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월의 첫날, 아들이 처음으로 헤어펌을 했다.
아이는 학교를 그만두면서부터 머리를 길러오고 있다. 길이가 좀 길어 묶을 수 있는 정도가 되자 한동안은 묶고 지냈다. 재작년에 기타를 연습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뒷머리 길이는 어깨선에 닿을 듯 말 듯 자르고 앞머리를 길러 눈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엄마로서는 당황스러운 스타일이다. 나는 십 대의 해사한 아이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마주하고 싶은데, 아이는 자꾸만 가리는 것이다. 눈을 가리면 앞이 안 보이지 않을까 싶은 우려에도 끄떡없이 고수하려는 그 모습은 아이가 애정하는 밴드의 리더가 오래도록 해오는 스타일이다. 아들이 아이돌도 아니고 30년 가까운 일본 락밴드의 덕후가 될 줄이야.
스스로의 모습에 관심을 갖고 스타일을 만들어간다는 것은 참 고무적이고 멋진 일이다. 물론 누군가를 동경하여 그 모습마저 닮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나는 이해하기 어렵다.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마음 이어서이다. 하지만, 남편은 아이의 취향이 본인과는 좀 다르고 시기도 이르다고 생각하여 아쉬워 하긴 해도, 그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아보았다.
처음 머리를 기르기로 결정했을 때, 헤어디자이너가 아이의 머릿결은 좀 굵은 직모라 원하는 스타일이 있다면 다운펌을 하기를 권하였었다. 그래야 아무렇게나 뻗치지 않고 결이 정리가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번에 손질하는 김에 펌을 하기로 했다. 나는 차분히 다운이 될 것을 기대하며 기다렸다. 꽤 긴 시간이라 인강을 하나 듣기에 적당했다.
“엄마”하며 어깨를 툭 치는 손끝에는 낯선 남자가 서있었다. “이야. 드디어 후지상 스타일 완성이네.” 아이는 여전히 눈은 가렸지만, 굵은 웨이브가 넘실거리는 모양을 하고서 어색하면서도 꽤 마음에 드는지 씨익 웃어 보였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하고서 잠시 걸었다. 걷는 내내 찰랑거리는 머리칼이 자유롭다. 아이의 밝은 표정이 너무나 예쁘고 좋아서 사진을 찍어서 가족방에 올려두었다. 이 해맑은 모습으로 가을을 잘 보내기를 바란다. 아이의 인생에 변곡점이 될 이 시기에 햇살 같은 날로 기억되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