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에서 받아온 배표와 학생증을 손에 들고 너는 내게서 돌아선다. 친구를 향해 떠나는 너는 한번 뒤돌아 보지도 않고 네 길을 간다. 그런 너의 뒷모습을 보면서 네 안에 나의 조각이 얼마쯤 스며있다는 사실을 나는 다시 알아차린다.
내 살점 중 일부
내 뼈의 칼슘 중 얼마
내 뇌세포의 10만 개 정도를 내어주며 내게로 왔던
내 자궁의 첫 손님, 너.
너와 바꾼 것이 오직 그뿐일까.
핀 줄도 몰랐던 나의 20대, 너를 키운 지난 15년의 시간은 고스란히 너의 살과 뼈와 지식과 정서가 되었다.
시간이 가며 너는 천천히 나를 떠나겠지. 너에게 내어주었던 나의 것들도 너와 함께 나를 떠날 것이다.
제발 나를 떠나기를
그래서 자유를 얻을 수 있기를
그게 나의 소망이라고 때로는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젠 네가 떠나도 나는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너를 얻기 위해 내어 준 것들 중 어느 하나도 다시 내게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혹여 누가 내게 내어준 모든 것을 돌려줄 테니 너를 다시 달라고 하면 나는 남은 것도 다 가져가라며 너를 세상에 존재하게 할 것이다. 지금까지 내어준 것 따위가 너의 존재와 비견할 수가 없다는 이 마음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네 뒷모습에 떨리는 내 마음이 당황스러운 진실이라는 사실만이 여기에 있다.
너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엄마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뒷좌석에서 우렁차게 노래하고 있는 두 녀석이 아직 곁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