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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프릴 Jan 15. 2021

3,000개의 감사일기

내 생에 가장 잘 한 일은 8년 전 시작한 감사일기

오프라 윈프리가 말했다. “16년 전에 나는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그것은 내가 한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고. 감사일기 8년 차인 나는 알고 있다. 2012년 7월 15일 만난 감사일기가 내 삶을 바꾸었다고. 



종종 내게 “에이프릴 그 긴 기간을 어떻게 견뎠어요?”라고 묻는 이들이 있다. 소송과 싸운 4년의 세월을 견뎌 낸 것은 8할이 감사일기 덕분이다.


감사일기에는 2016년 소송장을 받던 날의 기록부터, 그로 인해 2017년 채팅캣을 닫아야 했던 삶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을 해야 했던 날의 기록, 그리고 판결문을 받던 날의 기억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처음 감사일기를 쓰게 된 데에는 “해피어"라는 책의 역할이 컸다. 이 책은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Tal Ben-Shahar가 2007년 쓴 책인데, 1장 말미에 습관이 만들어지는 21일 동안 감사일기를 써 보라는 조언이 들어 있었다. 당시 나는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끝이 안 보이는 터널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나름대로 운동도 하고, 버킷리스트도 만들어 하나하나 실천하면서 우울증세를 벗어나고자 했지만, 상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나는 21일 동안만이라도 심리학 교수의 조언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나의 첫 감사일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2012년 7월 15일 감사일기

    푹 잘 자고 일어난 일요일 아침, 오랜만에 'Sound Mind & Body' gym에 가서 J와 함께 운동 했습니다. J와 함께한 지난 2년간 그는 제 운동 버디이자 트레이너였습니다. 혼자 운동했더라면, '십 일 자 복근 만들기'와 같은 맹랑한 도전은 하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그가 제 곁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오후 무렵, 사소한 일로 J와 다투었는데, 착한 이 남자가 제게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제 성질을 다 받아주는 J를 만난 걸 보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봅니다.   


    제게 10개월 된 야옹이 한 마리가 있는데, 오늘도 제 곁에서 그르렁그르렁합니다. 이 눔아는 완전히 강아지 같은(dog-like) 고양이입니다. 고양이는 품종이 같아도 고양이마다 성격 차이가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아이를 만난 것을 보면, 한 번이 아니고 전생에 나라를 두 번쯤 구했나 봅니다. :)   


    저녁 식사 후, 꼭 석양을 보러 가고 싶다는 J의 채근에 못 이겨 나간 것이었는데, 아.... 행복했습니다. Discovery Park를 갔는데, 그 커다란 공간에, 하늘, 숲, 길, 바람, 석양, 바다(실제로는 만, 해협)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네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는데, 딱 사려고 생각한 아이스크림(하겐다즈 럼 레이즌)이 마침 특별 세일입니다!  



그리고 그 첫 감사일기 밑에는 “감사일기를 적고 난 느낌”이라고 소회가 덧붙여 있다.

“... 다섯 가지 적는데 처음이라서일까? 쉽지는 않았다. 감사하는 법, 감사할 일을 떠올리고 순간순간 인지하는 것도 습관이 필요한 것 같다.”


이튿날 일기 밑에는 또 이렇게 적혀 있다. 

"내일은 또 어떤 감사한 일이 생길까 살짝 기대된다. 이제 겨우 이틀째지만, 감사일기를 시작하길 잘한 것 같다.”




감사일기는 어떻게 쓰는가?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 일어난 일 중 감사한 것 다섯 가지를 적는다. 다섯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실제 적어 보는 게 중요한데, 바로 글이 주는 힘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오늘 버스를 탔는데 운전기사 아저씨가 반갑게 인사해 주셔서 마음이 밝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작 다섯 개?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 이 다섯 가지를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또한, 핵심은 마음이 건강한 날이나 아닌 날이나, “매일매일" 쓴다는 데 있다. 


어느 날은 도저히 쓸 것이 없을 때가 있다. 그러니 잠자리에 들기 전 머리를 쥐어짜며 빈 화면을 바라보고 있지 않으려면 일과 중에 소소한 감사의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나는 감사한 마음이 드는 순간마다 미리 메모장에 적곤 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모든 감사한 순간을 생생히 살 수 있게 된다. 그만큼 하루가 더 행복해지는 것이다.



감사일기의 힘 


내 감사일기에는 소소한 일상의 기록 외에도, MBA에 합격한 날의 기록, TV 쇼에서 채팅캣이 1등을 한 날의 기록, 한국과 미국 대통령을 만난 날의 가슴 벅찬 기억도 담겨 있다. 


한편, 삶의 롤러코스터가 내리막을 향하던 날의 기록도 있다. 감사일기에는 회사 운영을 하며 사람을 내보내야 했던 날의 기록도 담겨 있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던 날의 기록도 담겨있다. 


