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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고래가 되기 전

by 주혜나

요즘 나는 미치게 불안한 나날을 걷고 있다. 사소한 것부터 인생의 큰 방향까지, 온갖 질문을 손 위에 올려두고 무게를 재본다. 잡다한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지만, 결국 모든 갈등의 뿌리는 단 하나의 질문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과연 가치 있는 인간인가?'

가만히 생각해 본다.

고래가 고래가 되기 전, 처음 바다를 향해 발을 내딛던 그 작은 동물이 제 등에 콧구멍이 생기리라 상상이나 했을까.

생의 어느 순간은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한 ‘변형의 길목’이 있다. 나는 지금, 그 문 앞에 서 있는 것 같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가 되어야겠고, 되고 싶고, 끄집어내고 싶고, 표현해야만 살 것 같은 지점. 몸 안 어디선가 무언가가 밀고 올라오는 이 감각은 견디기 힘들 만큼 강렬하다. 마치 임신 막달의 진통처럼.
진통의 시간, 나는 통증에 못 이기고 까무러치기도 했었다. 그러나 피할 수는 없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그 고통을 오롯이 견뎌야 했다. 견뎌서 생명을 세상에 내놓아야 했다.

지금의 나도 그런 것 같다.

진통이 매일 나를 뒤흔든다. 그러나 견딜 것이다. 대가 없는 진통은 없는 법이라는 걸 안다.


다행히도 오늘에서야 비로소, 내가 무엇이 되고 싶어 이토록 몸서리치는지 깨닫는다.

나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
말라비틀어진 이 세상에 촉촉한 단비가 되어줄, 숨결 같은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존재. 빛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그 빛으로 어둠을 조금이라도 밝혀 낼 수 있는 존재.

그렇게 살고 싶어 몸부림 친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이슬 한 방울로, 바람 한 점으로,

하루를 돌아보게 하는 노을처럼 아름다운 문장으로 남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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