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들래 Jun 10. 2023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 이후 클래식이 내 등짝을 후려치듯 정신 들게 했던 두 번째 음악은 바로 라흐마니노프였다.


피아노협주곡 1, 2, 3번 모두 좋아하지만 그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2번이라고 말할밖에. 바로 그 곡을 박재홍의 연주로  5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약 40여 분간 숨을 죽이고 그의 손끝에서 퍼져 나오는 러시아의 청백색 우울에 나를 그냥 몰아넣어버렸다. 아니 사로잡혔다고 표현하는 게 옮았다. 2019년 가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빠르게 차창을 지나쳤던 자작나무 숲을 내다보듯. 나는 피아노 선율에서 근원 모를 슬픔과 삶의 애환을 느끼면서 하마터면 눈물까지 흘릴 뻔했다. 


세 차례 모스크바 여행을 할 때마다 푸시킨 동상 뒤로 펼쳐졌던 공원, 라흐마니노프 동상 앞에 서서, 그와 참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고딩때 그대를 만나게 된 배경, 그 당시 그대의 피아노 선율로 위로받았던 순간들이 많았음을. 감사와 고마움을 여러 차례 표현했고, 그의 긴 손가락에 내 손을 살짝 얹어보고 싶었지만 장신의 키인 그의 손에 내 손이 닿는 게 쉽지 않았다. 그저 그의 주위를 며칠간 맴돌았던 추억을 박재홍의 무대가 떠올리게 해 주었다. 고마웠다. 음악회는 언제나 옳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1악장  연주 라흐마니노프

고전음악이 나를 구원하는 순간들이 있다. 슬픔이 슬픔을 위로하는 순간이 있다. 음악에서 그런 위로를 받을 때가 많았다.  우리 부부는 올해 결혼 40주년을 맞이한다. 지금 이 나이가 가장 좋은 때다, 어느 시기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때 거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하고 싶은 것 미루지 않고 할 수 있을 때 하면서 살자는 게 우리 부부 삶의 모토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이미지


지난 5월 16일 예당 콘서트홀에서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연주로 라흐마니노프의 세 개의 피아노협주곡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한 음악회에서 피협 3곡을 그것도 전악장, 인터미션 포함 2시간이 좀 넘었던... 대단한 시간이었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를 오래 기억하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쇼팽의 즉흥환상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