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역사를 담은 뮤지컬 마리 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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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실존 인물을 조합한 창작 뮤지컬


어린 시절 읽었던 책 속 인물 중 하나였던 마리 퀴리.‘라듐을 발견한 최초의 여성 과학자’라는 문구는 어린 필자에게 빛나는 성공과 명예의 상징이자, 위인전의 주인공이었다. 그래서 뮤지컬 마리 퀴리를 알게 되었을 때, 이 위대한 인물의 여정을 무대에서는 어떻게 풀어낼지 무척 궁금했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만난 마리 퀴리는 위인전 속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세상의 차별과 억압, 그리고 고독 속에서 만들어낸 폴로늄 그리고 눈부신 초록빛 라듐. 이 두 원소의 발견은 그녀에게 한 줄기 희망이었겠지만, 곧이어 또 다른 비극으로 다가온다.


마리 퀴리 뮤지컬은 우리가 위인전에서 보지 못했던 숨겨진 진실 들려주며 단순히 찬란한 과학자의 삶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초록빛이 품은 어두운 그림자를 역사 속 실존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조한 창작 뮤지컬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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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대한 저항의 신념


뮤지컬 마리 퀴리는 주인공 마리가 자신의 딸에게 과거를 회상하며 시작된다.


폴란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외세에 의해 나라를 잃었고, 마리는 '폴란드인'이라는 이유뿐 아니라 '여성'이라는 이유로도 수많은 차별과 억압을 겪었다. 비웃음을 당하고 동료에게 외면당하는 순간에도 마리는 그 차별과 한계를 뛰어넘는 길을 선택했다.


주기율표에 자신이 발견한 원소를 넣겠다는 그 열망과 목표. 과학자로서 가진 이상은 자신이 존재할 이유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말하자면 ‘저항의 신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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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초록빛 뒤, 위험한 그림자


그러나 마리 퀴리의 신념이 흔들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바로 마리의 친구, ‘안느’라는 인물 때문이다.


뮤지컬 속 ‘안느’는 실제 인물은 아니지만, 역사적 사건인 ‘라듐 걸스’를 모티브로 창작된 가상의 인물로 마리 퀴리와 같은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목표를 공유하며 친구가 된다.


안느는 라듐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품 생산이 활발하던 시기에 라듐 시계 공장에 취직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목격하며 라듐의 위험성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탐욕스러운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느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며 싸우며 마리 퀴리와 대비되는 인물로 그려지며, 라듐의 어두운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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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당한 신념


마리 퀴리에게 라듐은 단순한 과학적 발견이 아니었다. 폴란드인으로서, 그리고 여성 과학자로서 수많은 차별을 견디며 이뤄낸 성취였고,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세상에 증명해 주는 상징이었다.


라듐의 빛은 곧 그녀의 신념이자, 억압을 이겨낸 증거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라듐은 인류를 이롭게 하는 물질이 아닌, 사람을 병들게 하고 죽음으로 몰아넣는 위험한 존재로 드러났다.


이는 공사를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이 다이너마이트가 전쟁 무기에 쓰였을 때 느꼈을 법한 감정과도 닮아 있다. 최초의 의도는 인류를 위한 것이었지만, 연구의 결과가 인간의 고통과 파괴로 만든다는 사실은 과학자로서 큰 상실감을 주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자신이 부정당하는 기분과 맞닿아 있었을지 모른다. 이러한 내면의 갈등과 죄책감은 마리가 라듐을 어떻게든 치료에 활용하고자 연구하던 모습 속에 깊이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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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칠해진 마리 퀴리


마리 퀴리와 안느라는 대비되는 두 인물을 통해 만들어낸 갈등 연출은 탁월했다. 라듐을 ‘저항과 신념의 상징’으로 여긴 마리와, 그 빛이 가져온 비극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한 안느의 대립은 발견과 책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 내면을 생생히 드러냈다.


결국, 안느와 마리 퀴리를 언제나 옆에서 지지해 주던 남편 피에르 퀴리까지, 목숨을 걸고 진실을 밝힘으로써, 라듐의 위험성은 세상에 알려졌고, 이를 통해 방사능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운 그녀는 오늘날 우리가 따르는 방사능 안전 기준인 맞아요, ‘퀴리(Ci)’를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저항의 역사를 담은


뮤지컬 마리 퀴리는 내 기억 속 ‘위인전의 마리 퀴리’를 완전히 새롭게 덧칠했다.


그녀는 더 이상 단순한 과학자나 위인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 입체적인 인물이 되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출신 배경 때문에 수많은 벽에 부딪혔지만, 그 모든 억압을 견디며 끝까지 자신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만들어낸 저항의 역사를 함께 담아내 그 속에서 마리 퀴리는 자신의 빛을 포기하지 않은 강인한 여성으로 재탄생했다.


이처럼 마리 퀴리는 단순한 뮤지컬을 넘어 억압에 맞서 싸운 모든 이들의 희생과 용기를 기리며, 그들의 이야기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과 힘이 되어주는 ‘저항의 역사를 담은 무대’이기에 더욱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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