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서 전공자가 아닌 이상, 아니면 유명한 작가나 작품이 아닌 이상은 전시회장에서 작품에 대해 아는 것을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당장의 미술 그림 작품만 보아도 무슨 그림인지 해석이 필요한데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다양한 전시회를 보러 가는 일이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 전시회는 일반 사람들과 거리가 조금은 동떨어져있다.
하지만 반대로 영화는 어떠한가? 작품성, 상업성 모든 것이 인정하는 예술 장르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적이고, 대중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아주 익숙하다. 이런 부분 때문에 맥스 달튼 전시는 이미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입소문이 나 현재 가장 핫한 전시회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INTRO 맥스 달튼
우선 맥스 달튼이라는 인물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다. 20년간 대중문화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작업을 하곤 했다.
맥스 달튼이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바로 [웨스 앤더슨 컬렉션]과 [웨스 앤더슨 컬렉션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일러스트를 그렸는데 굉장히 섬세하고 예쁜 색감과 이미지로 유명세를 치렀고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에도 알려지게 된다. 웨스 앤더슨 감독 영화뿐만 아니라 여러 영화들을 자신만의 정교하고 섬세한 그림 방식으로 표현하는데 이번 전시에는 이러한 맥스 달튼의 작품 220여 점을 가지고 와서 진행하는 맥스 달튼의 최대 규모의 개인전으로 영화의 순간들을 주제로 기획되었다.
전시는 주제에 따라 [1부, 우주적 상상력], [2부, 우리가 사랑한 영화의 순간들], [3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리고 노스탤지어], [4부, 맥스의 고유한 세계], [5부, 사운드 오브 뮤직] 이렇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1부 우주적 상상력
ACT 1. Galactical Imagination
첫 공간은 우주적 상상력이다. 영화의 한 장르로 SF 물이라는 걸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사이언스 픽션 (Sci-fi)라는 뜻으로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 문학 장르인 과학소설에서 더 나아가 그러한 요소를 다루는 매체들의 장르로 의미한다.
맥스 달튼이 살았던 시기에는 인류사에 가장 큰 업적이 하나 있다. 바로 달에 인류가 처음으로 가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은 우주와 과학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고 많은 예술가들이나 작가들이 이러한 신비로운 세계를 작품으로 표현한다. 그 또한 시기에 처음으로 공상과학을 접하면서 자라온 공상과학 키드이다. 그렇다 보니 그는 오래전부터 SF 영화에 매료되어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우주라는 배경, 주제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해서 시작부터 마음에 들었는데 보지는 못했어도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스타워즈라던가 그래비티 그리고 가장 좋아했던 드라마 가운데 하나인 닥터 후 등 영화와 티브이 시리즈를 오마주 하여 그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다.
필자 또한 우주적 매력을 처음 접하게 된 매체가 바로 이 닥터 후 시리즈이다. 닥터 후는 1963년부터 이어져 온 BBC 드라마로 초등학교 때 TV 프로그램으로 방영하던 것을 보고 치밀하게 짜인 스토리에 매우 충격을 받았었다.
그림 속에 나온 타디스는 타임머신으로 파란색의 공중전화박스 모양을 하고 있다. 작아 보이지만 내부는 굉장히 큰 시공간이 특징인데 어린 시절 이 타디스를 타고 닥터와 시간여행하는 상상을 했던 것처럼 이번 1부 공간에서는 이러한 공상과학에 영향을 받은 그의 우주적 상상력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이 1968년도에 개봉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작품이 아마 사람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그림 가운데 하나이다. 인터스텔라나 마션 등 많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시초가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그림은 적색과 청색으로 3D 방식을 표현하였다.
전시장을 들어가기 전 3D 안경을 주는데 이 안경을 써서 입체적인 느낌으로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림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끔 하는 생각 자체가 굉장히 이색적이었고 생동감이 더욱 있어 보인다.
2부 우리가 사랑한 영화의 순간들
ACT 2. Moments in Beloved Film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지난 반세기 영화 역사상 손꼽는 명작들을 미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공간이다. 다양한 영화 장르를 볼 수 있는데 특히나 맥슨 달튼 작가가 꼽은 영화들을 볼 수 있다. 영화의 배경과 그 속에 캐릭터와 이야기를 구성해 놓은 모습은 마치 인형의 집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웡카의 팩토리가 그림 속에 자세하게 그려져 있어 공간마다 일어난 사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터널 선샤인 집만 보더라도 배경과 동시에 집 안으로 세밀한 이야기까지 보이게 만들어주어 그림으로 이야기를 포착하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번 마이아트 뮤지엄 커미션 신작으로 제작된 작품 가운데 하나인 기생충이다. 한국 영화 그림까지 그려진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새롭다. 아마 기생충을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이 집안의 구조를 알 것이다. 인물 하나하나 세밀하게 표현이 되어있고 그 유명한 다송이 그림까지 실제로 보면 디테일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장면까지 섬세하게 영상으로 만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보았던 고스트 버스터즈, 킹콩, 쥐라기 월드 등 성장하면서 꾸준히 보와 왔던 영화들이 곳곳에 등장하면서 솔직히 너무 재미있다. 내가 아는 영화, 아는 이야기, 아는 주인공이 나온다면 누가 안 좋아할 수 있을까? 그러다 보니 전시장 내부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작품 하나하나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어 나도 모르게 천천히 작품을 하나씩 머금어가며 볼 수 있었다.
맥슨 달튼은 감독의 색이 확실한 영화들을 좋아하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스파이크 리 등이 있다. 그리하여 쥐라기공원, 제임스 본드, 외에도 킬 빌, 펄프 픽션, 그녀 와 같은 작품들을 그렸다.
