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퍼시픽 호텔 그룹 앤 리조트
안녕하세요, 글 쓰는 호텔리어 에이프릴입니다.
지난 편에서는 홍콩 태생의 럭셔리 호텔 컬렉션을 주제로 페닌슐라, 만다린 오리엔탈 그리고 마르코폴로의 최상위 카테고리의 니콜로에 대해서 알아보았어요. 이번 편에서는 호텔 그룹의 이름처럼 환태평양 국가와 도시를 중심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팬 퍼시픽 호텔 그룹 (Pan Pacific Hotels Group)’과 그룹의 호텔 브랜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팬 퍼시픽 호텔 그룹은 동남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UOB (United Overseas Bank)의 자회사인 UOL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데요, 특히 UOB의 위 초야 우(Wee Cho Yaw) 명예회장의 장녀인 위 메이링(Wee Mei Ling) 이 호텔 그룹의 자산과 라이프 스타일 그리고 CSR 부문을 총괄하며 동남아시아 특히 싱가포르 호텔 산업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팬 퍼시픽 호텔 그룹의 프로퍼티가 싱가포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지만 그룹의 본사가 싱가포르에 있고 총프로퍼티의 25%와 플래그십 호텔마저 싱가포르에 위치하고 있기에 많은 분들이 싱가포르 태생의 호텔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요, 사실 팬 퍼시픽이라는 호텔 브랜드는 일본에서 출발하였답니다.
1970년대 전철 사업으로 성장한 일본의 도큐 (Tokyu) 그룹이 호텔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팬 퍼시픽 호텔 브랜드가 처음 만들어지는데요, 1976년 자카르타의 사리 팬 퍼시픽을 시작으로 이후 요코하마, 싱가포르, 마닐라, 밴쿠버, 시애틀 등 환태평양의 주요 도시로 프로퍼티를 확장해 갑니다. 특히 바다나 호텔이 위치한 각 도시의 시그니처 건물들이 보이는 뷰가 좋은 곳들에 위치하는 프로퍼티들이 많답니다.
반면 UOL의 경우 독자적인 호텔 브랜드를 만들어 확장해 나간 것이 아닌 싱가포르, 중국, 호주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대표 도시에서 서로 다른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호텔들을 하나둘씩 인수해가며 세력을 확장해 나갑니다. 이후 2002년에는 호주 출신의 호텔 브랜드 ‘파크 로열 (Parkroyal)’을 2007년에는 도큐 그룹으로부터 ‘팬 퍼시픽’ 브랜드까지 인수하며 2009년에서야 비로소 현재의 팬 퍼시픽 호텔 그룹의 모습이 완성됩니다.
이후 각기 다른 브랜드를 가지고 있던 호텔들을 분류해 럭셔리 카테고리는 팬 퍼시픽으로 미드 스케일은 파크 로열로 리브랜딩 작업을 하였고 동시에 새로운 호텔들을 추가로 오픈하며 약 40여 개의 프로퍼티까지 확장하였으나 몇몇 프로퍼티들의 매니지먼트 계약 완료와 리노베이션으로 인해 현재는 총 34개의 프로퍼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팬 퍼시픽 호텔 그룹과 샹그릴라 호텔 그룹이 자주 비교되는데요, 두 그룹 모두 성공한 중국계 말레이시아 사업가가 창립한 모기업으로 두고 있으며 그룹의 장녀가 호텔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점, 프로퍼티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중점적으로 프로퍼티가 위치하고 있다는 점 등 비슷한 운영 방식이 눈에 띄는데요, 그래서인지 양쪽 헤드 오피스의 키 퍼슨들이 두 호텔 그룹 사이를 넘나드는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답니다. 특히 두 호텔 그룹의 대표 브랜드의 콘셉트마저 비슷하답니다.
그럼 지금부터 팬 퍼시픽 호텔 그룹의 각각의 브랜드의 특징과 함께 대표 프로퍼티를 찾아 떠나볼까요!
팬 퍼시픽 하노이는 지난 2016년 UOL이 소유하고 아코르가 15년간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던 소피텔 플라자 하노이를 리브랜딩 한 프로퍼티인데요, 베트남에서 첫 번째로 선보인 팬 퍼시픽 호텔 브랜드이다 보니 그룹에서는 ‘팬 퍼시픽’이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콘셉트와 이미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선보인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Your Refreshing Pacific Experience’라는 브랜드 프로미스(Brand Promise)에 지역색을 더하는 작업을 했는데요, 호텔의 로비와 로비에 위치한 메인 다이닝과 바는 로컬 터치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를 적절히 배치한 리노베이션을 통해 팬 퍼시픽의 첫인상을 밝고 강렬하게 남겼습니다.
소피텔 시절의 조금은 올드한 고전적인 럭셔리의 모습에서 벗어나 아시안 터치를 잘 살린 모던 럭셔리의 모습으로 탈바꿈하였는데요, 특히 메인 다이닝인 ‘퍼시피카’는 브랜드 이미지를 제일 잘 표현한 곳이랍니다.
