드디어 전설적인 두 호텔이 하나가 된 만다린 오리엔탈 브랜드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 만다린 오리엔탈에서는 홍콩과 방콕 두 곳의 플래그십 호텔이 있답니다. 그리고 2005년에는 스몰 럭셔리를 지향하며 ‘더 랜드마크 만다린 오리엔탈 (이하 더 랜드마크)’를 개관하여 현재 홍콩에는 2개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이 있어요.
특히 더 랜드마크에서 주목해야 할 2 곳이 있는데요, 먼저 다양한 소규모 이벤트와 함께 숙박을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스위트’입니다. 이곳은 최신식 사운드 시스템과 시네마 스크린, 바와 와인 디스펜서, 커피 머신, 팝콘 기계 등이 있는 특별한 캐비닛 살롱을 갖추고 있어요.
스몰 럭셔리 호텔의 경우 럭셔리 레저 마켓이 주요 타깃층이다 보니 대규모 행사장의 수요가 크게 없는데요, 이를 대신하여 소규모이나 소비력을 갖춘 고객들에게 초럭셔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의 만족과 호텔의 레베뉴를 함께 채우는 방법을 택한 것 같습니다. 대규모 행사가 있다면 길 건너의 만다린 오리엔탈로 보내면 될 테니까요.
그리고 더 랜드마크의 또 하나의 주목할 곳 MO 바 안의 또 하나의 바 ‘PDT (Please Don’t Tell) 홍콩’이 있습니다. 이곳은 뉴욕의 유명 스피크이지 바인 PDT 뉴욕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서 만들어졌는데요, MO 바 안의 메자닌 층에 위치한 PDT는 공중전화박스 안의 전화를 통해 1번을 누르면 출입문이 열리는 뉴욕의 PDT의 콘셉트를 그대로 차용하였으며 바의 분위기와 디자인도 뉴욕과 매우 흡사하게 이루어져 있어요.
PDT 홍콩은 지난 2016년에 팝 업을 통해 잠시 운영했던 곳인데요, 당시 워낙 인기가 많아 제대로 시설을 갖춰 지난 2018년 공식적으로 오픈을 한 곳이랍니다. 홍콩에 갈 수만 있다면 제일 먼저 달려가 보고 싶은 1순위 바입니다.
또 하나의 만다린 오리엔탈의 전설적인 플래그십 호텔 만다린 오리엔탈 방콕의 경우 역사와 명성에 맞게 많은 것들을 방콕 호텔 산업에 최초로 선보였는데요, 방콕의 럭셔리 호텔이 줄줄이 늘어져있는 짜오프라야 강변에 처음으로 문을 연 호텔로 재즈 바와 호텔 스파를 처음으로 선보인 곳이기도 해요.
특히나 만다린 오리엔탈 방콕의 유명 재즈 바인 ‘더 뱀부 바 (The Bamboo Bar)’는 매년 ‘아시아 50 베스트 바’의 상위권에 항상 이름을 올릴 정도로 높은 수준의 칵테일을 자랑하고 있어요.
그리고 만다린 오리엔탈 방콕에 방문한다면 꼭 들려야 하는 곳!! 바로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오서스 라운지 (Author’s Lounge)가 있습니다. 홍콩도 싱가포르도 아닌데 왜 뜬금없이 방콕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셔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절대 후회하시지 않을 거예요.
옛 오리엔탈 호텔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보타니컬풍의 은은한 데코레이션과 라탄가구로 꾸며진 이곳에 앉아 있으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아요. 라운지의 이름처럼 서머싯 몸, 조지프 콘래드, 제임스 미치너 등 과거 유명한 작가들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였다고 합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TWG와 협업하여 ‘Mandarin Oriental Bangkok Tea’를 만들었는데요, 현재 오서스 라운지가 위치한 건물이자 상징적인 오리엔탈 호텔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본관과 이국적인 팜트리를 담은 틴 케이스의 디자인이 돋보인답니다.
