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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비카 카페인 May 20. 2018

33살에 돌아본 23살

2018.05.20

21살에 친구와 사주카페에서 본 22살은 동굴에 들어 간 시기라고 했다. 평화롭고 지루한 시골이라고 불리는 캐나다에서도 외진 동쪽 해안 끝에서 22살을 보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23살이 되어 한국에 돌아왔을 때 가슴에 장래 희망직업을 하나 품고 왔다. 신문방송학이라는 전공을 살리되 방송분야가 아닌 방송 인프라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었고 방송통신위원회가 그에 걸맞은 곳으로 보였다. 


돌이켜 보면 내가 만약 방통위를 갔다고 하더라도 내가 꿈꾸던 일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실제로 정책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이 방통위에 취직한다고 갑자기 생기지 않을 터이다. 방통위는 원래 독립기관 같은 역할이라 사무직 직원을 따로 뽑았지만 그즈음에 바뀐 정권에서 방통위를 대통령 산하 기관으로 바꿨다. 이는 곧 공무원이 되거나 언론 분야에서 유력인사가 되어야 입사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아마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공공기관이라고 해서 반드시 공무원이어야 입사할 수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내게는 정보가 부족했다. 어째서인지 내 주위에는 방통위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는 친구도 없었고 거기에 다니고 있는 사람도 알지 못했다. 10살 더 먹은 지금에야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갖은 수를 써서 방통위에 다니는 사람을 찾아냈겠지만 20대 초반에는 그런 수완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평생 생각하지도 않았던 공무원이 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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