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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재시작 2개월

'글로별 칭구들'과 함께 한 발씩 걷는 중

by 아라 Mar 21. 2025

‘엄마의 유산’과 지담님을 비롯한 ‘위대한 유산’팀을 만나면서 박사논문 써야 하는 시기에 논문은 뒤로 하고, 느닷없이 다시 시작하게 된 브런치 글쓰기. 이제 막 2개월이 되었다. 주 3일 발행을 두 달째 지켰다. 아주 작은 성취이지만 일단 만족한다. 짧고 굵게 쓰다가 장렬하게 전사한 3년 전의 어리석음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작정이다.

     

첫 며칠은 급 ‘삘’ 받아서 이틀 이상 거르지 않고 올려 보려다가 금방 내 깜냥을 알아차렸다. 매일 한 줄이라도 쓰되, 주 3회 브런치 글 발행으로 전환하였다.


아직 나는 햇병아리. 한 발 한 발 걸으며 걸음마를 배우듯 글을 쓰는 시기이다. 햇병아리가 갑자기 알을 낳을 수는 없는 법이다. 새싹에서 당장의 열매를 기대할 수 없는 법이다. 기어다니는 아기에게 뛰어가라고 할 수 없는 법이다. 나는 글쓰기에 있어 햇병아리고 아기이고 새싹이다.      


이번 한 달의 주요한 활동은 지담 작가님과 함께 하는 글쓰기 작가들이 각자 가능한 날짜에 맞추어 작은 글쓰기 소모임별로 나뉘어 글쓰기 수업을 해 나간 것이다. 자신이 쓴 글의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다른 이들의 글에 피드백을 주기도 하는 시간이었고 지담 작가님이 글쓰기의 과정, 글의 구성 등에 대한 의견을 전해 주기도 하였다.


나는 가능한 시간이 화/ 토였는데 토요일은 나 같은 직장인들 다수가 선호하는 시간일 것 같아 그날이 아니면 안 되는 다른 분들에게 양보하기로 마음먹었다.


‘안 하던 짓’도 하나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9년 넘게 근무하면서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새벽 출근. 매주 화요일이면 다섯 시 반에 일어나 별을 보며 출근했다. 지담 작가님처럼 나도 별에게 인사 한번 건네는 날이었다. 평일 중 가능한 시간이 하루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한 달의 과정에서 나는 내가 무얼 쓰고자 하는지도 모른 채 헤맸다. ㅎㅎㅎ 그래도 좋았다. 한 달을 헤매다가 이제야 다시 한번 시작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좋다.

      

신영복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붓글씨를 쓸 때 한 획의 실수는 그 다음 획으로 감싸고 한 자의 실수는 그 다음 자 또는 그 다음 다음 자로 보완합니다. 마찬가지로 한 행의 결함은 그 다음 행의 배려로 고쳐갑니다. 이렇게 하여 얻은 한 폭의 서예 작품은 실수와 사과와 결함과 보상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서로 의지하고 양보하며 감싸주는 다사로운 인정이 무르녹아 있습니다.”(주1)

    

문장도, 글도 마찬가지이겠지.

한 단어를 쓸 때의 실수는 그 다음 단어로 감싸고 한 문장의 실수는 그 다음 문장 또는 그 다음 다음 문장으로 보완할 수 있겠지. 한 문단의 결함은 그 다음 문단의 배려로 고쳐가야지. 이렇게 하여 얻은 하나의 글은 실수와 사과와 결함과 보상으로 점철되어 있겠지. 서로 의지하고 양보하며 감싸주는 문장들이 무르익은 글을 언젠가는 쓸 수 있겠지.      


'글로별 모임'은 토요일마다 《엄마의 유산》 스터디도 함께 하였다. 오성진 작가님의 제안이 있어 시작할 수 있었다. 몇 챕터를 정하여 함께 읽고 자신에게 인상깊었던 구절들을 나누었다. 각자 한 챕터를 정해 글의 구조를 분석해 함께 공유하였다. 그렇게 책을 내용으로 읽고 구조로 읽으며 두 번씩 읽는 중이다.


