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아람 Dec 22. 2022

2022년 치열했던 한해를 돌아보며.

누리하우스 피봇팅 이야기 (2/3)

피봇팅 과정의 두번째 이야기 입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언급 했듯이 사업을 계속해야하는 이유를 명확히 발견하고 난 이후에는 고통스럽더라도 이 시기를 잘 겪어내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습니다. 멈추지 않고 계속 해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2022년을 시작했습니다. 


끊임없는 대화를 통한 미세조정


사업의 방향을 틀면서 가장 먼저 결정한 것은 모든 것을 멈추는 일이었습니다. 막 서비스를 론칭하고 매출도 나오던 시기여서 멈추는 결정이 무척 두렵긴 했지만, 계속 가다가는 조용히 사그라들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작은 희망만 가지고 계속 움직일 수는 없었습니다.


<누리하우스 초기 지표 분석 자료. 몇번을 분석해도 이 사업을 계속 이어갈 순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선, 우리가 가진 자원을 점검하였습니다. 시드 투자를 유치했고 정책 자금까지 마련을 해두어서 당장 영업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운영에 지장이 생기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하기까지 팀원을 내보내지 않고도 가능하겠다는 계산이 들었습니다.


명확한 방향을 잡는 데까지 한 달을 넘기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가진 자원과 기술, 인력으로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검토하고 또 검토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잘 할 수 있으면서 시장도 명확하고 앞으로 성장성도 보이는 것으로 사업 전환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집중한 것은 내부 커뮤니케이션이었죠. 가장 먼저 창립자들 간의 합의를 진행하였고, 내부 팀원들에게 솔직한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어느 정도 피봇팅의 방향을 정하고 시작된 대화였기에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동의 여부와 피봇팅 기간 내 발생할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 과정의 참여 여부를 묻는 대화가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탈자도 일부 생겼지만 당연하고 건강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투자자에게 이 사실을 공유해야 했습니다. 시드 투자자의 특성상 사업성보다는 팀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셨기에 피봇팅의 배경과 이유에 대해서 반대하시는 분들은 없었으나, 투자자분들의 믿음을 느낄수록 더 잘 해야겠다는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이 모든 일이 2022년 1월 동안 이루어졌습니다. 주요 참여자들의 동의를 얻었고 방향이 정해졌으니 이제는 새로운 구상을 적용하고 달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우왕좌왕 하지 않고 뾰족하게


피봇팅을 진행하며 변치 않을 것과 변해도 되는 것의 기준을 정하고 움직였습니다. 누리하우스의 창립 목표인 “Korea To Global”의 비전은 절대 변치 말아야겠다고 더욱 강하게 마음먹었고, 회사가 존립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한다는 원칙 또한 더욱 강하게 다졌습니다. 그 외에 외형과 자존심, 경험에 의한 편견 등 불필요한 요소들은 철저히 배제하며 움직였습니다.


크로스보더 커머스 사업은 비록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누리라운지라는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에 대한 다음 계획이 구상 되어 있었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기본적인 개발 계획도 수립되어 있어서 해당 아이디어를 고도화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서비스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계산해 보니 못해도 6개월 정도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더군요. 이제부터 버티는 시기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앞에 두고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하루하루를 허투루 쓰면 안 되었습니다


<누리라운지 서비스에 대한 초기 기획 문서>


돈을 만들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했습니다. 지원금을 타거나 외주 영업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수익은 나지 않더라도 손실은 줄일 수 있었지요. 매출 지표만 놓고 본다면 직전 연도에 비해서 두 배 이상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점점 희망이 보였습니다. 서비스도 만족스럽게 나오기 시작했고요. 초기 유저들의 반응 또한 나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하려는 일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용기를 잃을 이유가 수십 가지가 생겼지만, 또 새롭게 용기 낼 수 있는 이유도 매일 만들어지고 있었지요.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드디어 베타 버전의 서비스가 출시되었습니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사도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지요. 조금 더 안정적인 서비스 안착을 위한 자금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습니다. 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져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와중에도, “누리 개인투자조합 1호” 결성 소식을 듣고 선뜻 투자를 결정해 준 고마운 분들도 계셨습니다. 런웨이가 3달도 남지 않은 시점, 기적적으로 투자금이 입금되었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한번 내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마음을 다졌습니다.


연말을 맞이하면서 지난 1년을 돌이켜보니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제대로 잠을 이뤄본 것이 언제인지 싶을 정도로 긴장하며 보낸 것 같아요. 이제는 정식 서비스 론칭을 코앞에 두고, 당장이라도 서비스 이용 하고 싶다는 고객분들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씀 드리며 내부 정비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희망적인 상황이지요.


우리는 더욱 강해졌습니다. 오랜 기간 고민하고 서비스를 오픈하는 만큼,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에 대한 확신 또한 생겼습니다. 공격적인 확장 계획도 수립되어 있고, 초기 제품 성공 이후에 더 멋진 그림에 대한 구상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섣부르게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번에 겪어온 피봇팅 과정은 누리하우스라는 회사가 몰입해야 하는 일로 안내받은 과정이었다고 해석하게 될 것 같아요.


우리는 드디어, 우리의 길을 찾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창업 직후 마주한 첫 시련, 피봇팅 결정의 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