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공식을 틀렸다고 생각하거나 바로 넘겨 답을 보려 한다면 당신은 치매로 향하는 기본적인 단계일 수 있습니다. 어리고 젊은 학생들은 이러한 문제에 흥미를 느끼고 풀려고 합니다. 매사 귀찮음이 늘어나 모르는 것을 알려고 시도하지 않거나 쉽사리 포기한다면 그만큼 생각하는 힘이 작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날짜와 시간이 어떻게 되죠?"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당신은 누구입니까?"
치매를 알아보는 기본적인 3가지 질문입니다. 대부분이 쉽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질문에 쉽사리 답하지 못하는 사람은 생각하는 힘이 갈수록 부족해져 이해력이 떨어지며 결국에는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고 잃어버리고 맙니다. 무얼 하려 했는지, 무엇에 관한 것인지, 나와 다른 사람이 어떠한 관계였는지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나중에는 남편이나 부인, 자녀까지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과거와 미래마저도 기억에서 사라진다고 합니다.
2021년 기준 우리 사회의 65세 이상 인구는 총 857만 7,830명, 이 중 추정 치매환자수는 88만 6,173명이라고 합니다. 65세 이상 인구의 10.33%이며 전 인구의 약 1.7%입니다. 지나다니는 100명 중 1.7명은 치매 환자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환자 수는 갈수록 급격하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일반 치매뿐만 아니라 디지털 치매에 걸리는 것입니다. 치매환자는 자신의 시간적, 공간적, 인적 위치 파악을 못 한다고 합니다. 디지털 치매환자 역시 자신의 시간적, 공간적, 인적 위치 파악을 어려워합니다. 휴대폰을 보지 않고 아래의 질문에 답을 생각해 봅시다.
"지금 날짜와 시간이 어떻게 되죠?"
지금 날짜와 시간은 8월 3일 오후 6시입니다. 휴대전화의 도움 없이 계산과 사고를 통해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제는 몇 월 며칠이었는지 뿐만 아니라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그래서 그것으로 인해 오늘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기억해 보아야 합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의 흔적이 아니라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을 통해서과거의 일들이 지금의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이로 인한 오늘의 삶과 내 인생이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하였는지를 매 순간 곰곰이 알아보아야 합니다.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집이나 회사라고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사람에게는 다시 추가 질문이 있습니다.
"모두가 자기의 집이나 회사에 있을 수 있습니다. 서로가 생각하는 집과 회사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단순히 무슨 건물 옆이라고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여러 장소들을 이용해 설명해야 제대로 자기의 위치를 알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끔 현재 자신의 위치를 알아볼 때 주위를 떠올리기보다는 휴대전화 지도앱의 도움을 받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디지털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뿐만 아니라 누구와 있는지, 어떠한 목적으로 있는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친구나 동료와 같이 카페에 있으면서도 각자 SNS를 통해 지금의 만남이 어떠한 느낌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필 왜 그곳에 있는지가 아니라 그곳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를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냥 이름만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한 3글자에 불과합니다. 이 질문은 단순히 이름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역할을 하는 사람인지, 다른 사람들과 어떠한 관계에 있는 사람인지, 어떠한 과거를 살아왔고 향하고 있는 미래의 방향은 어떠한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누구일까요? 왜 이 세상에 던져졌을까요?
만프레드 슈피처는 "오랫동안 자신이 서있는 위치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내비게이션에 따를 뿐이다."라고 본인의 저서 <디지털 치매>에서 말합니다. 어느 순간 휴대전화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실제로생각하고 알고 있는 것은 오히려 줄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내비게이션이 말하니까 맞겠지, 인터넷에서 보았으니까 맞겠지, 우리는 고민 없이 쉽게 생각하고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며 따라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치매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나라는 안타깝게도 한국입니다. 인터넷이 가장 많이 발달한 나라로,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인터넷에 중독되어 있다고 소문(!)나 있습니다.
저는 슈피처 교수처럼학생들이 인터넷에 중독되어 밤새 게임이나 SNS를 하다가 수업 시간 졸거나 학습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을 문제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신체적 성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미디어에 정신적으로 오염되어 폭력적이 되거나 타인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 이상의 문제가 현재 우리 사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언급된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습 중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교사의 지시나 설명,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빨리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질문을 했을 때 빨리 정답을 알려달라고 요구하거나 화면으로 제시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고 밑줄만 그으며 끝나는 수업 태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보면 돌리거나 파블로프 실험의 개가 소리에 침을 흘리는 조건 반사와 같은 학생들의 학습 생활 태도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떠오르게 합니다.
TV, 모바일, 인터넷을 접하는 학생들의 나이가 어릴수록 더 빨리 그 세상에 매몰되어 삶의 방향을 고민해보지 않고 친구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는 분야나 전혀 모르는 타인들이 추종하는 직업을 동경하며 성장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들은말과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의 철학적 사고나 도덕적 판단 없이 다수의 결정이나 호응도에 따라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을 판단하게 됩니다.또 자신들의 미래 방향도 빠르게 상승하는 조회수나 라이킷 수의 콘텐츠를 따르는 것이 경제적 이득이라고 판단하고 추종하는 경향을 띄게됩니다.
2m + 2m = 400cm
위는 초등학교 2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수학 길이재기 관련 내용입니다. (만약 지금까지 이 답에 대해 고민하였고 다른 답을 찾아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학교에서는 이 부분을 단순 암기가 아닌 다양한 활동을 통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자칫 무의미하고 단순 암기로 빠르게 익힐 수 있는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내용을 활동으로 느리게 배우는 이유는 몸소 겪어 익히고 이렇게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실제 생활에서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함입니다.
현대 사회는 많은 지식과 능력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어리고 젊은 세대일수록 사회가 그들에게요구하는 능력과 수준은 어마어마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진정으로 바라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빠르게 익히고 단기간에 수준을 높여 우리 사회에 합류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까요?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은 세상이 원하는 답을 빨리 찾아 제시하고 그것을 따라가야 하는 스피드게임의 세상이 아닐 것입니다. 빠르고 변화무쌍하게 우리를 자극하는 것을 쫓는 것보다 어디에서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어야 할 우리조차도 이에 대해 때때로 어리석은 판단을 합니다. 옳고 그름, 필요와 불필요를 따지기보다는 현재 재미와 자극, 흥미, 호기심, 개인의 이득 등을 더 중요시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실수는 우리보다 어린 학생들의 잘못된 성장을 부추기고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습니다.이렇게 성장한 학생들이 합류할 우리 사회의 모습이 가야 할 방향을 잃은 채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방황하는 종이배가 되지는 않을지 염려가 됩니다.
이 글은 리처드 파인만의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2000>와 만프레드 슈피처의 <디지털치매, 2013>를 읽고 쓴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