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리안 (Marianne, 2019) 리뷰
프랑스
공포, 미스터리
8부작
10년간 연재한 공포소설 '리지 라르크 이야기'의 막을 내리는 기념으로 사인회를 열게 된 공포소설 작가 에마 , 그곳에서 자신을 찾아온 옛 친구 카롤린을 만나게 된다. 에마는 오랜만에 만난 카롤린을 보고 반가워하지만 카롤린은 피가 묻은 엄마의 물건을 전해주며 고향으로 돌아와 엄마를 만나 달라고 부탁하고
카롤린의 등장에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고통스러워하던 에마는 다시 악몽을 꾸게 된다.
마리안은 누구든 될 수 있어. 나나 너처럼
카롤린의 말이 신경 쓰인 에마는 자신의 비서 카미유와 고향 '엘든'으로 떠난다. 엘든에 도착하자마 이름 모를 불편함을 느낀 에마는 고향에 오래 머물길 꺼려하며 자신의 집이 아닌 카롤린의 집으로 가게 된다.
음산한 기운이 맴도는 카롤린의 집, 문이 열리고 에마를 반갑게 맞이하는 부인
부인에게 카롤린의 죽음을 전하지만 부인은 슬퍼하는 기색 없이 일행을 집안으로 들이고, 집에 들어온 에마는 집안 곳곳 놓인 자신의 물건을 보며 두려움을 느낀다.
차를 내오던 부인은 카롤린이 에마를 동경하고 그의 소설을 좋아했으며 자신도 에마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한다. 마리안을 위해 사인을 해달라는 부인의 말과 자신을 몰아세우는 태도에 불안함을 느낀 에마는 그대로 카미유의 손을 잡고 집을 빠져나온다.
난 빈손으로 떠나지 않아, 에마
집에서 빠져나와 차에 탄 에마를 따라온 부인은 '리지 라르크 이야기'를 연재하지 않으면 부모님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연락이 되지 않는 부모님이 걱정된 에마는 카미유에게 곧장 집으로 향하자고 하는데...
2019년 방영된 <마리안>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꿈과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한 여성이 과거를 돌아보며 마녀 마리안을 물리치는 내용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공포 드라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는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설정으로 시청하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공감을 얻지 못할 만큼 난해하거나 끝맺음이 부족해 손이 가지 않는 작품이 많다. 이러한 특성상 <마리안>은 자칫하면 손이 가지 않는 작품이 될 수 있었으나 감독의 뛰어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든 작품이 되었다.
마음에 든 부분을 몇 개만 꼽아보자면,
소설을 중심으로 사건이 일어나는 드라마답게 에피소드마다 장소, 인물, 사건에 따라 파트가 나눠지는데, 파트별 이름이 인물의 이름이 될 수 있고 장소가 될 수 있다. 파트가 주기적으로 등장하여 책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인상 깊었다. 에피소드를 시작하면 어두운 구절이 하나씩 등장하고 책을 넘기면서 앞부분의 내용을 빠르게 보여주는 장면도 그런 느낌을 준다.
공포와 관련된 작품의 경우 안개가 낀 것같이 파랗고 회색빛을 띄는 화면을 만날 수 있다. 넷플릭스 측에서 의도한 것인진 모르겠지만, 오리지널 작품 중에 이러한 화면을 자주 접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파란색과 회색이 주는 효과로 공포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빨간색 계열의 색은 따듯함을 전달하지만 파란색 계열의 색은 차가움을 전달한다. 공포의 특성상 보는 사람이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를 느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촬영 방법으로 시각 효과를 높인 것 같다.
또한, 에마의 집에서 잠을 자는 카미유가 새벽에 이상한 느낌을 받고 밖으로 나갔다가 에마의 부모님에게 공격을 당한다. 멍하니 있던 카미유는 사이렌 소리에 놀라서 귀를 막는데, 카미유가 귀를 막으면 소리가 작게 들리고 귀에서 손을 떼면 크게 들린다. 이런 디테일을 보면 청각 효과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리안>의 배우들은 전체적으로 연기가 적당했지만 카롤린의 엄마로 등장한 미레유 에르브스트메예르의 연기가 돋보였다. 심심할 수 있는 초반 분위기를 악마에 빙의되어 망가지는 모습과 슬며시 올라가는 입꼬리로 바꿔놓았다. 상당히 잔인한 부분이 있는 드라마임에도 아무 동요 없이 촬영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단 말밖에 안 나왔다.
그렇게 모든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 카롤린 엄마의 연기만 기억에 남았다.
너 때문에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어떤 것도 바꾸고 싶지 않아
넌 내 딸인걸
사인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자신을 원망하고 두려움을 느끼며, 걱정돼서 연락도 없이 찾아간 집은 고요하고, 부모님의 속마음을 다시 한번 느끼고,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오랜 친구들과 재회하고 과거를 나누면서 과거에 있던 일에서 이겨내는 장면. <마리안>은 자신을 괴롭히는 존재 마리안과의 싸움이 끝이 아닌, 과거를 숨기고 도시에 살던 에마가 현실을 인정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깨닫게 되는 가족, 친구에 대한 감정이 잘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에마는 마리안이라는 공포의 대상으로 인해 도시로 도망갔지만, 현재의 에마는 두려움을 느껴도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싸운다. 자신밖에 몰랐던 그는 여러 사건과 갈등을 겪으며 성장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드라마 속에서 마리안과 싸우는 에마는 사회에서 지친 우리가 아닌가 싶다.
사진 출처 : 넷플릭스 (Netfl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