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
2018년에 열렸던 샤갈 영혼의 정원, 그리고 샤갈 러브 앤 라이프라는 두 개의 전시를 본 적이 있다. 이 두 전시 주제는 대부분 샤갈의 부인이었던 벨라와의 사랑과 그녀를 뮤즈로 두고 만든 작품들 그리고 색채의 마술사로 불렸던 샤갈의 색을 중점으로 전체적은 샤갈의 이야기를 담아 전시를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나에게 있어서 샤갈은 사랑꾼의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로도 벨라를 주제로 하는 수십 개의 작품을 그렸었고 벨라가 후두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을 때 몇 개월간 잠시 붓마저 놓아버렸을 정도였으니 아무래도 낭만적인 사랑꾼은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 샤갈을 표현함에 있어 사랑이라는 주제가 좀 더 자극적이고 눈길이 갔음은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사랑은 벨라만을 한정 지어서 말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샤갈에게 중요한 예술적인 원천은 부인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사랑이 그저 에로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모든 인류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를 그림을 통해 담아낸다. 특히나 전쟁이나 학살을 통해 시대적으로 받은 상처들을 사랑이라는 주제로 승화시켜 그림을 표현하는 작업물을 많이 남겼다. 이런 작업물을 가운데서 특히 종교는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였는데 그중 '성서'라는 이야기를 통해 표현한다.
이번 전시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지만 Chagall and the Bible이라 하여 성서에 관련된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샤갈의 성서 작업은 1930년에 의뢰를 받아 시작을 하는데 처음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깊은 감명을 받게 되면서 그 이후 성서를 주제로 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나가게 된다. 그 양이 정말 방대한데 이번 전시에서만 해도 220여 점이 성서와 직간접적적으로 연관이 되어있다.
그전까지 있었던 전시들은 전체적인 샤걀의 이야기를 보았다면 이번에는 그동안 다뤄지지 않은 성서라는 주제로만 샤갈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심도 있고 깊은 샤갈의 종교적 이야기를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다.
첫 공간에서는 샤갈의 작품의 모티브를 만날 수 있었다. 자화상, 고향, 마을, 축제, 동물, 악기, 연인, 성모자, 파리 등등 샤갈의 석판화 안에 자주 담기는 요소들인데 이것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를 탐구해 보는 공간이다. 그 가운데서도 파리를 주제로 하는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그는 미술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로 갔기 때문이다. 그는 프랑스만의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는 팔레트와 같이 삶 그 자체로 느껴졌다는 말을 남겼으니 그 영향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이후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이라 하여 샤갈이 처음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그가 그린 풍경과 구약성서에서의 105가지 장면을 에칭으로 만든 성서 연작을 끝까지 볼 수 있다. 에칭 기법으로 표현이 되어있어서 전체적으로 검고 어두워서 색채의 마법사라는 수식어에 맞지 않은 어둡다. 성서의 장면 105개는 정말 친절하게 장면을 그룹 지어 묶어놔 설명을 해주는데 그 작품도 15개의 챕터를 나누어서 설명해 준다. 성서에 대한 이야기를 잘 모르더라고 그림에 대한 큰 주제가 잘 표현되어 있다는 게 좋았다.
세 번째로는 성서적 메시지를 주제로 성서적 모티브가 되는 여러 매체들을 한자리에 모아 유화, 구아슈, 석판화, 태피스트리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아까도 말했듯 샤갈의 작품이 조금은 어두워지는데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유대인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작품은 퇴폐 미술로 낙인찍혀 작품이 철거되었고 유대인 집단 학살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는 등 크나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로 인해 탄생되는 작품은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로부터 해방시켜주는 일화를 그리는 등 나치의 핍박으로 해방되는 유대인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담아내는데 이런 표현은 작품 곳곳에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환영받지 못하는 유대인으로서의 삶, 그러나 끊임없이 희망을 바라고 있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 섹션으로는 또 다른 빛을 향하여라는 공간으로 전쟁이 끝나고 남프랑스에 정착해서 노년을 보내며 만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많은 화가들과 예술적 교류를 하기도 하고 생을 마칠 때까지 머무르며 남긴 그는 말년에도 성서에 관한 작품을 이어 나가는데 성서뿐만 아니라 시인과의 교류를 통해 시집을 내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전시장엔 그의 시구절이 적힌 글을 읽어 볼 수 있기도 하다. 마지막까지도 그의 창작욕구를 만날 수 있던 공간이었다.
마지막에 남긴 또 다른 빛을 향하여라는 글과 그림이 있다. 여기서 적힌 글을 읽게 되니 샤갈이 겪었던, 그리고 보낸 그의 생애가 한순간에 스쳐 지나간다. 물론 슬프고 괴롭고 힘든 날이 있었을지언정 또 다른 빛을 위해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그의 모습. 마지막까지 예술가로서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샤갈의 열정이 느껴졌다. 이런 희망적인 메시지가 바로 샤갈이 말하는 희망과 사랑의 색이 아닐까?
사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아 성서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없었다. 미술을 알고자 하면 종교화는 정말 빠질 수 없는 작품이지만 종교화에 매력을 많이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종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함이지 않을까. 이번 전시를 보면서도 다시 한번 느끼고 약간은 아쉬움이 있었다. 무교인 사람들에게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도슨트나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고 이 호불호를 넘어선 지적 호기심이 있다면 분명 샤갈에 대해 알게 되는 재미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