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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Y Jun 03. 2022

겨울 아침

코카투 앵무새

캔버라는 밤새 서리가 내려서 춥고 습하다.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건조하고 창창하던 캔버라 겨울은 온데간데, 알래스카의 마일드 버전이 아닌가 싶다. 

따뜻한 커피를 들고 부엌 창가를 바라보다 코카투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 집에 오는 여러 앵무새 중 나의 총애를 받지 못하는 유일한 종류의 새다. 한 마리에게 먹이를 주면 수십 마리를 몰고 와 먹이 주는 자를 당황시키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의리가 으리으리하다. 크기는 거의 닭 만한데 우는 소리도, 조곤조곤 다른 새들 같지 않고, 돼지한테 배웠는지 멱따는 소리가 난다.

그 아이도, 그 두터운 깃털과 다른 새들을 압도하는 크기도, 별 소용없는지 따뜻한 커피를 들고 가벼운 옷을 입은 사람에게 관심을 가진다. 많이 추운 날이다. 

남편한테 브런치를 시작했는데 구독자가 하나도 없다고 연민을 자아낼 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친절한 남편은 곧 컴퓨터에 로그인하더니 내 글을 구독하려면 자기도 작가 지원을 해야 된다고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우리의 관계가 마음은 잘 맞는데 손발이 안 맞는다는 치명적 한계가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딸들은 '그게 뭐야' 묻지만 더 이상의 인포메이션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독립해 사는 둘째 딸도 키우는 바둑이와 함께 와서 오늘은 우리 집에서 일한다고 한다. 다섯 식구 오랜만에 완전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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