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가짜사나이 2기의 1화가 업로드 되었다. 업로드되자마자 인기급상승영상 1위에 등극한 후 이틀이 지난 현재에는 조회수 1000만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그 인기가 단발성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4일 업로드 된 2화는 업로드 3시간 만에 조회수 113만을 돌파하였다. 가짜사나이 1기에 이어 2기가 그 이상의 기록을 토하며 가짜사나이는 유튜브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2020년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콘텐츠로 자리잡게 되었다.
유튜브 콘텐츠의 영향력은 가짜사나이 이전에도심상치 않았다. 아득하게만 보이는 1000만 조회수의 영상이 몇몇 채널에서 심심치 않게 나왔으며, '워크맨'을 필두로 한 유튜브 웹 예능 또한 가짜사나이 못지않은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피지컬갤러리와 가짜사나이의 성공은 그 괘를 달리한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그 이전의 유튜브가 이뤘던 성공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가짜사나이의 성공은 큰 의미를 가진다.과연 가짜사나이의 성공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오늘은 가짜사나이의 성공이 가지는 특수성을 살펴보자.
1. 런타임 31분. 조회수 1300만
유튜브 시장엔 절대적인 법칙이 있다. 많은 조회수를 원한다면 영상은 짧고, 편집 속도는 빠를수록 좋다. 많은 유튜버들에게 영상 길이 10분을 넘기는 것은 마치 라면을 3분 넘게 끓이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거기다 런타임이 조금이라도 길어질라치면 최대한으로 타이트한 컷 편집과 동시에 센스 있는 자막과 효과음을 이용한 장면 전환은 필수였다. 그렇기에 워크맨, 와썹맨과 같은 웹 예능이 스타플레이어를 기용하고 수많은 제작진을 투입하면서도 영상길이를 10분 내외로 맞춘 것이다
워크맨의법칙. 런타임은 절대 15분을 넘기지 않ㄴ... 왜 16분 짜리가 있지...?
그러나 그런 트렌드는 결국 양날의 검이다. 영상의 길이는 내용과 비례한다. 결국 길이가 짧다는 것은 깊이 있는 내용을 담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런 영상이 성공한다는 것은 결국 소비자가 깊이 잇는 영상을 소화할 수 있는 집중력이 없음을 의미한다. 조회수는 중요하지 않다지만 결국 영상의 영향력과 수익은 조회수와 시청시간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많은 유튜브 콘텐츠들이 점차 자극적인 소재와 정신없는 연출, 그리고 짧은 런타임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러한 사실은 유튜브 시장이 가진 한계점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그런 불문율을 박살을 낸 것이 바로 가짜사나이이다, 당신은 런타임 30분이 넘는 영상이, 그것도 단순한 컷 편집과 자막 작업이 전부인 영상이 천만 조회수라는 메가 히트를 기록하는 것을 보았는가?
가짜사나이1기의 평균런타임은 30분이 넘는다. 제작진들 RIP
적어도 필자는 없다. 그만큼 가짜사나이의 기록은 전례가 없는 기록이다. 제 아무리 긴 호흡의 영상이라도 재미와 의미만 있다면 시청자들은 언제든 봐줄 수 있는 준비가 돼있었음을 가짜사나이는 증명했다. 영상의 성공을 위해선 짧은 런타임과 편집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소재와 메시지, 연출이 훨씬 더 중요함을 가짜사나이를 통해 알 수 있게 되었다.
2. 평범한 재활운동 채널이 가짜사나이 채널이 된 사연
7일 수요일 피갤에 '등통증마사지, 정말 시원...!'이라는 영상이 뜬금없이 올라왔다.
뭐야? 가짜사나이 채널에 왜 마사지 영상... 아 여기 피지컬 갤러리지 참..?
하지만 초창기 구독자들은 알고 있다. 그것이 피지컬 갤러리의 근본임을. 그렇다. 놀랍게도 피지컬 갤러리는 재활운동정보영상을 올리는 채널로 시작했다. 매일 10분씩 이 스트레칭만 하라는 영상을 50개쯤 올리며 매일 500분 동안 스트레칭을 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게 만든 채널이, 이제는 탑급유튜버들을 모조리 불러 개고생을 시키는 초대형 유튜브 채널로 변모한 것이다.
식당으로 치면 백반집에서 최고급 한정식집으로 업그레이드된 피갤.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데엔 오너캐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세계관을 확장해나간 김계란의 기획력에 있다. 김계란의 기획력은 대단하다. 헬창의 삶, 달려라 김계란, 걸어서 쇠계속으로, 구해줘 몸즈 등. '운동'이라는 카테고리 속에서 그의 콘텐츠는 한계가 없었다. 그리고 피갤은 결국 '우리 아이가 말라졌어요'라는 역대급 콘텐츠를 기획하게 된다.
전설의 시작
140kg 공혁준의 다이어트를 돕는 콘텐츠인 '우리 아니가 말라졌어요'는 피지컬 갤러리의 정체성과 메시지, 그리고 진정성까지 모두 사로잡은 걸작이다. 모두가 당연하게 실패할 거라 예상한 나태함의 상징과도 같은 공혁준과 불가능은 없는 UDT 출신의 미친 수행능력을 가진 전문가 김계란의 만남은 그 자체로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피갤의 세계관이 무한히 확장되면서 동시에 단단해진 것이다. 공혁준을 더 악랄하게 괴롭혀 뿌리부터 바꾸고 싶어 했던 김계란. 가짜사나이의 기획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3. 스타플레이어는 없다. 팀플레이만이 있을 뿐
2번에서 말했듯 피지컬 갤러리의 스타는 김계란이었다. 그렇기에 가짜사나이도 몇몇 유명한 유튜버들을 불러 모아놓고 김계란을 중심으로 도움만 주는 교관진을 짠 뒤 예능 형식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 편이 제작하기도 쉬우면서 동시에 성공들 보장하는 제작 방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계란은 자신의 스타성을 과감히 내려놓는다. 그리고 자신의 자부심인 UDT Seal의 진정성을 살리기 위해 무사트팀을 섭외한다.
