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안개가 어렸어
거기 오래도록 서서
가쁘게 살아온
한 사람의 뒷모습을 봐
무언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
무언가
조금씩 감이 오기 시작해
무언가
조금씩 나를 놓아주기 시작해
무언가
옥죄인 매듭이 풀어지기 시작해
놓쳤던 부분
보지 못했던 부분
일부러 외면했던 부분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했던
내면의 다툼과 아우성이 들리고
고통스러워
공들인 삶,
전부가 무너지는 느낌
오래 아프겠지
마음으로 다가가고 있어, 지금.
마음으로 보고, 느끼는 거 쉽지 않아
어디로 마음이 흘러갈지 몰라, 이제.
흐르는 대로 내 버려둘 밖에
현재 마음 상태는 혼돈
일부러 빠져나오려 애쓰지 않아
속으로 으늑히 스며들 거야
아플 만큼 아플 거야
힘들어도 부딪칠 거야
외면한 것도 마주할 거야
흐르다 보면 종착지에 닿을 거야
기다리는 게 뭐든
수긍할 거야
받아들일 거야
내가 뿌린 것의 결실일 테니
두 손에 올리고
가만히 들여다볼 거야
어떤 모습이든 함께 할 거야
파란 마음으로 걸을 거야
자작나무 숲으로 갈 거야
앞서 걷는 뒷모습 익숙해
누구일까 궁금해
그가 멈춘다
천천히 돌아서는 그,
.
.
.
아무 말 없다
무표정한 얼굴이
웃는 얼굴보다 친숙하다
어쩌면 내 얼굴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