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옛 기억을 찾아서

by 아라온

드르륵, 교실문이 열렸다. ㅅ국민학교 6학년 7반은 복도의 맨 끝 교실이다. 다른 반과는 달리 교실 문은 하나고 그 문은 미닫이 문이다. 아침 학습*을 하느라 교실에 침묵이 가득할 때 그 문이 열렸다.

"누나, 도시락!"

3학년인 동생은 겁 없이 6학년 교실의 문을 박력 있게 열고 말했다. 도대체 부끄러움이라고는 눈곱만큼 없는 녀석이다. 조용했던 교실이 웅성거리고 몇몇 친구들은 웃었다.


문득 옛 기억이 떠오른다. 마치 영화처럼 한 씬(scene)으로 생생하게 그려진다. 어느 날은 길을 걷다가, 어느 날은 버스 안에서, 어느 날은 커피를 마시다가, 또 어느 날은 꿈에서 시간 여행을 한다. 기억은 너무도 생생해 그 시절이 마치 얼마 전의 일 같다. 인간의 뇌는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기에 대부분은 버려지고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장기기억장치에 남겨진다. 그곳에 저장된 옛 기억이 뇌가 편해졌을 때, 그러니까 멍해질 때 스르르 피어오르는 것이다.


장기기억장치에 남은 장면은 대게 좋은 것들이다. 인간은 좋은 것만 기억하려고 하기에 그때는 좋지 않았던 기억도 아름답게 각색이 되어 좋게 기억되기 마련이다. 배시시 웃음이 나거나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래서 기억을 좇기로 했다. 머릿속에서만 여행할 것이 아니라 실재를 보기로 결심했다. 기억을 남겨 준 곳에 가보고 그때의 기억을 더 생생히 남겨 보기로 말이다.


어릴 적 다니던 학교를 가보고 살던 집을 찾아가 보았다. 순전히 기억에 의존한 여정이었다. 찾아가는 길은 설렜고 기억 속 장소에 다시 서는 일은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시간을 거슬러 여행하는 듯했다.


가까이는 4년 전부터 멀게는 30년 전까지의 기억을 따라간다. 이제 타임머신을 탄다.


qDM_cjZh3FOEj_pXQ7Rpnxqmdvc.jpg

* 아침학습: 90년대 초반의 국민학생들의 1교시 시작은 9시부터였다. 하지만 8시 30분까지 학교에 가야만 했고 1교시가 시작하기 전까지 아침학습이라는 것을 했다. 담임선생님의 취향에 따라 공부하는 내용은 다른데 우리 반은 당시 '한자'를 공부하거나 어린이 신문에 매일 나오는 과목 문제를 공책에 쓰고 풀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