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형님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아, 물론 진짜 형님을 말할 때는 아주 가끔 형님이라고 한다. 내가 절대 쓰지 않는 경우는 형이 아닌데 형님이라고 하는 경우다.
형님이란 말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때론 나이가 적어도 가능한 사람들이 있다) 남자 영업 대상을 이를 때 쓰는 말이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한다. "형님, 앞으로 존경하겠습니다. 이번 사업건은 꼭 도와주세요" 아주 간혹 '형님' 소리를 들은 사람이 상대방을 '동생'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친형이랑 12살이나 차이가 나는데도 형님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형이라고 한다. 사촌/외사촌 형들도 나이 차이 상관없이 형님이라 하지 않고, 형이라고 한다. 대학교 동아리 선배들도 그렇다. 딱 거기까지.
이후에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형이나 형님이란 말이 안 나온다. 사회성이 썩 좋지 않아 사회에서 만난 사람 가운데 '형' 수준까지 친해진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때로는 상대에서 '이제 형이라고 불러라'라는 요청을 받은 적도 있다만, 술 취해서 한 두 번 불러 보다가도 너무 어색해서 다음 날이면 도로 원래의 호칭인 '사장님'이나 '부장님' (내가 상대방을 처음 만났을 때 상대방의 지위)을 부르게 된다.
어떤 사람은 만나자마자 바로 '형님'으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왜 그게 안 되는 걸까? 오랫동안 '을'회사의 사장으로 영업을 하면서, 그런 것이 바로바로 되는 사람들이 늘 부러웠다. '형'과 다르게 '형님'은 진짜 형보다는 조금 더 어려운 관계를 말한다. 그래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영업 대상과 빨리 친해지고 싶으면 나이를 확인한 후 둘의 수직적인 서열 관계를 확실하게 하면서도 친근함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된다. 동물들의 복종 표시와 비슷하다.
내 관점에서 더욱 경이로운 사람들은 만나자마자, 그것도 나이가 자기보다 어린 사람에게 '형님'을 하는 사람들이다. 사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영업에서 '형님'에 나이 따위가 전혀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의 '친근함'을 가미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역전된 나이 관계에서는 더 불편할 듯도 한데, 훈련된 사람들은 그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그리 불편해하지 않는 듯 보인다.
'형님'을 자유로 활용하는 사람을 비난한 적은 없다. 오히려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내 입에서는 안 나온다.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고... 나는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