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 노이즈 전시 STREET NOISE
2017년에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했었던 <위대한 낙서 : 셰퍼드 페어리>라는 전시를 관람한 적이 있다. 전시를 보기 전에는 그래피티 아트나 현대 미술, 대중 예술에 대해서 잘 몰랐고 그래피티 아트에 대한 예술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편견을 깨준 전시회였다. 현대 작품에 눈을 뜨게 만들어 주었달까? 그 전시의 여운이 계속 남아 항상 그래피티 아트 전시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고 이번 전시회 또한 신나는 마음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최근 잠실 롯데 뮤지엄에서는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 전시가 있었고 전시회가 끝난지 일주일 정도가 지난 시점에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새로 생긴 문화예술복합공간 P/O/S/T에서 <스트릿 노이즈 STREET NOISE> 전시가 열리게 되었다. 두 전시 모두 거리문화, 즉 그래피티 아트라는 공통점이 있는 관한 전시이다.
장 미쉘 바스키아 전시는 가고 싶었는데 잠실 자체가 거리가 멀고 코로나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보지도 못하고 끝났지만 그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전시장으로 오게 되었다.
문화예술복합공간 P/O/S/T
스트릿 노이즈 전시는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외관이 주는 임팩트가 크다. 바로 힙합 거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잠실 롯데타워에서 이 문화예술복합공간 P/O/S/T 자체를 만든 이유는 최근 소비 트렌드의 주인공인 MZ 시대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장기화된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에 대한 욕구와 트렌드와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성향에 맞춰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변화 시키면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줄 예정이라고 한다. P/O/S/T라는 이름 자체도 PEOPLE / OBJECT / STREET / TAILORED라는 4가지 의미를 가지고 만든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내 시대를 겨냥한 공간이라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확실히 취향에 아주 잘 맞고 이색적이며 새롭다.
일반적인 클래식한 전시회는 전시를 다 보고 전시와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는 아트숍이 나온다. 하지만 이곳은 조금 다른다. 전시를 보기 전부터 등장하지만 이곳을 처음 봤을 때 전시장의 아트숍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냥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힙한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자체가 예술복합문화공간이다 보니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문화 공간 또한 특별하게 구성해 놓았고 여러 브랜드나 아티스트, 기업, 작가들과 협업하여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든 팝업 행사 장소 또한 재미있게 해 놓았기에 이미 처음부터 시선이 끌리게 된다
그렇지만 전시회가 가장 큰 목적이었기 때문에 전시회를 우선적으로 보기로 하고 입장하게 되었다.
범죄
우선 그래피티를 처음으로 접했던 것은 길거리 벽면에 종종 그려진 그림으로 접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시민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공공 기물에 불법적으로 낙서를 하거나 하는 경우는 극히 보기 드물다. 하지만 어린 시절 차가 지나다니는 작은 터널이 있었는데 그곳 벽면에 그래피티 그림들이 많이 있었다. 어릴 때는 그것이 그래피티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일진, 양아치들이나 하는질 떨어지는 낙서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그래피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낡고 오래된 생각들, 즉 주류에 저항하여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고자 자신의 목소리를 낙서로 세상에 새기는 것이 바로 그래피티 아트이다. 제아무리 좋은 의미를 전달하려고 해도 그래피티 자체가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공공기물이나 벽에 흔적을 남기는 범죄 행위였고 이미 시작 초기부터 미국의 갱이나 슬럼의 문화로서 시작을 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속성 자체가 긍정적이진 않다.
예술
그저 낙서에만 불과하던 그래피티를 캔버스로 불러들여 순수 예술의 영역으로 올려놓아 하나의 그래피티 아트라는 장르가 탄생한다. 불법이었던 것이 합법으로 점차 변화된 것이다. 팝 아트에 연결되어 예술과 일상의 격차를 줄이고 거대 자본주의 시장을 비판하고 이제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등 반항과 훼손의 반달리즘을 벗어나 새로운 선전의 도구로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 대 성공을 거둔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만 보아도 느낄 수 있듯 아직도 찬반 여론이 있지만 그럼에도 그래피티 아트를 예술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났고 현재는 정말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미 대중문화에도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K-POP만 보아도 힙합 장르가 주류이지 않은가, 그래피티 또한 슬럼 문화로서 랩, DJ, 비보이 등 힙합의 4대 요소로 보고 있으니 그만큼 우리 일상 속으로 그래피티 아트가 침투 한 것이다.
전시장
전시회 또한 기존 전시회의 규칙과 틀을 깬 전시회다. 항상 미로처럼 동선에 따라 이동하던 전시회와는 달리 들어가자마자 한눈에 보이는 큰 방과 눈에 뻥 뚫려 다 보이는 가벽으로 막혀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가운데 큰 공간은 하나의 광장 같다. 실제로 그래피티 아트가 발전한 미국의 사우스 브롱스를 연상시키는 거리를 연출했고 어느 광장 거리 벽면에 그러진 그래피티를 보는 느낌처럼 전시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전시 본질을 잊지 않는다. 전시회답게 섹션이 나누어져 있는데 5가지 SECTION과 으로 이루어져 있다.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그래피티 아트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만나 볼 수 있는 흐름으로 구성 해놓았다.
전시장에 입구에는 행운을 상징하는 캐릭터 FELIX와 부자를 상징하는 캐릭터 RICHIE RICH가 있고 바로 맞은편에 레이저 큐브 장비를 활용한 직접 원하는 그림을 그려보는 그래피티 체험이 가능한 체험존이 있다. 처음에 들어가자마자 직접 그래피티 아티를 제작해 볼 수 있는 점이 재미있다.
전시장 자체에 있는 그림들은 이미 보았던 전시 작품들이 많았다. 새로운 작품들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래피티 아트는 발전한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고 아직도 현재도 성장해 나가는 장르 가운데 하나이기에 우리는 그 역사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발전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래피티 아트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이자 괜찮은 전시회라고 생각한다.
불법과 예술 어딘가
현재 가장 유명하고 활발한 그래피티 아티스트를 뽑자면 개인적으로는 뱅크시가 떠오른다. 물론 전시에는 그의 작품이 없지만 아마 현재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유명한 셰퍼드 페어리 와 비등하게 유명한 그래피티 아티스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뱅크시는 예술의 상업성을 비판하지만 정작 그것으로 막대한 부를 이루어 낸 아이러니함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비판을 받게 되는데 뱅크시는 실제로 우리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그래피티도 불법 예술작품이 아니라 기업의 광고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을 하는 이유는 딱 우리나라의 현 상황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당장 밖에만 나가 보아도 보이는 화려한 간판과 네온, 그리고 서울에만 가도 눈이 피로해지는 기업의 광고 판들 이 곳곳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다. 왜 벽에 그려진 그림은 범죄 취급을 받고 상업적 광고는 그러지 않은가, 합법과 불법의 그 경계 어딘가에서 합법적이게 피해를 주느냐, 불법적으로 파격적인 주제의식을 알리느냐의 차의 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합법적인 일반적인 표현만으로 그의 주제 의식을 알릴 수 있을까? 정보의 바닷속 수많은 광고들 사이에 과연 의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을까?
그래피티 아트는 안되는 장소에 그림으로서 오히려 그 의미가 강렬하게 전해진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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