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개천사 비자림에서
사늘한 바람 불고
나뭇잎 부스스 쏟아진다
동시에 떨어지는 건 벚꽃만이 아니야
갈참나무잎도 바람 끝에 동고동락하지
한 번 분 바람에 수십 장 일시에 날리고
제각각 다른 속도로 바닥에 드러눕는다
사라락이 아냐
바스스도 아냐
바람 소리에 떨어지는 나뭇잎
어찌 표현할까
고적한 소리였는데 담아낼 재간 없네
산산한 바람 속에
비자림 혼자 걷노라니
문득 무섭다
어디 자연이 무서우랴
사람 나타날까 두렵지
그럼에도 바람이
그럼에도 하늘이
그럼에도 낙엽이
그럼에도 숲길이
부드러운 손길로 어깨 다독거리고
고이 어루만져준 손길로 마음 따뜻하다
오늘도 자연한테 온전히 빚진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