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잘못 만든 심장을 고치는 사람들
금방이라도 박동이 멈추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늘어날 대로 늘어난 심실, 미세한 떨림이 동반된 심방과, 누르스름한 지방으로 점철되어 버린
암적색빛 심장은 둔탁하게 발버둥 치고 있었다.
하대정맥으로의 혈액 배출이 대퇴정맥으로 갈음되고,
대동맥과 폐동맥 사이, 상대정맥과 우심방 사이가 잘리면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마지막 힘을 겨우 짜 내는 심장을 묶고 있던 쇠사슬들은 하나, 둘, 풀어지기 시작했다.
폐정맥 다발과 좌심방 사이의 경계가 분리되고 나서야 마침내, 이 노쇠한 심장은
전신으로 끊임없이 피를 짜내야만 하는, 시시포스와 같은 운명의 굴레에서 석방되고야 만 것이다.
광복과 동시에 명복을 맞이하게 된 심장을, 나의 왼손으로 뒷면을 잡고 몸 밖으로 들어냈다.
오른손으로 심장의 앞면을 누른 채, 수술방 필드 밖에 마련된 차가운 메탈 트레이에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심장을 안치한 나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던 이름 없는 한 심장의 장의사였다.
살아 있다는 것. 생명력을 가지고 역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전신의 주요 혈관에서 완전히 분리된 심장은,
더 이상 정상에서 필연적으로 다시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산 위로 올려야 할 의무에서 해방되었음에도
끝끝내 수십 여분 간 박동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자신이 응당 해야 하는 일에 충실했던 이 심장은, 뇌사 판정을 받은 공여자로부터 기증받은 건강한 심장에게,
꺼뜨려서는 안 될 혈액 순환의 불씨를 유지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의 지게를 비로소 넘겨주었다.
심장 이식은, 다른 장기와 달리 유일하게 뇌사자로부터만 기증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공여자에게는 사랑하는 이와의 필연적인 이별,
수혜자에게는 기약 없던 간절한 기다림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점에서 이식 수술은 한편으로는 얄궂은 운명의 장난과도 같다.
생명의 끈을 바통 터치하는, 그 숭고한 희생 이면의 애통함은 제삼자가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수술이 끝난 다음날까지도 수술방 바이탈 체크기계 소리가 환청처럼 계속 들리고,
전기 소작 레이저 냄새가 오랫동안 코끝을 매캐하게 맴돌았다.
신이 잘못 만든 심장을 인간이 고치려 하니 결코 쉽지 않다.
자연스럽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것처럼,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는 것은 당연시 여겨지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당연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수술해 주는 것은,
어쩌면 신에 대한 인간의 옹골찬 도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