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저주받은 소녀 (Cursed, 2020) 리뷰
미국
판타지
10부작
★★★★☆
시간의 안개 속으로 사라진 이야기가 있다
무적의 검과 그 검을 휘두르던 젊은 여인의 이야기
말을 타고 가던 니무에는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마을에서 도둑질을 하던 스퀴럴은 지나가면서 니무에에게 마녀라고 말하는 아줌마에게 화를 낸다. 재단에 받칠 제물을 찾던 니무에는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알고 보니 뒤에 서 있던 사슴이 내는 소리였다. 사슴은 니무에에게 죽음이 끝이 아니며 그들을 구하라고 말한다. 이해하지 못한 니무에가 다시 물어보지만 멀리서 날아온 화살로 사슴이 죽으면서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사슴에게 화살을 쏜 베넘은 마녀와 말을 섞으면 벌레를 투척할 거라며 비아냥 거린다. 그리고 숲을 나가던 니무에에게 아빠가 딸이 무서워서 도망갔다고 한다. 그 말에 과거가 떠오른 니무에는 화를 내며 자신의 숲에서 나가라고 한다. 말이 끝나자마자 나무로 만들어진 활이 베넘을 공격한다. 놔달라는 말에도 과거가 떠올라 혼란스러워하던 니무에를 엄마가 말린다. 시끄러운 소리에 사람들이 달려오고 남자는 니무에가 그랬다고 말한다.
능력을 멈출 수 없던 니무에는 자신을 마녀라고 부르지만 엄마는 창피해하지 말고 어리석은 자들이 니무에를 이해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재단에 안 가려는 니무에를 설득하는 엄마, 고민을 하던 니무에는 자신이 모은 제물을 들고 재단으로 향한다. 니무에는 제물을 올려놓는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을 피해 바깥쪽에 서 있고 엄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늘이 어두워진다. 불꽃에서 나타난 정령들은 니무에를 새 소환사로 선택한다. 사람들은 암흑 신의 낙인이 찍힌 아이라서 반대하지만 엄마는 정령들의 뜻이라고 한다. 니무에가 새 소환사라고 말하는 엄마에게 자신은 소환사가 되길 거부한다고 말한다. 니무에가 자리를 피하자마자 하늘은 다시 밝아진다. 니무에는 엄마에게 자신은 엄마처럼 되기 싫다며 화를 낸다. 그리고 친구 핌에게 페이족을 떠날 거라고 말한다.
어린아이에게 신에 대해 이야기하던 남자는 동산의 흙을 긁어내고 잡초를 뽑아야 한다고 한다. 악마는 여러 가지 모습을 한다던 남자는 아이의 손에 나뭇잎을 댄다. 아이의 손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다른 남자가 나타나 아이를 끌고 간다. 그렇게 남자와 일행들은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길을 떠난다.
사람들은 마을에 상처를 입은 문윙족을 데려온다. 문윙족 생존자는 붉은 가운을 걸친 사람들이 모두가 잠든 낮에 찾아왔고 나무에 불을 피워 많은 사람들이 자다가 죽었다고 한다. 죽지 않은 사람들은 그레이 멍크의 칼에 죽음을 맞이했다. 여러 마을을 학살한 레드 팰러딘이 북진하고 있으며 페이족도 길목에 있다고 한다.
핌과 함께 마을에서 떠난 니무에. 자신을 걱정하는 핌에게 여자인 것을 들키면 머리를 자를 거고 페이족인 것은 들키지 않을 거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마을에서 떠나기 위해 온 선착장엔 배가 보이지 않는다.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브라스 실드호가 언제 오냐고 묻고 편동풍이 불어서 어제 출항했다는 대답을 듣는다. 브라스 실드호는 반년 뒤에 돌아온다. 허탈함을 느끼는 니무에를 다독이는 핌. 마을을 둘러보던 둘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고 주목을 받으며 노래를 부르던 남자는 니무에와 눈이 마주치고 첫눈에 반하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작 <저주받은 소녀>는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강력한 힘을 가진 고대 전설의 검이 마법사인 니무에를 선택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주연은 <루머의 루머의 루머>로 이름을 알린 캐서린 랭퍼드가 맡았으며 원작가이자 DC와 마블의 만화가인 프랭크 밀러와 톰 휠러가 드라마에도 참여했다.
