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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May 27. 2020

악이 인간인 것인가 인간이 악인 것인가

드라마 베탈 : 악마의 군단 (Betaal, 2020) 리뷰




베탈 : 악마의 군단 (Betaal), 2020


인도

공포, 액션

4부작


★★★☆☆







지하 세계의 신이시여
당신의 피난처 아래 있는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부디 잠에서 깨어나지 마시고 우리의 평화를 지켜주소서


어두운 분위기의 사원, 문이 열리고 등장한 무녀는 남자가 건네주는 피를 마시고 환영을 보게 된다. 환영을 본 후 말없이 웃던 무녀의 모습이 기괴하게 변하고, 이를 본 남자는 석상을 가리라고 지시한다. 남자의 말대로 석상을 가리자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무녀는 터널의 문을 열게 두지 말라고 한다.



오래된 터널을 뚫어 도로를 만들면 수리아 건설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하는 무달반의 앞에 주민들이 달려와 공사를 반대하는 시위를 연다. 주민들을 낙살라이트라고 치부하는 무달반은 주민들의 반대로 총리가 마을에 오는 날까지 완공할 수 없음을 느끼고 군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한편, 아빠를 따라 현장에 온 사안비는 터널 앞에서 사체를 발견하고 분누에게 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사미르 니와스 작전으로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로히에게 사령관은 부대와 조국의 안전을 위해서 강요받기도 한다며 위로하고, 닐자 빌리지에 폐허로 남은 영국군 막사를 점령하여 개발을 반대하는 낙살라이트를 진정시키라고 명령한다. 무달반에게 이번 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차기 사령관은 시로히가 된다고 말하자 기분이 좋아진 시로히는 동료들과 마을로 떠나지만, 악몽은 그를 붙잡고 놔주질 않는다.



군인들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본 주민들은 무기를 들고, 군인과 주민이 대치되는 상황 속 마을은 긴장감과 두려움이 흐르게 된다. 사람들 앞에 선 시로히는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온 것이며 명령을 어긴다면 낙살라이트로 간주하고 체포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주민들은 화를 내며 군인을 공격하고 군인도 그들을 말리기 위해 공격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군인의 힘에 굴복한 마을 사람들을 체포되어 차에 오르고 마을은 불바다가 된다.



만약 이 터널이 열리면 저주가 모두를 잠식할 것이다


군인을 피해 도망간 푸니야는 종을 울려 무녀를 부르고 군인이 마을을 장악하고 신성한 땅을 더럽혔다고 도움을 요청한다. 푸니야의 도움에 응한 무녀는 마을 사람들과 터널 앞을 막아서고, 한참을 지켜보던 군인들은 그들이 낙살라이트나 테러리스트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상대가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상 사격을 하지 않겠다는 말에 무달반은 사령관을 압박하고 마지못해 사령관은 지시를 내리게 된다. 사령관의 지시에 군인들은 몸에 부착된 카메라를 끄지만 사격을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본 무달반은 분누를 시켜 폭발을 일으키고


갑자기 일어난 폭발로 당황한 군인들은 터널 앞에 있던 사람들을 죽이게 되는데.....







좀비 드라마 <베탈 : 악마의 군단>을 보면서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베탈 : 악마의 군단>은 닐자 빌리지란 저주 걸린 마을을 중심으로, 동굴을 뚫어 도로로 만들기 위해 눈이 먼 사람과 그들을 막기 위해 싸우는 주민, 저주를 직면한 군인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그 나라의 대표되는 작품을 보면 분위기를 알 수 있다고 하듯, 인도의 분위기가 궁금하면 인도 작품을 시청해야 한다. 그렇다면, 인도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혹은 영화는 어떤 식으로 표현될까? 우스꽝스러운 행동, 갑자기 등장하는 발리우드 노래.. 우리가 아는 것은 이것이 끝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인도 드라마라고 하면 거리감을 둘 수밖에 없다. 앞서 <구울>, <당갈>과 같은 작품을 감상한 적이 있지만 그것들도 나의 편견을 부수지 못했다. 그 후 보게 된 <베탈 : 악마의 군단>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베탈의 저주를 이용해 이 야만인들을 짓밟으리라


<구울> 외 인도에서 제작된 공포 영화나 드라마를 본 적이 없지만 전체적인 스토리와 설정으로 보면 미국에서 제작된 작품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마을에 도착한 외부인으로 인해 마을에 걸린 저주가 풀리고 거기서 나타난 저주를 물리치기 위해 주민과 외부인이 힘을 합쳐 싸운다는 스토리. 이것만 봐도 생각나는 작품이 몇 개 있을 것이다. <베탈 : 악마의 군단>은 이런 흔하고 지루할 수 있는 설정을 가지고 인도 스타일로 바꿨다. 인도의 느낌은 강하나 가벼운 느낌이 들진 않았다.


