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by 물빛

턱관절치과에 다닌 지도 꽤 오래되었다. 처음 파노라마 CT를 찍었을 때는 이미 턱관절의 퇴행성관절염이 4-5년 이상 진행된 상태였고, 음식을 씹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스플린트를 제작하고, 턱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했다. 질기고 딱딱하고 쫀득한 음식은 더 이상 먹지 않는 습관을 들였고, 진통제를 2년 이상 먹었다.


통증이 줄어들거나 없어져도 이미 갈려버린 턱관절이 좋아질 리는 없었다. 갈려서 부서진 뼈의 끝은 뾰족했었는데, 그동안 저절로 갈고리모양으로 자리 잡았고, 뼛조각들은 관절이 움직일 때마다 모래알이 부딪히는 것처럼 소리를 낸다. 내 컨디션에 따라서 통증이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스플린트는 잘 때 착용을 하면 턱관절의 위치를 적절히 유지해 주기 때문에 아주 유용하다. 그러나 알러지성비염이 있는 나로서는 환절기이거나 비염이나 몸살감기가 심한 날은 스플린트를 착용하면 코로 숨을 쉬는 게 힘들어서 착용을 빼먹곤 했다. 통증이 없어지고는 빼먹는 횟수도 늘었다. 정확한 날짜를 말하지 않아도 선생님이 모를 리가 없다.


작년 가을 검진에서 다른 형태의 스플린트를 권해주셨다. 약간 드라큘라를 연상될 만큼 형태가 기괴하다. 그러나 기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새로운 재료라 공기 중에서는 단단하지만, 착용을 하면 부드러워진다는 특징도 있다. 선생님은 특별요금을 적용해 주겠다고 했는데, 특별요금조건은 착용하고 난 치료과정을 연구에 활용하고 활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정가를 다 받아도 해야 할 상황인데, 너무나 감사한 일 아닌가. 다만 본을 뜨고 제작하는 일이 예전보다 더 복잡하고 힘들었다. 제작 후 차츰 주기를 늘려 검진을 갔다. 새 스플린트를 착용한 지 이제 1년이 넘었고, 최근에 다시 아파서 매주 병원을 다니고 있다.


남편이 뭐라 말했는지 궁금해하기에 이야기해 주었다. 한참을 듣더니 "연구대상으로 선정할 만하네. 그렇게 디테일하고 민감하게 평가하고 이야기하는 환자가 흔하지 않을 거야." 그런다. 그래서 나 연구대상이 된 거야? 갑상선암 수술 후에도 연구대상자에 동의했었다. 요즘 코칭팀에서 듣는 얘기와도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언젠가 언니가 "너 자신을 인정해야 해."라는 말을 했었다. 내가 아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는 많이 다른가? 나를 잘 아는 이들의 눈을 통해서도 유심히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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