넷플릭스에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많아지고 있다.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워리어 넌 : 신의 뜻대로>, <올드 가드> 그리고 <저주받은 소녀>. 두 달도 안돼서 벌써 4개의 리뷰를 적었다. 기존에 있는 작품도 하나로 묶어서 리뷰하려고 모아보니 20개가 넘었다. 리뷰적을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워킹데드>나 DC 코믹스를 제외하고 본 적이 없어서 작품을 감상할 때마다 새로운 그래픽 노블 시리즈를 알아간다. 원작을 찾아보려고 구글링 해봤는데 생각보다 어두워서 놀랐다. 이번에 리뷰하는 <저주받은 소녀>는 고대 전설의 검이 아서가 아닌 여성을 선택한다는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을 재미있게 감상하려면 먼저 아서왕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왕이 될 자격이 있는 자만이 검을 뽑을 수 있다는 대사로 유명한 아서왕은 고대 브리튼 지역의 전설 속 인물이다. 당시 상황과 구원자에 대한 열망이 전설의 바탕이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중세 유럽에서는 아서왕에 대한 전설이 만들어졌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아서왕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는 여러 설이 있지만 바위에 꽂혀 있는 검을 뽑았다는 것과 호수의 여인에게서 받았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설정은 여러 판타지 소설에 영향을 줬다.
종교적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준 일화를 여성 서사로 바꾼 작품이 바로 <저주받은 소녀>다. 장 보델의 <아서왕 전설>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작품 속에 호수의 여인이 등장하는데, 그의 이름이 니무에다. <아서왕 연대기>에서도 니무에로 등장한다. 니무에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갖춘 인물이다. 정령을 모시는 페이족에서 소수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암흑의 신에게 낙인이 찍혔다. 그래서 니무에를 편견 없이 마주하는 인물을 제외한 주민들은 니무에를 마녀라고 손가락질한다. 그런 상황에서 엄마는 니무에에게 능력을 사용할 것을 강요하고 아빠는 마을을 떠나버렸다. 사람들은 니무에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마녀라고 비난한다.
전설의 아서왕의 이야기가 널리 퍼지던 유럽에선 마녀 사냥이 일어나고 있었다. 마녀 사냥이란 유럽에서 일어난 무차별적인 혐오 범죄로 몇 만 명이 고발당해 처형당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세일럼 마녀재판이 있다. 피해자는 남성도 있지만 80~90퍼센트가 여성이었다. 당시 성차별적인 시선으로 여성이 마녀로 몰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유는 별거 없다. 나이가 많거나, 남편을 잃었지만 돈이 많거나, 남성보다 똑똑하거나, 남성의 고백을 거절했거나. 여성에게 거절당해 앙심을 품은 남자들이 마녀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후에 마녀라고 하면 할머니를 떠올리는 이유도 나이가 많다고 마녀로 몰려서 처형당한 희생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마녀를 소재로 한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데 니무에는 사회적인 차별에 맞서 싸우는 캐릭터라서 마음에 들었다. 니무에가 기사단 남자와의 내기에서 이기게 되자, 남자는 마녀 짓을 한 거냐고 묻는다. 남자의 말에 니무에는 당당하게 마녀가 겁나냐고 묻는데 지금까지 마녀라는 말에 두려움을 느끼던 니무에가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이 좋았다.
