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 그런 꿈

by 관지

1월 12일


사람들이 죽음에 대면하기를 그토록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무상無常의 진리를 모르는 데 있다.

보통사람들 생각에 변화는 언제나 상실과 고통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변화가 닥치면 어떻게든 자기 자신을 마비시키려 한다. 영원불변함은 안정을 가져다주고 무상함은 그러지 못한다는 생각을 의심도 해보지 않고 고집스럽게 붙잡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무상함은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어떤 사람과 같다. 처음에는 서먹하고 어렵고 혼란스럽기까지 하지만 사귈수록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정하고 편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그런 사람.


소걀 린포체 <삶과 죽음에 관한 매일묵상 17쪽>




나는 죽음을 대면하기를 두려워하는가?

책임지고 돌봐야 할 대상이나 꼭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어떤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사실 죽어도 별 상관은 없다는 생각을 <연습>하고는 있다.


몇 해 전,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잘린 적이 있다. 그래도 나는 그곳에서 굳이 월세를 내가면서 몇 달을 더 살았다. 특별히 그곳이나 사람들에게 미련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이제 이곳을 떠나면 다시 올 이유가 없으니 일없이 객지에서 노는 여유를 즐기고 싶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나 둘, 하면서 그러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난 후, 그러니까 언제든 걸림없이 떠나도 될 준비를 모두 마치고도 나는 좀 더 그곳에 머물렀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돌아갈 곳이 있고 돌아갈 준비는 마쳤고 그래서 아무런 해야 할 일이 없는 상태로 하루하루를 맞이하는 그 가벼움.


그때 소원이 하나 생겼다.

내 죽음의 날도 이렇게 모든 떠날 준비를 마치고 하루하루 계획 없이 놀다가 갔으면 좋겠다고.


죽음이 생각보다 다정한 그런 사람 같다면 뭐, 이런 소원 하나 못 들어주겠어!

매거진의 이전글마음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