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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순 Jun 18. 2024

방황하는 젊음

산책하면서 들은 것

나는 대체 어디서부터

잃어버린 나의 젊음을 향해

소리 한 번 일렁여 놓고

앞을 걷다 다시 만난 젊음에게 안녕


어느 날에는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는 젊음을 향해

어른이 되는 그날에는 알아볼 수 있게

나의 날을 알려주길


아 나의 젊음은 뭔가

새롭지 않아 중요함도 모른 채

뭐 어떻게 살아지던

괴롭지 않으려 애써야 해 그거면 돼


손 닿으려 애써도 난 그게 안 돼

어르고 달래도 부족해져가는 마음

아직 어리고 나약한 게 나라는

철이 없는 마음이 나의 젊음이라 말해주렴


아 나의 젊음은 뭔가

무겁지 않아 가벼움도 모른 채

멍한 마음에 놓쳐가도

괴롭지 않으려 애써야 해 그거면 돼


손 닿으려 애써도 난 그게 안 돼

어르고 달래도 부족해져가는 마음

아직 어리고 나약한 게 나라는

철이 없는 마음이 나의 젊음이라 말해줘


난 아직도 어렴풋이 휘청이는

어린 젊음에다 들려오는 말을 담고

손잡으려 애써보는 나이지만

아직 어려버린 나의 청춘이라 말해주렴. 


- 최유리, <방황하는 젊음>




내가 가진 젊음이 그럴듯해 보인 날도 있을 거라고, 한 발짝 물러나 가정해본다. 


밀도가 높지 않은 부스러기 같은 날들이었다. 사랑에도, 증오에도 비장했던 적이 없다. 야심에 눈먼 적도, 대단한 역경에 부딪힌 적도 없는데 마음은 소모된다. 의미를 찾아본 적도 없으면서 의미가 없을까봐 무서워 반쯤 눈을 감고 살아간다.


가져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만개해 본 적도 없는데 이미 지고 있는 것 같다. 


'손잡으려 애써보는 나이지만/ 아직 어려버린 나의 청춘이라 말해주렴.'

화해하자고 손 내밀어 보는 '나'이지만, 으로 읽히기도, '나이'이지만, 으로 읽히기도 한다. 비긴어게인에 출연한 최유리는 이 노래를 부르기 전에 말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금이 그들의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한 번도 제대로 젊어보지 못했던 모두를 위로하는 말처럼 들린다.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이제 그러기에 너무 늦은 것 같아 왠지 억울하고, 가끔 쓸쓸해지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다. 언제 뜨거워져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떠밀려가고만 있던 우리. 


시간은 흐른다. 마음은 자꾸 닳아간다. 내 청춘은 아직 지나가지 않았으니 내일의 나에게는 오늘보다 조금 더 괴로운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괴로운 일에도 조금 덜 괴로워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꺼이 어리고 나약한 내 모습을 받아들이겠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덜 괴로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괴로운 일을 실컷 비웃고, 웃을 수 있는 순간에는 웃음을 참지 않겠다.  


그저 덜 괴롭자. 괴롭지 않기 위해 애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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