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으로 성산일출봉 드러낸 채
아리송한 해 솟아오르고
무채색 어둠 흐릿하게 잦아든다
사과 하나 베어 물며
올레길 걷는 여인에게
미소로 인사하니 방그레 웃는다
순간 북인도 라다크로 시공초월
아침 산책에서 줄레*하며 인사하던
후덕한 티베탄 여인의 웃음 떠오르고
성산포 너머 신성한 히말라야 산맥 겹치네
바다와 산 품은 초록별 끄트머리
성산포는 이생진의 詩語만 품고 있는 게 아니더라
새벽부터 생생하게 움직이는 삶의 터전도 함께더라
성산일출봉 헤끌락*에 앉아
산란한 마음 비워내니 사방이 베케*다
내 안에 베케는 뭘까 사유하며 곶자왈* 산책하고
용암 흘러내린 돌땅 빌레* 걷고 또 거닐다가
어지러운 마음 단단한 빌레에 꼭꼭 묻어두고 다시 걷는다
언제 다시 바위 비집고 무질서한 마음 꿈틀댈까
단단히 여밀 생각에 밟고 또 밟으며 서성거린다
* 라다크어 '줄레(Jullay)'는 티베트계 언어권에서 널리 쓰이는 '안녕'이라는 의미
* 헤끌락 제주말로 '쉼터'라는 의미
* 베케: 제주말로 '낭떠러지'라는 의미
* 곶자왈: 제주도의 동부, 서부, 북부의 해발 300~400미터에서 넓게 분포하는 지대로 북쪽과 남쪽의 식물이
공존하여 숲을 이루고 있다.
* 빌레: 제주말로 '너럭바위'라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