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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Jun 24. 2020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단계는
두 번 보는 것이다

2020년 상반기 개봉 영화 8편 리뷰


2020년, 코로나 19로 영화 시장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영화를 개별 구매해서 보던 것에서 넷플릭스, 왓챠 플레이, 웨이브 같이 요금제에 가입해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극장에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이 생긴 것이다. 극장에 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영화의 개봉일이 연기되는 부분에선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언제 어디서든 영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보고 싶었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20년 감상했던 영화 중 기억에 남았던 영화를 짧게 리뷰하기로 했다. 기억에 남았다는 건 좋은 의미일 수도 나쁜 의미일 수도 있다. 간단한 리뷰니까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




고양이와 할아버지

(ねことじいちゃん)


일본

드라마

1시간 43분


★★★★☆


고양이 타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다이키치는 아내가 남긴 미완성 레시피 책을 발견한다. 이웃들과 섬에 하나뿐인 카페 주인 미치코에게 새로운 음식을 배우며 자신만의 레시피로 책의 빈 곳을 채워나간다. <고양이와 할아버지>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섬의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진지하지만 엉뚱한 사연에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모습을 더해 한 장의 아름다운 사진을 보는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할아버지와 타마의 사연 말고 개연성이 없어 이야기가 따로 놀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잔잔한 매력이 영화의 끝을 보게 만들었다.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할아버지의 내레이션이 마음에 남는다.




그레텔과 헨젤

(Gretel & Hansel)


미국

판타지

1시간 27분


★★★☆☆


길을 잃은 그레텔과 헨젤은 먹을 것이 가득한 오두막에 이끌려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집주인의 배려로 음식을 제공받으며 안정을 찾는다. 하지만 매일 밤 악몽을 꾸고 오두막에서 일어나는 섬뜩한 일들은 남매를 어둠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레텔과 헨젤>은 동화를 원작으로, 시각과 청각의 효과를 살려 어두운 분위기를 강조하고 캐릭터의 설정을 바꿔 새로운 느낌의 미스터리 영화로 탄생했다. 초반 분위기나 그것을 강조하는 내레이션도 괜찮았지만 끝으로 갈수록 의미를 전달하고 신비로워야 한다는 강박에 무너져버린 부분들이 아쉬웠다. 다만, 마녀의 모습과 주인공의 심리를 건드리는 장면은 미스터리로 봤을 땐 나쁘지 않았다.




그집

(Malasaña 32)


스페인

공포

1시간 44분


★★☆☆☆


1976년, 새 출발을 꿈꾸며 도시로 이사 온 가족은 집에서 수상한 기운을 느낀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것은 가족의 꿈을 악몽으로 바꿔버린다. <그집>은 스페인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죽는 거리라고 불리는 안토니오 그리로에 얽힌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작품이다. 가부장제, 빈부격차 등 사회 문제로 대립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1970년대 스페인을 잘 녹였고 처음 보는 배우들의 연기는 어색하지 않았지만, 공포 장르의 여러 클리셰를 넣어 독창성이 사라졌다.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파악했으나 관객들을 놀라게 하기 위한 장치들로 묻혀버린 점이 아쉬웠다.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

(The High Note)


미국

코미디

1시간 53분


★★★★☆


그레이스의 매니저인 매기는 음악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낮에는 매니저, 밤에는 음악 작업을 한다. 10년 전 히트곡 하나로 버티는 그레이스는 매일 반복되는 공연에서 벗어나 새로운 앨범 발매를 꿈꾼다.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는 미국의 전형적인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던 부분도 배우들의 연기와 시원한 음악으로 풀어버리는 장점을 가진 작품이다. 음악을 주제로 하거나 뮤지컬 영화를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이 영화에 등장한 음악들은 보는 내내 가슴속 무언가를 자극한다. 매기처럼 이루고 싶은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줄 수 있는 멘토 같은 영화였다.




미스비헤이비어 (Misbehaviour)


영국

드라마

1시간 46분


★★★★★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는 여성들이 성적 대상화를 국민 스포츠로 만든 미스월드에 맞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자유를 외친다. <미스비헤이비어>는 1970년대 미스월드에 맞서 싸우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과거 실화를 풀어나가는 동시에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혐오를 지적하는 작품이다. 많은 영화를 보면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여성은 어떤 모습을 하던지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이 영화는 우리는 아름답거나 못생기지 않고 외모로 평가하는 사회에 화가 났다는 걸 보여줌으로 작품의 의미를 흐리지 않았다. 여성은 다른 위치에 있음에도 같은 혐오를 받는데 그 부분까지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오랜만에 본 완벽하고 멋진 페미니즘 영화였다.




사라진 탄환 (Balle perdue)


프랑스

액션

1시간 33


★★★☆☆☆



범죄를 위해 차량을 개조하는 정비공 리노, 물건을 훔치다 잡힌 그에게 경찰은 철창신세를 면하고 싶으면 협력하라고 제안한다. <사라진 탄환>은 차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차를 이용하여 보여줄 수 있는 기본적인 액션은 보여줬지만, 인물은 매력이 없으며 개연성이 부족하고 아쉬운 장면이 많았다. 차량을 개조하는 것도 방탄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차 앞에 쇠를 붙이는 걸로 끝나고 정비공이라는 직업이 무안하게 차로 싸우는 장면이 많지 않다. 인물끼리 싸우는 장면도 전형적인 액션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적당한 기본 그 자체였다. 잔잔한 액션 정도. <분노의 질주>처럼 자극적인 액션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한국

스릴러

1시간 48분


★☆☆☆☆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 앞에 거액의 돈 가방이 나타나고, 서로 속고 속이며 돈 가방을 쫓는 그들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절박한 상황에 몰린 사람들이 거액의 돈을 보고 욕망에 빠져 죽고 죽이는 불쾌한 작품이다. 사회에 있는 많은 사람을 모델로 하고 있어 그들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장면들은 의미 전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기에 개연성도 너무 떨어진다.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넣은 억지스러운 장면들은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전도연 빼고 어떤 매력도 없던 작품이다.




헌트 (The Hunt)


미국

액션

1시간 30


★★★★☆


낯선 곳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 도망친다. 사람들과 함께 사냥당하고 있는 크리스탈도 자신을 죽이려는 인물들의 정체를 밝히고 복수하기 위해 싸운다. <헌트>는 공포 영화로 유명한 블룸 하우스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표면적으론 자신을 노리는 무언가에게 복수하기 위한 액션 영화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성별, 인종, 종교, 동물 등 여러 사회 문제를 담고 있는 영화다. 또한, 주인공 크리스탈의 액션이 돋보였으며 인물들마다 가지고 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것도 재미있었다. 무분별한 혐오가 퍼진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PC라는 단어로 혐오를 덮으려는 사람에겐 눈엣가시로 여겨질 것 같다.




지루하기만 하던 일상에 영화가 들어오면서 단순하게 오락이라고 여겼던 영화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멘토가 되거나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사회에 나가기 두려웠던 누군가에겐 도전을 하게 만들고,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상처를 위로하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밖에서 나갈 수 없어 지친 사람이 있다면 영화를 시청해보는 건 어떨까? 한 편의 영화라도 큰 위로가 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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