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역직구 쇼핑몰(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운영에 관한 몇 가지 생각
작년 온라인 유통의 큰 화두 중에 직구/역직구라는 키워드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소수 유저들만 배대지(배송대행지)를 통해 즐기던 직구 문화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알리바바의 광군제 등, 해외 거대 온라인 쇼핑몰의 거대 프로모션을 일반인들까지 알고 활용할 정도로 활성화 되었다. 이런 분위기에 힙입어 한국의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고자 하는 여러 사업자들이 중국시장을 비롯한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빠르게 성장해나가고 있으며, 정부까지 나서서 온라인을 통한 해외 수출을 장려하겠다고 Kmall24등을 중심으로 여러 사업을 벌여나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세계 역직구 시장의 규모가 300조에 이른다고 하니, 크로스보더 커머스 (*직구든 역직구든 국경을 넘나드는 전자상거래 사업이기 때문에 Cross-boarder eCommerce 로 통칭)가 향후 더욱 활성화 될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이다. 지마켓, 11번가 등 국내 거대 온라인 커머스 업체들이 이미 역직구 몰을 오픈하여 활성화 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기반으로 한 크로스보더 커머스 산업이 어느 정도 까지 클 수 있을지는 이 업을 5년째 하고 있는 입장에서 우려되는 부분도 많고, 앞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기존의 사업자나 신규 진입하고자 하는 사업자들과 나누고 싶은 점들이 조금은 생겼다.
몇년 전에 비하면 정말이지 다양한 분들이 크로스보더 커머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을 하며 만나는 분들 모두 심심치 않게 "저도 해외향 커머스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라며 의견을 물어 오기도 하고, 소리소문 없이 아마존/이베이 등에 계정을 열어서 판매를 시도하는 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다.
2~3년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영역이지만, 아직도 이 분야에서 주도적인 사업자가 나오지 않은 상태고 언론에 노출되는 많은 회사들이 실제 성과보다 상당히 부풀려진 보도를 내보내고 있거나 중국향의 사업이 대부분의 포션을 차지하면서 중국의 정책적 변화에 너무나도 민감하는 등, 아직도 한국에서는 성숙한 산업으로 정착하지 못한 모습이다. (영국의 한 패션 회사가 크로스보터 커머스 모델로 이미 연 4조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에 비하면 국가차원으로 봐도 이 영역에서 한국은 아직도 많이 뒤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약간 우려되는 부분은 국내에서 커머스를 운영하는 분들에게 해외 커머스 컨설팅을 해주면서 아마존/이베이/Qoo10 등의 계정을 열도록 도와주고 판매를 도와주는 사업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자생할 수 있는 사업 규모를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이 대부분이라서 신규 사업자들이 개인/소규모 셀러 이상 커나가지 못하게 되는 사례도 많이 본다.
크로스보더 시장의 크기가 300조라고 하나 여기서 한국이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의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몇 년간 경험을 해보니 한국에서는 크로스보더 사업을 제대로 키워내기가 어려운 점들이 참 많았다.
위시컴퍼니는 다행히도 한국을 기반으로 크로스보더 커머스로 살아남아 성장해나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이 분야가 참 녹록치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여전히 고분 분투 중이고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을 베이스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하며 겪어온 몇 가지 배움들이 있었기에 공유해보자면,
이쪽 사업을 경험해보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이실 텐데, 국내에서 쇼핑몰이나 오픈마켓을 운영하던 방식으로 크로스보더 커머스를 생각하면 대부분이 실패한다. (주도적인 브랜드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경우는 다른 이슈).
왜냐하면, 크로스보더 커머스 시장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레 자리잡게된 규칙 같은 것들이 있는데 한국의 쇼핑몰 운영은 마치 갈라파고스처럼 상당히 독특한 구조를 지녀왔기 떄문에 양극 사이의 차이점이 상당히 크다. 구글을 활용하는 방식이나, Organic Traffic 을 관리하는 방법이나, 다양한 온라인 파트너들과의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최근에 더욱 고도화 되고 있는 Social Media 를 활용하는 방법 등이 국내와 많은 차이점을 지니다 보니, 한국에서 커머스를 운영하던 방식으로 이 영역에 접근해서는 답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이 부문의 차이점을 인식하고 글로벌 스텐다드에 맞게끔 사업 구조를 잡아가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여전히 많은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크로스보더 커머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제 물류 셔비스를 이용해야만 하는데, 로컬 커머스 사업에 비해서 물류비를 줄이기가 상당히 쉽지 않았다. 거의 로컬 커머스에 비해 4~5배에 달하는 물류비를 감안하여 BM을 짜야 하다보니 초반에 시행 착오를 많이 겪었다. 국가간 전자상거래 물량은 대부분 항공으로 처리를 하게 되는데, 한국은 지리적/인구적 특성으로 타 국가에 비해서 해당 부분의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보통 국가간 우편 물량은 수출입 물량과는 다르게 운영된다고 한다. 우편물을 국가간에 주고 받던 시절, 교류를 활성시키고자 국가간 우편 물량은 바터(Barter) 교환 형식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방식이 지금까지 운영되는고 있다고 한다. A국가에서 B국가로 오는 물량과, B국가에서 A국가로 오는 우편 물량을 비용 처리 없이 교환으로 진행하는 방식.
