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를 돌이켜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다. 동네 도서관 프로그램이었는데 직접 작사, 작곡해 내 노래를 만드는 6주간의 수업에 참여했다는 거다. 코드도 제대로 모르는 내가 노래를 만든다는 건 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작곡 선생님에게 흥얼거리며 2~3초짜리 5개 정도를 핸드폰에 녹음해서 카톡으로 보내면 선생님은 그 흥얼거림에 코드를 입혀 악보로 만들어주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수업 시간에는 그렇게 조금씩 완성되는 악보를 채울 가사 내용을 각자 고민하고, 같이 얘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년, 아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엄마,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하는 엄마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사에 녹여냈다.
나는 당시 교회에서 하는 상담을 받고 있었기에,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매일 밤 만나는 내 불안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 잘랄루디 루미 시인이 쓴 <여인숙> 시처럼 나의 어떤 감정도 여인숙과 같은 내게 찾아오고 사라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을 담은 노랫말을 쓰고 싶었다.
수업 막바지에 어렵사리 노래 제목을 ‘환영’으로 정했다. 눈앞에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뜻하는 환영(幻影)과 오는 사람을 기쁜 마음으로 반갑게 맞음을 뜻하는 환영(歡迎), 이렇게 환영의 두 가지 중의적인 의미를 표현했다. 비로소 매일 내게 찾아오는 불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노래가 완성되었다.
이 수업의 끝은 작사, 작곡을 한 사람이 직접 노래를 불러 녹음까지 하는 거였다. 하지만 난 노래를 잘 부르지 못했기에, 노래를 곧잘 부르는 꾸마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내가 만든 노래를 딸이 부르다니, 녹음 전부터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이의 녹음 과정을 지켜보며, 얼어붙었던 내 마음이 눈 녹듯이 풀어졌다. 아이의 노래가 날 보듬어 안아줬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나의 흥얼거림으로 만들어진 노래라서 그런 걸까. 때때로 내 노래 <환영>을 흥얼댄다. 흥얼흥얼하면서 내 불안도, 내 슬픔도 그저 왔다가 그저 지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환영>
왜 울고 있어 힘들었던 거니 물어보질 못했던 나
지겹다고 밀어내며 화만 냈어 나는
넌 잠시 내게 머물다가고 싶었던 것뿐이었어
또 울고 있는 너를 아파했던 너를
외면하지 않고 안아줄게 내가
왜 울고 있니 힘들었던 거니
왜 그래 물어볼게 내가
괜찮냐고 괜찮다고
너무 늦어 아무 대답 없더라도
나 기다릴게 내가 들어줄게
이대로도 괜찮은 거라고
너와 같이 울어줄게
잠시 내게 머물다가길
밤이 점점 더 길어지는 것도
내가 작아지는 것도
모두 다 너 때문이야 원망했어 나는
넌 내게 환영받고 싶어서 왔었던 거뿐이었어
또 버림받을 거라 떨고 있던 너를
밀어내지 않아 안아줄게 내가
왜 울고 있니 힘들었던 거니
왜 그래 물어볼게 내가
괜찮냐고 괜찮다고
너무 늦어 아무 대답 없더라도
나 기다릴게 내가 들어줄게
너무 애써 살지는 말라고
이대로도 괜찮다고
이제 내가 웃으며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