게다가 그의 레트로한 취향으로 카툰, 보드게임, 카드게임, 피규어 같은 아날로그적인 형태로 포스터 작품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는 작가의 어린 시절에 기억에서 비록 된다.
50년대는 카툰, 빈티지 동화책 등에서 영향을 받아 특유의 물 빠진듯한 색채도 특징이다. 이 또한 빈티지하고 레트로함을 좋아하는 작가의 성향에서 나오는 색감이기도 하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과 반지의 제왕의 작품을 주사위 게임의 모습으로 만들어 놓은 작품이다. 그리고 가위손 같은 경우에는 마치 종이 인형처럼 구성 해놓는 모습이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한다. 영화를 그냥 포스터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더 재미있게, 즐겁게 관람할 수 있도록 표현함에 있어서는 최고가 아닐까?
그림 속에서 직접 놀이에 참여 할 수 있도록 만든 부분도 재미있다. 원숭이를 찾거나 월리를 찾는 등 숨은 캐릭터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마지막으로 캐릭터이다. 영화 속 캐릭터들을 이렇게 피규어를 전시해 놓은 것처럼 만들어 놓는다. 하나의 영화 속 캐릭터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영화에 나온 커플들을 그리기도 하고 하기 때문에 영화 속에 나온 주인공이 아닌 다른 여러 캐릭터들까지 볼 수 있는 점이 매력 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리고 노스탤지어
ACT 3. The Grand Budapest Hotel and Nostalgia
웨스 앤더슨은 아름다운 미장센과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동화 같은 작품들로 두터운 팬층을 가진 영화감독이다. 맥스 달튼은 로얄 테넌바움을 처음으로 웨스 앤더슨 작품을 접한 뒤 그의 영화 세계에 빠지게 된다. 이 연인이 이어져 웨스 앤더스 컬렉션 책 작업으로 이어지면서 삽화 참여를 하게 되었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관객들이 체험하지 못했던 시대와 장소를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미묘하게 드려내어 보는 이들에게 기시감과 함께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데 맥스의 일러스트 역시 그러한 시대적 향수에 빠지게 하면서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인도해 준다.
노스탤지어라는 말을 보면서 이번 맥스 달튼을 표현하는, 굉장히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 또는 지나간 시대를 그리워하는 것이 그림 속에 계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빈티지한 색감, 인형의 집 같은 화면 구성, 보드게임 형식의 작품, 종이 인형놀이나 피규어 같은 인물 구성이나 카드나 동화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맥스 달튼의 어린 시절의 노스탤지어를 자꾸만 자극한다.
비슷한 시대에 살아왔기 때문일까, 그림에서 나오는 그의 항구는 공감을 일으켜 매력적이고 마음을 사로잡게 만든다.
4부 맥스의 고유한 세계
ACT 4. Max's Artistic World
4부에서는 맥스 달튼, 그리고 피터 애커먼이 함께 출판한 총 4권의 동화 일러스트를 스토리와 함께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외톨이 타자기], [외톨이 공중전화기]는 특히나 지금은 사라져서 없는 고전적인 매체를 활용하기도 하고 빈티지 동화책을 수집할 만큼 동화를 좋아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빈티지하고 레트로한 부분은 그가 특히 좋아하는 부분이라는 걸 5관에서 느낄 수도 있다.
어린아이들이 특히나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의 공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보다는 이번 한국 전시를 위해 최초로 선보이게 된 새로운 시리즈 작품이 눈에 더 들어왔다.
이 8개의 그림들은 맥스 달튼의 새로운 시도로 미술사의 유명한 화가들의 작업 방식을 현대적인 일러스트로 표현 한 작품이다. 클로드 모네, 프란시스 베이컨, 프리다 칼로, 파블로 피카소, 구사마 야요이, 장 미셸 바스키아, 앤디 워홀, 잭슨 폴록이 그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화가들을 더욱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지 그림에 눈이 더 많이 간다. 화가의 작업실에는 화가만의 특징과 개성들이 잔뜩 담겨있다. 그리고 화가의 작업실 안에 그려진 그림들도 모두 화가만의 작업 방식을 그래도 표현하고 있어서 굉장히 세밀하고 디테일하게 그려져있다. 특히나 현대미술의 거장들을 골라서 그였는데 나중에는 현대미술을 넘어 다양한 더욱 다양한 화가들의 작업실 시리즈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5부 사운드 오브 뮤직
ACT 5. The Sound of Music
맥슨 달튼은 사실 어린 시절 뮤지션을 꿈꿔왔다. 그래서 그는 그림을 그릴 때 항상 음악을 들으면서 작품을 표현하는데 음악이 곧 작품에 표현되고 반영된다는 생각으로 그려진 그림에는 여러 뮤지션들이 들어가 있기도 한다.
그 가운데 지미 헨드릭스가 그가 연주했던 30개의 기타에 둘러싸여 연주하는 지미를 담은 이 포스터는 최단 시간 매진이 되었다고 하는 작품도 있다. 그 외에도 비틀즈, 밥 딜런, 팔리 파커 등 록밴드와 뮤지션 등의 LP 커버를 그려서 존경했던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헌정하기도 해다.
특이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장 내부 곳곳에 QR코드가 있는데 3일 무료 이용권을 활용하여 음악을 들으면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맥스 달튼이 그림을 그리던 방식을 상상해보며 음악과 그림과 어우러져 귀와 눈이 모두 호강하는 전시가 아닐까?
마무리여 영화 취향을 골라보며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전시가 끝난다. 전시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어도, 전시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어도 아마 가서 관람한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전시라고 생각한다. 영화인, 예술인을 모두 끌어들어 향수를 자극하는 굉장히 재미있는 전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