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동이 난지라

헤롯의 어리석음

by 관지

본문 마태복음 2장 1-12

동방박사들이 별을 보고 오다가 예루살렘에 이르러

헤롯왕을 만나서 묻는다.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십니까"

그리고 헤롯왕의 반응은 "소동한지라"였다.

he was terrified.

그는 겁에 질리고 발칵 뒤집혔다.


그의 이런 반응은 곧 베들레헴과 그 주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으로 이어진다.


왜 그랬을까?

동방박사의 '유대인의 왕'이 화근이었다.


내가 유대인의 왕인데

나만 유대인의 왕인데

누가 감히?


사실 예수님은 정치적인 왕으로 오신 분이 아니다.

예수님은 헤롯의 왕권 따위 관심도 없으셨다.

하나님 나라의 왕으로 오신 것이고

누구를 지배하거나 군림하려 오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섬기고 희생하시려 오신 것이다.


그런데 혹시라도 내 자리를 노리고 뺏길까 싶어

그는 지레 겁을 먹었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려 막아보려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그리고 겁에 질린 헤롯은 결국 예수님을 막기는커녕

먼저 병이 들어 죽고 만다.


그런데 우리 안에는 이런 헤롯이 없을까?

혹시라도 누가 뭐 내 것 뺏으러 오나 전전긍긍하고 움켜쥐고

방어막을 치고 있지는 않을까?

솔직히 우리가 말씀대로 살지 못하고, 순종하지 못하는 이유 또한

이 헤롯과 같은 이유 때문은 아닐까.


요즘 새벽에 부르는 찬송가사가 참 좋아서 며칠을 계속 불렀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주님 강림하셔서

죄에 매인 백성들을 자유 얻게 하시네

주는 우리 소망이요 힘과 위로되시니

오래 기다리던 백성 많은 복을 받겠네.


죄로 상한 우리 맘을 은혜로써 고치고..."


주님은 우리에게 좋은 것들을 주시기 위해서 오셨다.

그러나 막상 우리의 신앙생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주님이 좁은 길이라고 하셨는데 그 이유는 우리에게도

헤롯처럼 지키고 놓지 않으려고

행여 손해 보고, 잃을까 겁먹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이겨내는 길이 신앙의 길이고

그런 자리에서 주님은 우리를 기다리신다.


내어주는 자리,

오리를 가자면 십리도 가 주는 자리가 주님이 계시는 자리다.


괜히 내 것을 지키려고 소동 부릴 것 없다.

본시 내 것도 아닌 것,

지키려고 움켜쥐어봐야 어차피 소동만 일으키고 날아간다.


덧,

헤롯은 아기 예수를 찾으면 자기도 경배하고 싶으니

알려달라고 동방박사에게 말한다.

그러나 동방박사들은 꿈에 그에게 가지 말라는 말을 듣고

패스해 버린다.


결국 아무리 입으로 그럴듯하게 떠들어봐야

하늘은 우리의 속을 이미 다 알고 계시거늘

괜히 입발린 소리 따위 안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