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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강인성 Feb 22. 2023

송강호 vs 최민식을 정확하게 답 내릴 수 있을까?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절대주의를 주장한다는 건

이제 3번 4번 명제를 살펴보죠.

3. [좋은 배우들의 연기는 스타일의 차이이지 실력의 차이가 아니다]

4. [좋은 연기의 기준은 모두가 다르기에 절대적으로 무엇이 좋은 연기인지는 판단 할 수 없다]

3번 명제 역시 연기상대주의의 입장이라 할 수 있겠네요. 맞습니다. 실력의 차이가 아닌 스타일의 차이라는 주장은 연기상대주의의 강력한 논증이죠. 실제로 극상위의 실력을 가진 배우들의 연기는 호불호의 문제로 그 차이가 나뉘는 편입니다. 명배우들의 실력은 모두가 인정하죠. 그러나 각자의 취향은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연기스타일의 차이에서 기반된 취향차이는 절대적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요소입니다. 

그러나 이 명제는 치명적인 반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명제는 애초에 '좋은 연기'에 대해서 인정하는 명제입니다. 그 좋음은 누가 정했나요? 그 좋음마저 상대적입니까? 그 좋음마저 취향의 문제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3번 명제는 극상의 실력을 가진 배우와 그저 그런 실력의 배우간의 차이는 절대적임을 전제하에 만들어진 명제입니다. 상대주의 입장의 명제가 절대주의 입장의 명제를 통해 이루어진셈이죠. 모순입니다. 모순된 명제를 논증으로 받아들일수는 없죠.

뿐만 아니라 저는 스타일의 차이에서도 분명히 우열을 가릴 수 있다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걸 하지 않는 이유는 그걸 안하는게 낫기 때문이죠. 우열을 가리는 행위가 존중과 배려가 없는 행동이니까요. 누가 감히 최민식 배우와 송강호 배우의 우열을 가리겠습니까. 둘 다 잘하는데 스타일의 차이가 날 뿐입니다라고 하는게 이 사회를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만약 누군가 양과 질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예를 들면 이런식이죠. 일반 관객 10000명과 영화평론가 100명이 각 잡고 두 배우의 모든 필모그래피에 연기 점수를 매기는 것 입니다. 이런 방식으로도 누가 더 좋은 연기를 하는지 판단 할 수 없다 생각하시나요?

다음 4번 명제. 이 명제가 어떻게 보면 연기상대주의를 증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명제인듯 합니다. 좋은 연기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떠오르는대로 적어보죠. 발성, 발음, 화술, 표정, 몸짓, 신체동작, 표현력, 노래, 춤, 액션, 비쥬얼, 캐릭터 이해력, 장르 이해력, 상대배우와의 호흡 등등등. 당장 떠오르는대로만 적어봐도 이 정도네요. 이 모든걸 판단하여 누가 더 연기를 잘하는지 판단한다는 건 몹시 굉장히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거기다 진짜 문제는 모두가 중요하다 생각하는 요소가 서로 다르다는거죠. 누군가에겐 발성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누군가는 잘생긴게 제일 중요할 수도 있는 일 입니다. 다양한 기준에 다양한 관점 사이에서 절대적으로 좋은 연기를 판단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러나 정말로요, 그게 정말 불가능하다 생각하나요? 불가능 한 것과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절대적으로 좋은 연기란 없다와 절대적으로 좋은 연기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하늘과 땅 차이예요. 이 두가지를 같다고 여기는 건 몹시 곤란합니다. 제가 봤을 땐 몹시 어려운 일이라는 건 동의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없다고 할 수는 없어요. 플라톤의 이데아와 칸트의 인식론까지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누군가의 연기에서 절대적인 좋음을 찾아 낼 수 있습니다. 

물론 동의합니다. 절대적인 좋음을 찾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건 다양성을 존중하고 독단주의에 빠지지 않는 것이죠.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달려들며 "이 절대적인 좋음도 못 찾는 놈아. 당연히 황정민의 연기가 하정우보다 좋지. 니가 플라톤의 이데아와 칸트 인식론을 알아? 모든 기준에서 한번 채점 매겨봐?!" 라고 하는 사람은 연기절대주의가가 아니라 그냥 미친놈이니까 상대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절대적인 좋음은 있지만 그걸 아는 건 정말 정말 어렵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저도, 배우친구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틀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언제나 회의적인 방식으로 생각하고 상대의 의견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제가 친구의 의견에 끊임없이 반박한 이유는 이제 그게 지겹기 때문입니다. 상대주의를 논하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에도 어느 정도가 있지요. 제가 지겨운 건 스스로 좋지 못한 연기를 하며 다양성의 존중을 외치는거나, 절대적으로 좋지 못한 연기를 보며 나는 저걸 좋다고 생각하니 존중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정말이지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논쟁하고 싶어집니다. 단호하게 그건 아니라 생각해요. 그런 맥락이라면 배우는 스스로 단련하고 수련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절대적으로 좋은 연기에 대한 고민과 추구를 해야만 배우들이 스스로 그것을 찾아나가려 노력할 것 입니다. 

정리해보죠. 제목에서 조금 어그로를 끌었습니다. 최민식 vs 송강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상대적이니까요. 그러나 이 두 배우가 비슷한 레벨로 절대적으로 좋은 연기에 다다른 사람이라는 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또한 존중이니 다양성이니 다 집어치우고 우열을 판단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입니다. 이정도면 충분한 것 같아요. 다른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논쟁은 저의 즐거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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