2016년 8월 11일은 소송장을 송달받은 날이다. 소송장이 접수된 것을 알고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지난날 차곡차곡 써 내려간 감사일기 덕분이었다. 그날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1, 360째 감사일기. 오늘은 감사일기의 힘이 필요했던 날. 감사일기의 힘이 실력 발휘를 한 날!” 


살다보면 바닥으로 침전하는 느낌이 드는 날이 있다. 삶에서 종종 맞닥뜨리는 시련 앞에서 속수무책인 날 구해준 것은, 졸린 눈을 비비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쓴 감사일기다.



자주 받는 질문과 답변 


Q. 감사하면서 살면, 욕심을 덜 내게 되어 현재에 안주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요. 


음식을 먹을 때 맛을 음미하며 맛있게 먹는다고 다시는 더 맛있는 음식을 찾지 않게 될까? 그렇지 않다.


내게 벌어진 일들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삶은 축복일 수도 있고 저주일 수도 있다. 삶이 주는 굴곡과 희로애락을 감사의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감사할 것을 찾는다면 삶에서 겪는 모든 경험은 삶이 주는 선물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더 많이 꿈꾸고 도전할 수 있다. 감사일기는 내 마음을 건강하게 해준다. 



Q. 쓸 것이 없어요. 


쓸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직 세상을 감사의 눈으로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소 억지로라도 쓰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적극적으로 “좋은 일”을 찾는 상태가 된다. 달리기한다고 생각해 보자. 햇살이 센 날은 나는 달리면서 “오늘은 비타민 D 생성이 많이 되겠군"이라고 생각한다. 날씨가 흐린 날은 “오늘은 땀을 덜 흘리면서 달리기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은 주륵주륵 비가 내린다. 오늘은 달리기 쉴 이유가 생겼네! 하며 감사하다. 


한편, 무미건조하게 쓰면 매일의 일기가 똑같아진다. 그렇게 되면 쓰는 것이 지루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니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을 적을 때는 조금 살을 붙여보자.




Q. 에이프릴은 어떻게 8년 동안 매일 감사일기를 써요? 


당연히 나도 쓰기 싫은 날이 있고, 유난히 쓸 게 하나도 없다고 느껴지는 날도 있다. 사실 습관이 생기기 전까지는 감사일기뿐 아니라 뭐든 매일매일 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니 일단은 믿고 처음에는 그냥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도 언급했듯이, 감사일기의 가치는 힘들 때 발휘된다. 그날을 위해서라도 오늘부터 감사 포인트를 쌓자. 살다 보면 종종 맞닥뜨리는 시련 앞에서 속수무책인 날 구해준 것은 지난 시간 “오늘은 정말 쓸 게 없는데”, “오늘은 정말 쓰기 싫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곡차곡 적어 내려간 감사일기였다. 


한편, 내 경우 뭐든 목표를 세우면 공개적으로 주변에 선언해 놓고 하는데 블로그에 공개적으로 작성하다 보니 지속하기가 수월했던 것 같다. 


일단, 습관이 만들어진다는 21일을 목표로 잡고 시작해라. 21일 목표한 바를 이루면 일단은 성취감이 들 것이다.




Q. 너무 사생활 노출이 아닌가요? 공개적으로 쓰는 이유가 있나요? 


오랫동안 블로그에 솔직한 글을 써 왔기 때문에 내 생활이나 생각을 노출하는 것에는 별로 거리낌이 없다. 다만, 회사 대표로 있을 때 종종 내용을 검열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이제는 슬슬 비공개로 바꿔야 하나 고민했던 적은 있다. 


결론적으로 비공개로 바꾸지 않은 이유는, 오랫동안 공개로 써온 것에 대한 익숙함이 가장 크고,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쓰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 쓰다 보니 수년째 내 글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종종 내 감사일기를 읽고 특히 힘든 일을 겪고 있음을 알아챈 이웃들이 “에이프릴을 응원해요" 메시지를 보내는데 이게 정말 큰 힘이 된다. 


또한, 지난 3,000개의 감사일기가 나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사기꾼으로 몰아붙인 소송으로 고생할 때, 재판장님이 사건을 정리해 주시기 전까지는 내 입으로 사건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때 억울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면, 생각했다. 내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지난 3,000개의 감사일기가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대변한다고. 감사일기를 공개로 쓰길 참 잘했다고. 


마지막으로 블로그 안에 차곡차곡 쌓인 감사일기가 오천 개가 되고 만 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프라이버시 이슈가 있음에도 나는 공개로 쓴다.



내가 현재 가진 것에 집중하면 항상 더 많은 것을 소유하게 됩니다. 내가 없는 것에 집중하면, 절대로 더 많이 가질 수 없습니다. - 오프라 윈프리

행복해 지고 싶은 당신에게 내가 아는 최고의 비밀을 가르쳐 주겠다. 

딱, 21일 동안만 일단 감사일기를 써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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