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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민 Jun 15. 2022

잠깐 쉴때 듣는 책

오늘은 이만 좀 쉴개요 : 별 네 개

잠깐쉴때 듣는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 별 네 개 >


 오디오 북이 언젠가 부 터 유행한다. 이곳저곳에서 광고한다. 아마도 나 같은 책쟁이들을 위한 희소식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물론 그 가운데도 나누어진다. '책종책파'(책은 종이로 읽어야 책이지)'와 '어읽책파(어떻게든 읽으면 책이지)'. 물론 이들이 있기 전에 엄청난 사건이 이전에 있었다. 종이책 파와 전자책 파이다. 나 역시 전자책에 대한 의구심에 뜸 들이고 있다가 집안에 가득한 책에 지친 아내의 말에 전자책에 입문했다. 그런데 어느새 전자책이 내 발목을 자잘하게 채워나가고 있다.


 나는 낀 세대다. 세상에서는 MZ세대에 집중하고, 때로 586세대를 언급한다. 얼마 전에 뉴스에서 내 나이를 낀 세대라 부르는 걸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 세대를 유일무이한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둘 다 활용할 줄 아는 세대라고 위로한다. 그러나 조금 더 솔직해져 볼까? 우리 세대를 돌아보면 아날로그를 버리지도 못하고 매번 새로워지는 디지털 문화에 적응이 뒤처진다. 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낀 세대의 특징은 적응력이다. 어쨌든 살아남기 위해 적응해야 하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 결국 나는 오디오 북에도 적응하고 있다.


 나는 오디오북을 특별히 산책과 자기 전 듣는다. 아직은 완벽한 적응이 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눈이 쉬고 싶을 때, 소란스럽고 복잡할 때, 바쁜 시간 속에 생각 없이 귀와 뇌를 보드 담아주는 자극을 원할 때였다. 이 책도 그렇다. 이 책은 전자책으로 구매했고, 오디오 북으로 다 읽었(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듣고 그냥 넘기면 안될 것 같은 부분은 멈추고 다시 눈으로 읽어갔다. 책은 친절했다. 헉헉거리며 하루를 살다 내면의 파고가 거대해 일렁이고 있을 때 저자는 서서히 잔잔한 물결로 이끌어주었다. 잠깐 멈추며 넋을 놓고 단어 하나에 오랜 시간 동안 생각에 잠기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사실 나는 저자가 처음에 안내했던 대로 착하게 실천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말한다. <저의 생각을 정답으로 삼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일단 책을 잠시 덮고 눈을 감아보세요. 눈을 감는 것만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큰 도움이 되니 꼭 해보세요.>


 친절한 저자의 안내에 따라 책을 듣고, 읽다 보면 일상에 흩어져 숨어있던 지침과 힘듦의 파편들이 발견된다. 바쁘고 버거운 삶에서 숨기고만 싶었던 이야기, 문장, 단어들. 그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힘을 들이지도 않고 빻아 고운 가루로 만들고 쥐고 있던 것을 놓게 만드는 게 이 책의 매력이다. 저자는 간혹 적극적이고 분명한 방법으로 조언한다. '모두에게 해명할 필요는 없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대하는 자세, 내 사람을 구분하는 방법.' 그리고 때로는 애매하고 모호하게 자신의 이야기와 더불어 답을 구해보자며 초대한다. '이런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할까요?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 등.


 보는 것에 지쳐있던 내게 들음을 통해 읽어가는 방법을 일깨워준 책이 고맙다. 위로와 격려의 에세이가 하루가 멀다고 가득 넘쳐나는  시대에  책이 내게 돋보이고, 반짝거렸던 이유는 아무래도 진정성이 아닐까? 전자책에서 텍스트를 읽어주는 감정의 변화 없는 음성이 이토록 내게 위로가 되었던 것은, 수많은 질문을 같이 고민해보자고 마음을 열어주던 환대의 글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이런 글이라면 언제든  듣고  읽고 싶을  같다. 고맙다.  글을 읽는 동안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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