에피소드 시작마다 검은색 바탕에 빨간 글씨로 쓰여있는 문구들은 공포에 약한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고, 그다음에 짧게 나온 무서운 장면들은 눈을 손으로 가리게 만들었다. 긴장한 것과 달리 초반엔 무서운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클라이맥스에 갈수록 자주 등장하는 좀비의 외형이 너무 무서웠다. 좀비만 봐도 '이게 진짜 인도 드라마라고? 인도판 <킹덤>인가?' 할 정도였고 등장한 배우들 모두 연기를 잘했다.



컴퓨터 화면으로 설명하거나 동굴에 들어간 군인들의 몸에 부착된 카메라로 상황을 전달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주 접하는 작품들에 비하면 아쉬운 감이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인도 작품의 편견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였다. 통신이 원활하지 않아 버벅거리다가 저주를 마주한 장면도 작품에 집중력을 높이기에 좋았다.



국가에 우리가 필요할 때 우리는 매번 목숨을 걸었습니다.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안위도 잊은 채 당신 같은 가짜 지식인들이 편히 잠들게 싸웠단 말입니다.


극 중에 등장하는 CIPD 바아즈 부대의 티야기 사령관은 초반 정부와 군인을 비판하는 지식인에게 군인 모두를 대변하여 군인들의 지지를 얻는 장면, 마을에 도착했을 때 무례하게 대하는 무달반에게 강하게 얘기하는 장면을 보면 자신의 신념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위에서 따르는 지시에 맞춰 활동할 수밖에 없는 군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한테 말할 때는 내 눈을 똑바로 봐


신병이 바아즈 부대에 들어오고 시로히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지만 곧바로 알루가 부사령관이라는 걸 알게 되자 표정이 굳는 걸 보고 강하게 말하는 장면이 좋았다. 터널 앞을 도착한 군인을 막는 사람들에게 맨발에 누더기를 걸친 모습이 위협적으로 보이냐고 묻는 장면, 사격 명령이 떨어지기 전 시로히에게 이건 대량학살이라며 잘 생각하라고 하는 장면에서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 위에서 내려온 지시를 따르지만 죄 없는 민간인을 죽이는 일은 문제라고 생각하는 최소한의 인간성이 남아있는 군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 속 여러 인물이 눈에 들어왔지만 티야기 사량관과 알루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이 둘이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여성 인권이 낮은 나라인 인도에서 제작된 드라마치고 여성이 명령을 내리거나 조언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과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군인의 위치에서 조금이나마 남은 인간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저희는 여러분을 보호하려고 여기 온 겁니다


<베탈 : 악마의 군단>을 보면서 '과연, 터널에서 등장한 좀비만이 악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의 스토리만 본다면 주인공이 싸워야 할 적은 정체불명의 좀비지만, 초반부터 결말까지 시간이 흐르면서 이성을 잃는 모습에 의문도 들었다. 무고한 마을 주민을 낙살라이트로 몰아가 죽인 사미르 니와스 작전, 터널을 뚫기 위해 마을로 들어가 주민들을 때리고 체포한 뒤 불바다로 만들고, 터널 앞을 막은 주민을 죽이고 확인 사살까지 한다. 그들이 일을 처리할 땐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라고 한다. 그 말에 난 핑계에 불과하며 어떤 이유가 있든 그들이 자신의 손으로 사람을 죽인 것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터널 앞을 막은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폭발을 일으킨 무달반은 딸인 사안비 앞에서 엄마의 뺨을 때리고, 사람을 죽이고 터널을 연 아빠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사안비에게 말대답을 한다며 사안비의 뺨을 때린다. 사안비는 지지 않고 무달반과 분누가 한 행동을 모두에게 알린다고 하자 딸을 죽이려고 했다. 그의 입장에선 모두를 위한 일이 될 수 있지만, 사안비의 눈에 아빠는 악마와 다를 바 없었다. 실제로 가정폭력이 일어나면 "그래도 아빠인데"라는 말이 따라온다. 그래도 아빠인데 어떻게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냐고 말이다. 그럼, 반대로 그래도 아빠인데 딸을 때리냐고 생각해보자. 무달반의 행동이 악하지 않다면 무엇이 악한 것일까.


우리가 잔인한 행동을 한 사람에게 악마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이 말은 요즘 악마보다 못 한 행동을 했을 때 쓰는 말이다. <베탈 : 악마의 군단>은 일반적인 좀비물과 다를 바가 없게 보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악'이라는 존재가 지어낸 것이 아닌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좋은 작품이었다.








사진 출처 : 넷플릭스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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