그리고 호텔 안에서 ‘짐 톰슨 (Jim Thompson)’ 매장과 그의 이름이 들어간 상징적인 스위트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저는 짐 톰슨이 그저 태국에서 활동한 유명한 실크 사업가이자 실크 매장으로 만 알고 있었는데, 세계 대전 이후 폐허가 된 오리엔탈 호텔의 경영을 맡아 재건에 힘쓴 인물이라고 합니다.
역시 유서 깊은 호텔들은 호텔 안의 테넌트 하나도 의미 없이 들이지 않는 것 같네요.
또 하나의 홍콩 태생의 호텔 브랜드 마르코 폴로 호텔 그룹에서 럭셔리 세그먼트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 새로운 브랜드 니콜로를 선보였습니다. 넷플릭스의 드라마 <마르코 폴로>를 보신 분들이 있다면 왜 새 브랜드 이름이 니콜로가 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을 텐데요, 바로 마르코 폴로의 아버지 이름이 니콜로 폴로이기 때문입니다.
페닌슐라와 만다린 오리엔탈이 고전적인 럭셔리를 추구하고 있다면, 니콜로 호텔은 모던 럭셔리를 추구하고 있는데요, 홍콩의 니콜로보다 먼저 선보인 니콜로 청두의 로비 라운지의 모습만 보아도 니콜로라는 브랜드가 어떤 이미지와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했는지 짐작이 됩니다.
홍콩의 니콜로 호텔을 설명하기 전에 이 호텔의 건물인 Murray 빌딩을 알아야 하는데요, 니콜로 홍콩은 새롭게 지은 건물이 아닌 1969년부터 2011년까지 홍콩 정부의 주요 부처들이 모여있던 빌딩으로 마르코 폴로의 모기업인 WHARF Group에서 엄청난 가격을 지불하고 이곳을 사들여 리노베이션을 한 곳입니다.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Murray 빌딩으로 불리던 이곳을 인지도가 거의 없는 새로운 호텔 브랜드의 이름표를 다는 것이 리스크였는지 과감히 니콜로 브랜드 이름을 뒤쪽으로 한 ‘The Murray, Hong Kong, A Niccolo Hotel’이라는 이름으로 오픈을 하게 됩니다.
호텔의 입구에도 그저 ‘The Murray’라고만 표기되어 있어 니콜로의 화려한 데뷔는 물거품이 되었지만, 니콜로 브랜드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던 럭셔리 브랜드의 이미지가 잘 표현되는 호텔의 디자인과 인테리어로 고객들을 사로잡아 좋은 피드백을 받고 있는 듯 합니다.
대형 체인 호텔이 아닌 경우 로열티 프로그램이 강하지 않은데요, 최고의 럭셔리 호텔이라 자부하는 호텔인지라 페닌슐라의 경우 로열티 멤버십은커녕 클럽 라운지도 없답니다.
이런 서비스가 없더라도 페닌슐라의 명성과 서비스를 찾는 사람을 알아서 올 것이라는 자부심이 흘러넘치는 것 같아요. 반면에 만다린 오리엔탈의 경우, 자체적인 멤버십(Fans of M.O.)을 가지고 있으며 레벨에 제한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호텔 브랜드와 호환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요.
마르코 폴로와 니콜로의 경우 항공사 동맹과 같은 호텔 최대 동맹인 글로벌 호텔 얼라이언스 (Global Hotel Alliance: 카펠라, 캠핀스키, 팬 퍼시픽, 아난타라, 아웃트리거 등 총 35개의 호텔 브랜드의 연합체로 85개국에 진출해 있음)에 가입되어 있어 좀 더 다양한 브랜드에서 멤버십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포인트 적립은 없어요.
지금까지 홍콩 태생의 럭셔리 브랜드 호텔들을 살펴보았어요. 지난해부터 일어난 홍콩 시위부터 코로나 19 팬데믹까지 지속적인 수난을 겪고 있는 홍콩인데요, 특히나 호텔 교과서와 같은 다양한 호텔 브랜드와 플래그십 호텔들이 즐비해있는 홍콩을 거의 2년째 못가보고 있어 너무 아쉬울 따름입니다.
하루속히 코로나가 종식되어 자유롭게 다시 여행하며 다양한 호텔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을 날들이 찾아오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