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르 묘지공원에서 여의도로 불어온 바람
서양미술 800년 展
고딕부터 현대미술까지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실망스러운 전시였어
서양 미술 800년 여정
어찌 전시할까 궁금했지
금빛 종교 회화가 포문을 열긴 했어
그러나 샤갈과 허스트 까지라니
방대한 서양 미술의 한 페이지라니
문구가 무색했어, 너무 부풀린 거 아닐까
예상하지 못한
작품 하나 건져서 다행이야
사부아의 소년,
장 바티스트 그뢰즈의 작품이야
소년의 눈동자 한참 바라봤어
소년을 보니 화가를 마주한 기분이야
아주 오래전 화집에서 그의 작품 만났어
'말썽꾸러기'란 작품과의 첫 만남
사부아의 소년이 말썽꾸러기 같았어
2017년 겨울 파리
몽마르트르 묘지공원을 산책했지
팔레트와 붓을 들고 있는 조각상 앞에 멈췄어
묘비명을 살피니 장 바티스트 그뢰즈야
팔레트 옆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여인은 아내일까
어진 화가와 그윽한 여인에게서 사랑이 느껴졌어
지하에서도 여전히 함께인 부부는
까마귀와 검은 고양이 사이에서도 다정해
묘지공원에서의 놀람과 설렘이
시부아의 소년 앞에서 재현됐어
순박함과 선함이 스며있는 무명 시골 소년이
발걸음을 오래도록 부여잡았어
말썽꾸러기와 시부아의 소년은 알까
팔레트와 붓을 놓지 못한 화가가
몽마르트르 바람 타고 미술관에 왔음을
전시 콘셉트와 어울리는 도색에 향기라니
미술관 향이 자유로운 바람 냄새였다면
후각 민감한 관객의 기억에 남았을 텐데
더없이 아쉬운 전시였어
그래서일까
시부아의 소년이 더 기억에 남았지
장 바티스트 그뢰즈가 선명하게 각인됐어
괜찮아, 하나라도 건졌으니
몽마르트르 묘지공원에서
여의도로 불어온 바람 느꼈으면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