퍼시픽의 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직원들의 유니폼부터 물 잔, 방석, 포인트 쿠션들까지 메인 컬러인 바다색을 활용하였으며 베트남의 전통 도자기인 밧짱 도자기를 식기로 사용하고 (이것도 물론 푸른색!) 하노이의 유명 재래시장인 동 쑤언 시장을 담은 벽화, 그리고 베트남 전통 모자인 논을 상징하는 조명 장식 등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을 활용한 로컬 터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랍니다.
특히 팬 퍼시픽의 오너는 지역 아티스트의 미술 작품에 큰 관심을 가지는데요, 그룹의 플래그십 호텔인 팬 퍼시픽 싱가포르에서는 호텔 안에서 정기적으로 지역 아티스트의 전시회를 주관하기도 하며, UOB에서는 동남아시아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매년 “Painting of the year”라는 대회를 개최하여 지역 예술 문화 발전을 위해 서포트를 하고 있답니다.
팬 퍼시픽 하노이에서도 현재 약 150여 개의 베트남 로컬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데요, 작가의 이름만 들어도 억 소리가 나는 베트남 유명 작가의 작품들을 호텔의 로비 및 라운지 등 호텔 곳곳에 전시하며 그림을 통한 로컬 터치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지난 2019년에는 ‘The Art of Journey’라는 캠페인을 통해 호텔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갤러리 북 형식으로 출판하여 더 많은 이들이 호텔의 미술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하였습니다.
팬 퍼시픽 하노이 호텔에서 주목해야 할 곳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도시의 스토리텔링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인 호텔의 루프탑 라운지인 ‘더 서브밋’ 인데요, 이곳은 300여 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있어 ‘호수의 도시’로도 불리는 하노이에서 가장 크고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서호와 함께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미국의 유명 정치가인 고(故) 존 매케인의 전투기가 격추된 곳으로 역사적인 현장이 된 쭉 바익(Truc Bach) 호수 두 곳을 동시에 유일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랍니다.
또한 하노이라는 도시 이름의 탄생의 배경이 되는 홍강과 에펠탑을 세운 귀스타브 에펠이 제작한 롱 비엔 다리가 한눈에 보이는 등 다양한 로컬 스토리텔링이 있는 장소랍니다.
그래서인지 하노이의 주재원들이 자주 찾는 곳인데요, 본사에서 지역 시찰 출장자들이 나오면 하노이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꼭 들리는 장소 중의 한 곳이랍니다. 하노이 L 호텔의 루프탑으로 가는 이들은 하수, 팬 퍼시픽으로 오는 이들은 고수!! 멋진 선셋과 하노이 스카이라인은 덤이랍니다.
팬 퍼시픽 그룹은 현재 베트남에서 하노이의 팬 퍼시픽과 호찌민의 파크 로열, 이렇게 두 개의 프로퍼티만 운영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다낭에 팬 퍼시픽 호텔이 오픈을 곧 예정하고 있으며 또한 레지던스 타입의 파크 로열 서비스 스위트가 하노이에서 곧 오픈을 예정하는 등 베트남 안에서 점차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라이프 스타일을 강조하는 호텔 브랜드가 하나둘씩 소개되며 점점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팬 퍼시픽 그룹에서 호텔의 라이프 스타일과 CSR을 총괄하는 그룹의 장녀인 위 메이링 이사가 호텔의 라이프 스타일을 총괄하며 거기다 최신 트렌드까지 더해져 확실히 이전보다 그룹 안에서 라이프 스타일 부분의 세력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의 가장 핫한 장소인 마리나 베이 샌즈가 눈앞에 펼쳐지는 마리나 만다린 호텔을 리브랜딩 하여 파크 로열 컬렉션 제2호 호텔로 재오픈하여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의 입지를 조금 더 굳건히 다지기도 했습니다.
파크 로열 컬렉션이라는 브랜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특별한 디자인과 환경친화적인 라이프 스타일 호텔’로 표현할 수 있겠는데요, 이는 지난 2013년 컬렉션의 제1호 호텔이자 플래그십 호텔인 싱가포르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파크 로열 컬렉션 피커링’이 오픈과 동시에 특이한 디자인과 외관으로 건축상과 디자인상을 휩쓸게 되면서 유명세를 치르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Hotel-in-a-garden’이라는 콘셉트를 이용해 도심에 우뚝 솟은 공중정원 호텔을 이뤄낸 호텔은 계단식 논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흐르는 물결 같은 곡선미를 살리고 또한 호텔 입구부터 로비에서 객실로 가는 복도 사이사이 그리고 발코니에는 풍성한 식물을 배치하여 호텔 안에서 마치 정원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데요, 마침 싱가포르의 ‘City in a Garden’ 도시 개발 정책과도 맞물려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찬사를 받은 건물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많은 매스컴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아 다양한 형태로 호텔이 여러 매체에 소개가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특히 Singapore Tourism Board에서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호텔 건물로 각 나라의 로드쇼를 통해 꽤 오랜 기간 동안 이곳을 소개해 주기도 하였답니다.