이러한 방식의 경우 물량을 많이 내보내는 국가나 사업자가 무조건 이득일 수 밖에 없다. 받은 물량을 국내에서 처리하는 것보다 국내에서 해외로 내보내는 물량이 많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한국의 경우는, 인구수가 우선적으로 작은 데다가 직구문화가 활성화 되면서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은 상당히 늘고 있는데, 한국에서 해외로 내보내는 물동량 자체가 크게 늘지 않다보니 물류 사업자들이 국내 크로스보더 사업자들에게 경쟁력 있는 물류 가격 구조를 제공해줄 수 없는 현실이다. (실제로 우체국의 EMS 배송비는 매년 오른다)
한국발 해외향 물류가 절대적으로 늘어야 물류비가 절감될 수 있는데, 당분간은 요원할 것으로 보여 다른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역직구 사업을 진행한다고 하면 체감상으로 80% 정도는 중국만을 바라보고 있다. 가까운 나라에 무섭게 소지가 진작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고, 한국의 부족한 내수를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기에 여론과 정부 정책, 그리고 기존 사업자들까지 모두 중국을 바라보며 단꿈을 꾸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부러울 정도로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한 사업자들이 많이 있기도 하지만, 중국만을 바라보며 역직구 사업을 키워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중국의 내수 생산 제품의 품질과 브랜드 파워, 그리고 가격경쟁력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과 중국 내에서의 한국사랑이 언제까지 이루어질지 모른다는 점이 결합되면 부정적인 예측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내수 제품으로 몰리는 순간, 중국만 바라보던 국내 사업자들은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다양한 국가로의 위험 분산이 필요한 시점인데도, 아직도 상당 사업자들은 중국만을 바라보는 것 같다.
또 한가지는, 이미 중국은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크로스보더 사업에서 한국보다 한참 앞서 나가고 있다. 알비바바의 미국 증시 상장이 상징적인데, 중국인들은 자국인들에게 너무나도 편리한 플랫폼을 사용해 전세계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또한, 어느 국가의 내수 시장이라도 뭉개버릴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지닌 제품들이 다수이다. 이런 제품들의 경우, 전통 방식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시장에까지 온라인으로 무섭게 침투해버린다. 또 하나는, 2번에서 설명한 물류 경쟁력인데, 중국발 해외 물동량이 어마어마하게 성장하고 있다보니, 물류비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제품도 싼데, 물류비도 싸니, 중국의 크로스보더 사업자들에게 한국 사업자가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본다.
우리는 이러한 이유로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접근을 취해왔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예정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추이를 봐야하고, 의존도를 높이지 않으며 대안을 마련해 놓아야 하는 시장이라는 생각은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크로스보더 커머스는 박리다매 혹은 규모의 경제를 노리며 사업을 발전시켜나가기에는 어려운 영역이다. 운영 비용 자체가 내수 커머스와는 차원이 다른데다가 (물류, C/S 이슈로 인해) 커머스 사업이 성숙해나가기 위해 걸리는 시간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크로스보더 커머스를 단순이 유통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싸게 공급하는 것으로 정의하며 전략을 세우다보면, 잘 팔리는 제품을 빠르게 소싱해서 판매하는 전략을 세울 수 밖에 없다. 국내 사업자분들의 경우, 해당 방법으로 성공해본 케이스가 많기 떄문에 이러한 접근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다수 보인다. 예를들면, 화장품 특정 브랜드의 특정 제품이 잘 팔리는 경우, 이 제품을 빠르게 소싱해서 최저가로 중국/미국의 커머스 플랫폼에 태우는 형식이다. 이런 경우에는, 사업자들간의 가격 경쟁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가 어려워진다.
해당 방식이 로컬 오픈마켓 등에서 충분히 먹히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관련한 능력은 한국 못지않게 중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의 커머스 사업자들도 뛰어나다. 같은 품질의 제품에 있어서 내수 제품이 가격적인 면에서 아시아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력을 갖기란 현재로서 쉽지 않은데도, 경쟁의 방식을 쉽사리 바꾸려 하지 않아 보인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사업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전히 해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단순히 가격이라는 변수 하나만으로 구매 결정을 하지 않는다. 충분한 가치를 만들어 낸다면, 1~2불 차이는 사실 무시해도 좋을 차이이다.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길게 쓰려던 글은 아니었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조금은 쌓여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이 사업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사실 누구도 모를 것이라 보인다. 다만, 크로스보더 사업이 계속해서 성장해나갈 것과,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사업자가 향후 유통 분야에서 큰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점점 더 강하게 든다.
여러 한계점 들이 있지만, 한국을 베이스로 크로스보더 커머스를 운영하고 성장시켜야만 하는 이유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을 기반으로 하는 커머스이기 때문에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제품과 브랜드를 개발해 해외 소비자들을 유치하고, 우리가 가진 고유한 특색을 기반으로 하여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 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려움이 많이 있겠지만, 좋은 제품과 브랜드를 개발하여,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오래도록 고객과의 신뢰를 쌓으며 성장해 나가는 것만이 식상하지만 정답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