내 겨울날의 여인이 말하네
악역은 매력이 떨어져서 아쉽지만 니무에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캐릭터들은 귀여웠다. 전설의 검을 뽑아서 왕이 됐던 아서는 니무에를 외조하면서 지지해 주는 다정한 연인이 됐다. 선착장에서 배를 놓치고 마을을 구경하던 니무에에게 첫눈에 반한 아서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노래가 끝나고 돌아가던 니무에를 쫓아간 아서는 니무에와 대화하는 동안에도 긴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니무에를 만나고 나서부터 강인한 모습이 사라지고 니무에를 향한 마음이 얼굴에 쓰여있는 순정남이 됐다. 힘들어하는 니무에 옆에서 다독여주고 기분 좋게 해 준다. 여성향 작품이라서 그런지 주기적으로 옷을 벗고 근육질의 몸을 보여주는데, 주인공의 성별이 바뀌면서 기존에 여성이 맡았던 역할을 남자가 맡아서 보여주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페이족인 핌은 니무에를 마녀로 보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진심으로 니무에를 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잔소리를 하거나 화를 내는 얼굴에도 악을 찾아볼 수 없다. 마을을 떠나려는 니무에에게 아쉬움을 보이면서도 니무에가 잘 살길 바라기도 한다. 평생 자신과 같이 지내자는 듯 얘기하던 것도 귀여웠다. 니무에를 쫓아오던 레드 팰러딘을 피해 숨었을 때, 바로 땅에 누웠던 말도 귀여웠다. 말은 거칠지만 악당에게 물러나지 않았던 귀여운 스퀴럴도 기억에 남는다.
<저주받은 소녀>의 원작을 본 적이 없어서 작품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주인공의 성별만 바뀐 판타지 작품인 줄 알았다. 아서가 어리다는 이야기를 듣고 10대 초중반쯤 되는, 한국으로 치면 중학생 정도의 아이로 등장해서 니무에가 악역과 싸울 때 옆에서 응원할 줄 알았다. 1화 중간쯤 등장해서 노래를 부르는 남자가 아서인 것을 알았을 땐 놀랐다. 장르가 판타지 로맨스인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남성이 주인공인 작품에서 여성이 히로인(연인)으로 등장해서 고생하는 것과 달리,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에서는 남성이 히로인으로 등장해서 가끔 답답한 행동을 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비중이 너무 크게 잡히기도 하고. 그래서 여성 서사에서 남자와의 사랑은 빠질 수 없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캐릭터를 잘 풀어냈고 히로인의 적당한 선을 넘지 않았다. 니무에와 관련된 인물로만 봤을 때는 괜찮았는데 악역이 너무 매력이 없는 게 큰 문제다. 악역이 등장하는 장면은 조금 지루했다. 특별하게 잔인하거나 무섭지도 않고 그냥 평범한 남자 정도였다. 그리고 왕을 볼 때마다 <왕좌의 게임>이 생각났다. 똑같은 클리셰들이 등장하는 판타지 장르라고 하지만 독창성이 부족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잔인했다. 고어까진 아니지만 여러모로 잔인하다. 인간의 무서움,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등은 잘 표현했지만 CG는 조금 아쉬웠다. 초반 CG는 별로 티 나지 않았는데 검을 가지고 늑대와 싸우는 장면부터 티가 나기 시작했다. 조금 더 신경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감상하는데 방해되진 않는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주인공이 여성, 흑인이라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인어공주>의 주인공이 흑인, <닥터 후>의 닥터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역차별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남성을 여성으로 바꾸거나 백인을 흑인으로 바꾸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은 원래 있던 좋은 작품을 바꾼다며 불편한 의견을 보인다. 편하게 살았던 그들은 불편하겠지만 이런 행동이 많아질수록 차별받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번에 업로드된 <저주받은 소녀>는 남성 중심이었던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여성으로 바꾸고,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여성을 향한 마녀사냥을 주제로 많은 생각을 들게 한 작품이었다. 뒷걸음을 치던 넷플릭스였기에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기존에 있던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많았으니. 멀린이 누워있는 장면은 생닭 같았다.
사진 출처 : 넷플릭스 (Netfl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