호텔은 특이한 디자인뿐만이 아닌 환경친화적인 기능 또한 함께 구축되어 있는데요, 로비 곳곳에 있는 인공연못과 발코니의 식물들의 물공급에는 빗물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발코니는 빌딩의 햇빛가리개 역할을 개방형 복도는 자연 환기가 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습니다.
또한 객실의 베스 룸 어메니티도 옥수수로 만든 자연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을 사용하고 무료로 제공되는 생수는 유리병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환경친화적인 호텔로 거듭난 곳이랍니다.
싱가포르 정부에서는 옥상정원이나 발코니 녹화 등의 3차 정원을 건물 안팎에 구축하여 도시의 90%를 녹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새로 생기는 호텔이나 리노베이션을 하는 호텔들이 이 ‘Hotel-in-a-Garden’ 콘셉트를 꽤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팬 퍼시픽 그룹에서도 이 호텔의 특이한 디자인과 콘셉트로 이미 한번 큰 성공을 거둔 바가 있기에 현재 자매 호텔인 팬 퍼시픽 오차드 호텔도 ‘Hotel-in-a-Garden’ 콘셉트로 리노베이션이 진행 중이고요, 얼마 전 오픈한 파크 로열 컬렉션 마리나 베이는 반대로 ‘Garden-in-a-Hotel’ 콘셉트로 리노베이션이 진행되어 다시 한번 업계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답니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총 네 곳의 파크 로열 호텔이 있는데요, 위에서 소개한 차이나 타운과 마리나 베이의 컬렉션이 붙은 두 곳이 5성의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 호텔이라면, 컬렉션이 빠진 파크 로열의 경우 로컬 경험을 중시하는 캐주얼한 4성 브랜드로 호텔 주변의 관광지나 도시의 숨은 명소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답니다.
특히 ‘파크 로열 온 비치 로드’는 1971년 UOL 그룹이 처음 호텔 산업에 뛰어들게 한 그룹의 첫 프로퍼티인데요, 당시에는 호텔 위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과 이름이 같은 플라자 (Plaza) 호텔로 운영되었으며 2002년 UOL이 파크로열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파크 로열로 리브랜딩이 된 프로퍼티로 현재 팬 퍼시픽 호텔 그룹의 본사가 상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본사가 상주하며 그룹의 제1호 호텔이라는 역사를 가진 곳이라 그룹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만들면 가장 먼저 선보이는 프로퍼티 중 하나인데요, 예를 들자면 그룹의 럭셔리 스파 브랜드인 ‘세인트 그레고리 스파(St. Gregory Spa)’와 현란하게 차를 서빙하는 기술로 유명한 사천요리 전문 레스토랑인 ‘Si Chuan Dou Hua (四川豆花饭庄)’ 모두 팬 퍼시픽을 제치고 가장 처음 선보인 프로퍼티이기도 합니다. 특히 세인트 그레고리 스파 브랜드를 활용하여 파크 로열의 베스 룸 어메니티를 자체 제작하기도 합니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호텔 F&B의 역할이 레베뉴를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파크 로열 온 비치 로드에서도 호텔 주변에 위치한 영하고 힙한 느낌의 아랍 스트리트를 방문객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얼마 전 보타니컬함이 가득한 이국적인 분위기로 메인 다이닝을 리노베이션 하여 오픈하였답니다.
여심을 자극하는 인테리어로 최근 SNS 핫스폿으로 떠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4성 호텔들이 아무래도 F&B나 시설물 그리고 어메니티가 약한 곳들이 많은데 이곳에서만큼은 적용되지 않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파크 로열에서 로컬 체험을 숙박하는 고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고 있는데요, 2016년에는 ‘파크 로열 픽스 (PARKROYALS Picks)’를 론칭하여 테마가 있는 로컬 컬처를 소개하였으며 또한 소속되어 있는 현존하는 최대 호텔 연합체인 글로벌 호텔 얼라이언스의 디스커버리 멤버십의 특별한 베네핏 중 하나인 로컬 체험 (Local Experience)를 리딤하는 방법으로 지역과 다양한 문화가 연결된 로컬 경험을 제공하는 등 호텔의 역할을 넘어서 여행자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는 장으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팬 퍼시픽이라는 호텔 이름을 듣고 항공사와 헷갈리기도 하고, 파크 로열은 한국의 여의도에도 진출한 싱가포르 출신의 파크 호텔과의 연관성을 찾기도 하는데, 이번 글을 통해서 이런 의문들을 날려 보낼 수 있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는 자연주의 럭셔리 리조트 컬렉션 이야기로 다시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