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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Y Jun 02. 2022

첫걸음

별을 보며 걷다

오십이 넘어서 나는 세월의 통제를 잃었다. 

게다가 지난 2년은 집에서 일도 하고 휴식도 하다 보니, 파자마 차림으로 하루를 보냈다.

시간의 매듭이 없는 코로나 시대, 이 날이 그날, 그날이 이 날이 되어 나이만 날로 먹고 있다.


어릴 때 나이라는 건 삶에 안정감을 주는 인생 장치인 줄 알았다. 

열 살엔 몸도 마음도 가벼워 땅을 제대로 딛지도 않고 뛰어다녔다면,

스무 살엔 삶의 경험이 미천해 부끄러웠다.

마흔이 되고, 쉰이 되면, 땅의 중력이 내 몸에 끌어들여져, 당당한 삶의 무게가 아우라로 뿜어 나올 줄 알았다.  

허망하다, 몸만 비대해졌다. 부끄러움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언제나 되어야 

나의 나 됨이 편안해지고, 

꿈과 기대에 못 미치는 현실과의 괴리도 당당하게 받아들여질까.


늙으면 나아지려나... 슬쩍 기대를 지연해 본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늙어 기운이 빠지고 자기 방어조차 귀찮아 안팎이 단순해지면, 삶이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하는.


모른다, 그때는 어떻게 될지.

다만 오늘도 별을 보며 길을 걷는다, 

별은,

밤 길을 걷는 나를 설레게 한다.

나는 여전히 부끄럽고, 초라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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