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뿐인지라

by 관지

4월 7일


붓다도 죽었다. 그분의 죽음은 어리석고 게으른 자기만족에 빠져있는 우리에게 충격을 줌으로써, 모든 것이 덧없고, 죽음은 살아있는 것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진실을 깨우치기 위한 것이었다.


붓다는 다가오는 당신의 죽음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든 발자국들 가운데서

코끼리 발자국이 가장 뛰어나다.

모든 명상들 가운데서

죽음에 대한 명상이 가장 뛰어나다.


소걀린포체<삶과 죽음에 관한 매일묵상 106쪽>





자식들이 다 커서 이제 내가 책임져야 할 대상이 없으니 죽어도 별 상관이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죽음이 오면 순순히 따라갈 것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억지로 데려간다면야 별 수 없겠지만 내 의사를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것 같다. 아직 죽을 준비 즉, 이 세상을 떠날 정리가 덜 되었기 때문이다.


몇 해 전부터 내 돈으로 물건을 사 들이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가진 게 많고, 비워야 할 것들이 넘쳐난다. 그러니 죽어도 상관없다는 것은 어쩌면 말 뿐이고 속내는 아직도 미련과 욕심과 게으름이 범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