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언어>
PO(Product Owner)라는 직무는 IT기업에 많이 있는 직무인데, 그들의 사고방식과 일하는 방법이 매력적이어서 우리 회사에도 PO처럼 일하고 사고하는 것을 도입하려 노력 중이다. 그 와중에 PO관점을 담은 책이 있다 하여 읽어보았다. <일의 언어>라는 책이다.
내가 생각하는 PO 직무는 본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방법과 관리할 핵심 지표를 설정하여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비단 IT업계, 서비스에서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업계, 유통, 컨설팅에도 PO의 마인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PO를 작은 CEO라고 부르는 만큼 일을 대할 때 PO의 마인드는 매력적인 업무 태도이자 접근법이다.
그렇다면 PO의 핵심인 가설을 잘 세우고 방법은 무엇인가?
책에서는 고객의 상황과 욕구를 이해하는 밀크쉐이크 사례를 소개한다.
한 패스트푸드 체인 업체에서 밀크쉐이크를 더 많이 팔기 위해 값을 내리고, 더 달게 만들고, 맛을 다양화하는 등의 많은 시도를 하지만 모든 시도는 실패하게 된다.
고객은 생활 속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충족되지 못한 '할 일'을 해결 혹은 발전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할 일은 그것이 발생하는 구체적 맥락(상황) 속에서 정의되고, 해결책도 맥락(상황) 속에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어떤 이유 때문에 밀크쉐이크를 사는지 그 이유(=상황)를 아는 것이다. 그래서 조사팀은 체인점 매장에 서서 고객들을 관찰했다. "그들은 언제 밀크셰이크를 사는가? 그들은 어떤 옷을 입고 있는가? 그들은 혼자인가? 그들은 밀크셰이크와 함께 다른 음식도 사는가? 그들은 매장에서 밀크셰이크를 마시는가, 아니면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가?"
조사결과, 굉장한 숫자의 밀크세이크가 오전 아홉 시 이전에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들은 주로 패스트푸드점에 혼자 오는 사람들이었고 그 시간대에 그들은 매번 그것만을 샀다. 또 매장에서 마시지 않고 밀크쉐이크를 가지고 나가 차를 타고 떠나갔다. 고객들에게 왜 이 패스트푸드점에 와서 밀크쉐이크를 사는지 물어봤을 때 고객들은 처음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밀크쉐이크 외에 다른 것은 어떤 걸 사냐고 묻자 그제야 대답하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패스트푸드점에 오는 고객들은 모두 동일한 '할 일'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직장까지 길고 지루하게 차를 몰고 가는 일이었다. 그들은 아침 통근길의 적적함을 덜어줄 만한 게 필요했다. 그들은 아직은 배가 고프지 않지만 두 시간쯤 지나면 허기질 것 같았다.
그들에게 바나나는 금방 배고파지고, 도넛은 손가락을 끈적거리게 하고 부스러기들이 많이 떨어진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또 스니커즈 바를 먹어 봤지만 과자를 아침으로 시작하는 것이 찜찜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그냥 밀크쉐이크가 아니라 바나나, 도넛, 스니커즈 바, 스무디, 커피 등을 모두 합친 것이었다. 밀크쉐이크 구매자들의 공통점은 개인적 인구통계(남녀노소)와는 무관했다. 그보다는 오전의 해야 '할 일'을 밀크쉐이크가 해준다고 생각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잠을 깨워주고 아침 통근길을 심심하지 않게 해 줘"
그렇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걸쭉한 밀크쉐이크 인것이다. 그래야 길고 지루한 통근길에 천천히 빨아먹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거기다가 과일 조각을 집어넣을 수도 있으나 밀크셰이크를 건강식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 그것은 밀크쉐이크가 사용되는 이유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과일이나 초콜릿 조각을 집어넣어 빨대를 빨 때마다 느낄 수 있는 약간의 ‘놀라움’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통근자의 출근길을 덜 심심하게 해 준다는 목적이 컸다.
어떤 원인 때문에 고객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그들의 생활에 사용하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PO적 관점이라는 것은 그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가설을 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고객의 마음속에서 어떤 제품과 경쟁하고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살펴본다면 새로운 성장의 길이 열린다. 그 후 우리 제품에 대해 다양한 고객이 바라는 모든 '할 일'을 파악한다면 사업이 성장하는 방식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즉 다양한 고객의 해결해야 하는 상황과 경쟁 제품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을 통해 상품과 경쟁 시장에 대해 완전히 다른 렌즈를 갖게 되는 것이다.
수치적인 데이터는 제품이 고객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 제품에 대한 고객만족도 수치도 제품이 어떻게 하면 문제를 더 잘 해결하게 할지에 대한 단서를 알려주지 못한다. 하지만 대다수 회사는 데이터만을 가지고 제품의 성공을 추적하고 측정한다.
고객에 대한 통찰에서 시작하여 고객이 어떤 제품과 서비스에게 해주기 바라는 '할 일'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올바른 체험을 창조하고 그 체험을 중심으로 '할 일'의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필수 조건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고객의 기능적 욕구뿐만 아니라 정서적 욕구 또한 파악해야 한다. 밀크쉐이크 예시를 다시 돌아보면 고객은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어떤 일을 해결하기 위해 밀크셰이크를 구매한다. 밀크쉐이크를 구매하는 건 특정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욕구의 덩어리 때문이다. 이런 욕구 덩어리는 기능적 혹은 실용적 욕구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배가 고프니 아침을 먹어야겠다”) 사회적, 정서적 욕구도 포함한다(“혼자 지루하게 통근길에 올랐는데 뭔가 심심풀이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른 아침에 밀크셰이크를 손에 들고 있는 내 모습을 동료에게 들키면 당황스러울 것 같다”).
이런 욕구들 중 더 우선시 되는 욕구가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차를 몰고 들어가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침 통근길에 필요한 밀크쉐이크를 살 수 있다. 어떤 욕구의 상대적 중요성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전혀 다른 이유로 인해 밀크셰이크 구매를 할 수 있다.
고객의 정서적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면 세그웨이 같은 사단이 날 수 있다. 당초에 세그웨이는 효율적인 개인 운송수단이라는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구상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대체 누구의 욕구인 것이고 언제, 왜,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가? 어떤 사람이 원하는 곳에 더 효율적으로 가려할 때 의외로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세그웨이는 세련된 발명품이기는 했지만 많은 사람의 할 일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생각보다 세그웨이를 타는 모습이 구리다. 멋이 나지 않는다.)
기존 제품을 개선하기 위해 가설을 설정할 때 해당 마인드가 정말 많이 도움이 된다. 또한 신제품을 기획할 때도 이것은 대체 누구의 욕구를 충족시키는지? 언제, 왜,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지? 해당 상황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인지? 에 대해 꼭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