한 달 동안 어느새 너무나 소중해진 ‘글로별 칭구들’(주2)을 만났다. 

우리 화요반 모임은 근아 작가님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글로별 모임’이라는 이름을 지어 불렀다. 참여자 각각은 글로벌하게 모였고(두 분이 해외에 계시고 한 분은 곧 중국에 가신다), 글자 그대로 정말 ‘글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분들이었다.

      

내가 10년째 가늘고 길게 관계 맺고 매월 후원도 하는 단체가 있는데 이곳의 이름은 ‘피스모모’이다. 평화교육을 하는 단체인데 이 단체의 이름에 들어간 ‘모모’는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운다’는 뜻이다. 모모는 가르치지 않는 교육을 지향한다. ‘피스모모’에서 여러 배움을 함께 하면서 ‘모두가 모두에게 배우는’ 가치를 가진 모임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 곳에서 나에게 일방적 가르침보다 더 큰 깨달음이 일어났고 그런 배움을 통해 각자 배워야 할 것들 배우는 많은 이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글로별 모임이 바로 그런 모임이었다. ‘모두가 모두에게 배우는’ 모임이었다. 지담 작가님이 다른 글에 피드백을 줄 때도 배울 점, 잘 듣고 새겨야 할 것들이 많았다. 지담 작가님의 피드백은 뭐랄까, 일필휘지로 새로 글을 쓰는 것 같았달까. 각자가 쓴 글에 기초해, 아이디어와 구조를 더해 주기도 하고 진짜 쓰고 싶은 게 무엇인지 되묻기도 하였다. 더 풍성한 글이 재탄생할 수 있도록, 주제를 변환하거나 주제를 세분화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근아 작가님은 지담 작가님에게 먼저 코칭받아 글을 구성하고 수정해 나간 경험을 아낌없이 공유해 주었다. 함께 정한 숙제를 잊지 않도록 모임 날마다 공지해 주었다. 지담 작가님, 근아 작가님뿐 아니라, 러키승 작가님, 모카레몬 작가님, 오성진 작가님, 캐리소 작가님, 해보름 작가님 모두가 나에게는 스승이었다. 함께 한 모든 시간이 배움과 연결의 시간이었다.

      

글의 주제, 구성, 문체, 정서... 얼굴이 서로 다른 것과 같이 모든 것이 다른 서로의 글을 읽으며 서로의 다름을 발견하는 것이 즐거웠다. 조금 부끄럽지만 부족함을 드러내고 다른 작가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의미 있었다. 다른 분들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아름다움이 좋은 자극이 되고 성장의 매개가 되었다.      


내 브런치에는 ‘스무 살이 된 아이에게’ 쓰는 편지 외에는 모두 매거진 뿐이다. 나는 여전히 내가 쓰는 것들을 미리 구상하지도 못하고 브런치북을 구성해 써 나갈 자신이 없다. 브런치 글은 주 3회 발행하는데 매거진은 여러 개라, 중구남방으로 발행하는 글은 여러 개 매거진을 왔다 갔다 하며 일관성도 없다. 그럼에도 ‘칭구들’ 덕분에 두 달째 주 3회 뭐라도 쓰고 뭐라도 발행할 수 있었다. 이만큼 온 것도 감사한 일이다. 

          

우리는 저마다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스승입니다.
배우고 가르치는
사제(師弟)의 연쇄(連鎖)를 확인하는 것이 곧 자기(自己)의 발견입니다. (주3)     


25년 3월 21일: 글 62개(31개 + 새로 쓴 글 31개). 읽어주시는 분들 198명. 이제야 3년 전 쓴 글의 개수를 넘어서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브런치 재시작하며 쓴 글 ‘브런치를 다시 시작했다’

브런치 재시작 1개월차에 쓴 글 '브런치 재시작 1개월차'


※ 주1, 주3: 신영복, 《처음처럼》, 2007, 랜덤하우스.

※ 주2: ‘글로별 친구들’ 아니고 ‘글로별 칭구들’. 러키승 작가님이 단체대화방에서 이렇게 우리반 친구들을 호명한 후 서로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 표지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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