가짜사나이 속 김계란은 교관 중 한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아니, 오히려 그의 분량은 다른 교관 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섭외한 훈련생 중 김재원, 꽈뚜룹 등 또한 스타플레이어 역할을 충분히 맡을 수 있는 유튜버들이었다. 하지만 무사트 정신 앞에서 그딴 것 있을 수 없었다. 그런 짓을 했다간 인성 문제 있냐는 소리를 들을태니깐. 지금까지의 유튜브 콘텐츠의 성공은 곧 개인 유튜버의 성공이었다. 모든 개인 플레이어들이 스타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유튜브의 매력이기도 하였고. 또한 점차 기존의 셀럽들이 유튜브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스타플레이어의 존재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하지만 가짜사니이에는 스타플레이어가 없다. 오직 무사트 교관과 훈련생들이라는 팀플레이만이 있었을 뿐. 물론 스타가 된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특히나 이근 대위의 현재 행보는 스타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그의 스타성은 오로지 교관의 역할에 충실했기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가짜사나이의 성공은 이근 대위만의 것이 아니다. 에이전트H, 로건, 야전삽짱재, 따규, 베이식, 공혁준, 가브리엘, 꽈뚜룹, 김재원 모두의 몫이었다. 그것은 모두가 교육에 충실하며 한 팀으로 존재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결국 팀플레이라는 진정성이 스타플레이어의 역할을 압도한 것이다.
4. 은 개인주의야
미안하다. 그냥 한번 해보고 싶었다.
4. 그 자체로 너무도 훌륭하고 선명한 메시지
일개 유튜브 영상이 한 사람을 바꿀 수 있다면 믿겠는가? 놀랍게도 가짜사나이에는 그럴만한 힘이 충분히 있다. 가짜사나이가 가진 메시지와 의미에 대해선 다음 시간에 얘기해보겠다.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가짜사나이에 담긴 강력한 메시지 자체가 메가 히트의 원천이었다는 사실이다. 강력한 메시지는 밀도 있는 진정성에서부터 나온다. 그리고 가짜사나이가 가진 진정성의 밀도는 그 이전의 어떤 유튜브 영상도, 아니 어떤 공중파의 예능도, 심지어는 공중파의 다큐멘터리도 담을 수 없는 것이었다.
로건 교관님의 일침. 이런 메세지는 가짜사나이가 아니라면 그저 꼰대짓에 불과하다
호기심에 1화를 본 시청자들은 전에 느껴본 적 없는 강력한 진정성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홀린 듯 2화를 시청하게 된다. 그리고 참가자들의 심정을 듣기 위해 다시 리뷰 영상을 본다. 그러면서 나태해진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시청자 모두가 그런 메시지를 받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리고 그런 메시지를 받는다고 사람들이 달라질 거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필자는 본적 없던 고된 훈련과 훈련을 받는 교육생들의 자세를 보며 분명한 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고 이전보다 조금은 더 많은 용기와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꽤 많다는 건 댓글창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내용의 댓글이 정말 많다. 일개 유튜브영상이 누군가의 트리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댓글
5. 한국 유튜브 시장 전체를 아우르다
가짜사나이를 가장 알차고 재밌게 즐기는 법. 우선 영상을 정주행 한다. 그리고 댓글을 쭉 보면서 개드립을 즐기고, 감동적인 포인트와 웃긴 포인트를 집어가며 본다. 그다음 훈련생들이 개인 유튜브 채널에 찾아가 리뷰 영상을 보며 뒷이야기를 듣는다. 그러고 나면 훈련생들과 교관들 덕질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는 유튜브 세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헤어'나오지 못하는 건 우리 뿐이 아니다
가짜사나이는 피지컬 갤러리와 무사트라는 이름 아래에 1기 6명, 2기 14명 총 20명의 유튜버들과 이근, 에이전트h, 로건, 짱재 등 많은 udt 출신의 유튜버들을 출연시켰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들에게 모두 영상 소스를 조건 없이 제공한다! 리뷰 영상의 저작권료가 피지컬 갤리러측에 돌아가는지, 아니면 각 유튜버들에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황상 유튜버 측에 돌아가는 것 같다.) 사실 그것은 엄청난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영상을 모두에게 제공함으로써 가짜사나이의 성공은 모든 유튜버들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게임, 음악, 운동, 일상, 개그, 밀리터리 등 다양하게 흩어져있던 시청자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아라. 가짜사나이가 아니었다면 가브리엘이 베이식 채널에서 랩을 할 수 있었을까? 곽윤기가 홍구채널에 가서 먹방을 찍을 수 있었냐는 말이다
홍구와 곽윤기의 합장 장면. 이 무슨 저세상 조합이란 말인가
가짜사나이의 영향력은 공중파 이상이다. 절대 넘을 수 없는 상하관계처럼 존재했던 유튜브와 공중파의 관계가 가짜사나이로 비로소 역전된 것이다.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다양하게 퍼진 영향력 있는 유튜버들을 한대 모은대서 나온다. 그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 한 그 시너지 효과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