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ing More, Stuart Diamond
지금까지 본 협상 관련 책들은 모두 찝찝했다. 그래, 몇 가지 기술로 좀 더 얻을 수 있겠지만, "인생을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강했다. 힘들게 사는 백화점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할인을 더 얻는 협상의 기술 따위로 나와 가까운 가족들이나 동료들, 사업의 파트너와 협상하고 싶지 않았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협상을 하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갈증이 있었다.
때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협상에서 늘 승리한다고 자만하지만 그 사람의 협상이라는 것이 뒤를 쫓아가 보면 항상 친구를, 동료를 잃는 결과인 걸 알 수 있다. 그 순간 이익을 더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인 관계에서는 그 거래뿐만 아니라 인생이 손실로 점철되는 것이 보여 너무 안타까웠다.
다른 사람과의 말싸움이나 논리 싸움에서 늘 이긴다고 느끼는 사람들... 정말 안타까운 경우이다. 그런 사람들은 결국 사람을 잃는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Getting More, Stuart Diamond)는 그런 면에서 좀 더 나은 책이다.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기' 같은 얄팍한 중수들의 기술보다 '상대방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기'같은 고수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기존의 협상 방법은 '나만 알고 있고 상대방은 몰랐으면.. '하는 협상 기술들이었다면, 그가 소개하는 방법은 양쪽 다 모두 알고 있으면 좋은 기술들이다.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인사이트는 이 점이다.
1. 협상은 모든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일이다. 나와 상대방이 특별한 행동, 감정, 판단, 인식을 하게 하는 과정이다. (놀랍도록 UX의 목표와 같다. 다만, 이 책에서는 '상대방'을 바꾼다고 했지만, 나는 '나와 상대방'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2. 그렇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다. (놀랍도록 UX의 목표와 같다)
3. 협상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모호하고 큰 덩어리를 잘게 나누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창조적인 대안을 찾는 과정이다. (놀랍도록 UX와 같다. 역시 책에는 '서로에게'는 없는데 내가 추가한 부분이다.)
물론 이 책에도 예의 그 찌질한 사례들이 잔뜩 들어 있다. 본인의 카드 연체로 받지 못 한 마일리지 혜택을 위해 머리를 굴리고 고객 상담원과 나의 시간을 써야 할까? 좀 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게 이익이 되는 (두 문장은 서로 달라 보여도 실은 같은 말이다) 협상 방법을 쓴 책은 없을까?
그래서 나도 협상에 관한 책을 하나 쓴다면 책 제목을 이렇게 하고 싶다. Getting More Tomo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