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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민 Oct 14. 2020

폼나게 살자

"국경없는 괴짜들"을 읽고


우리는 흔히들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그 의미는
“대단히 빠르게 불어오는 바람과 미친 듯이 닥쳐오는 파도.”
를 의미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 표현이 참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청소년들을 아무래도 많이 만나는 필자는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엄청나게 빠른 바람을 느끼기도 하고, 미친 듯이 다가오는 파도를 경험한다. 특히 두 가지 주제가 그들이 질풍노도의 시기임을 실감케 한다.


 그것은 바로 이성 교제의 문제와 진로에 대한 문제다.


그래도 이성교제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든 바람을 잠재울 수 있는 문제지만, 진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정말 걷잡을 수 없다. 일년에도 몇 번씩 진로가 바뀌는 것은 다반사이고, 엄청난 꿈과 현실과의 괴리감 앞에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런 아이들이 원하는 직업 가운데 최근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진로가 있다. 


그것은 바로 NGO (non-governmental organization)
단체에 들어가고 싶다는 것이다. 


NGO 단체란? 정부기관이나 정부와 관련된 단체가 아니라 순수한 민간조직을 총칭하는 말로, 대표적인 단체로는 UN이나, 유니세프 같은 단체가 있다. 흔히들 이런 단체를 가기 원하는 학생들을 보면 머릿속에 NGO단체에 대한 굵직한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이러한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동경의 대상이 되고, 또 뭔가 폼이 난다. 



이같은 NGO 단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에 대한 이미지는 특히 뭔가 성스러워 머리를 숙여야 할 것만 같고 숙명적인 사람들만 가는 곳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어느 날 아프리카를 다녀온 선배가 건네준 사진속에 


“하얀 쪼기에 청바지를 입은 섹시한 국경없는 의사회”(p.16)


직원들의 사진을 보고 설레는 마음으로 잘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 “국경없는 의사회”로 확김에 뛰어든 사람도 있다. 폼 좀나게 살아보려 시작한 그 일은 생각처럼 낭만적이거나, 숭고한일이 아니었다. 그저 타들어가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하루 종일 돈을 관리하는 일을 하게기도 하고, 총알이 비처럼 떨어져서 순시 간에 34명의 응급환자가 실려와 밤을 새는 일도 허다했다. 심지어 배가 고파 닭을 잡겠다고 칼을 들고 마당에 뛰어다니는 의사, 식빵이 다 떨어져 아침을 못먹 었다고 하루종일 궁시렁 거리는 의사들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저자는 우리에게 아주 신랄하고 생동감 있게, 현실적이면서도 생각해 볼수 있는 이야기들을 던진다.      


  마지 자신을 철부지처럼 적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은 어느덧 우리를 든든하게 이끄는 국경없는 의사회로써 아프리카 수단의 구호현장으로, 국경없는 의사회 본부인 프랑스로 이끌어 간다. 이같은 저자의 이야기가 아쉽게 마칠 무렵 그의 솔직한 말이 가슴에 남는다.


 “솔직히 내 비록 그때는 섹시한 조끼가 갖고 싶어 지원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 구호현장을 직접 겪어 보고 나면 훌륭한 사람으로 바귀리라는 믿음도 있었다. 진심이다. 정말 나도 바뀔 수 있다고 믿었다. 사람이란 자고로 환경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발전하기도 하니까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보면 변한게 별로 없다.”(309.p)


 하지만 우리는 그가 이미 변한 사람이란 것을 마지막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마지막에 언제까지 그렇게 독수리 오형제처럼 살아갈 거냐고 묻는 친구의 질문에 이렇게 속으로 말한다.


 “꼭 돈많이 벌고 집을 사야 성공한 삶은 아닌거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만족하고 살아야지. 돈, 집,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 그렇게 살려고 했으면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국경없는의사회에 들어오지도 않았지. 난 다짐했다. 평생 폼나게 살거라고.”


 그렇다. 이미 철이 들어버린 저자의 이 마지막 메시지는 나도 폼나게 살고 싶게 한다. 그리고 이제 매서운 바람과 거센 파도를 맞이하는 청소년들에게도 자신 있게 말해주고 싶다.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하려고 살지 말고, 이 세상을 하고 싶은거 하면서 평생 폼나게 살아보라고. 그게 바로 성공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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