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구마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쩌다 있어도 제대로 다 못 먹고 썩어서 내버릴 때가 많았다.
우리 식구들도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1년에 한 상자는커녕 한 봉지도 헉헉거릴 정도였다.
솔직히 아예 한 번도 안 먹고 해를 넘길 때도 많았다.
그래서 처음, 섬에 들어와 농사지으신 고구마를 두 포대나 주셨을 때
나는 속으로 기겁을 했다.
'어쩌라고"
많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갖다놓쇼잉~ 내년 봄까지 먹을라믄." 하셔서
예 하고 받아왔다.
처음 숙제는 어떻게 하면 썩히지 않고 잘 보관할까, 였다.
그런데 고구마가 맛이 있었다.
해풍을 맞아 그런지 토양이 그런지 암튼 특별하게 맛이 있어서
곧잘 먹게 되었고 나는 가을에 받은 고구마를 다음 해 봄이 될 때까지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 먹었다.
물론 나만 먹은 건 아니고 나눠먹기도 했다.
박스를 다 비울 때는 오, 무슨 메달을 타는 것 마냥 해 냈다는 성취감이 뿜뿜거렸다.
그렇게 해마다 농사를 지으시고 해마다 고구마를 주셨는데 작년에는 멧돼지가 들어와
우리 먹을거리가 부족해졌다. 그래서 아예 기대도 안 했는데 어찌 또 주셨다.
사 먹으면 된다고 해도 나눠먹어야 한다고 기어이 주셔서 받아먹었다.
물론 예전보다는 적은 양이었지만.
그런데 지난 구정에 나갔을 때 친구를 만났는데 뜻밖에 고구마 한 상자를 주었다.
친구의 친구가 농사지은 건데 자기는 또 집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받아와서 잘 먹었다.
이제는 그 무거운 걸 섬에 굳이 들고 올 만큼 고구마 사랑이 찐해진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고구마도 두서너 개나 남아있는데
어제 아랫집에서 전화가 왔다.
"고구마가 좀 잘기는 잔데 갖다 먹을라요?"
"예" 하고 냉큼 가서 받아왔다.
일부러 크기가 굵은 것, 작은 것을 구별해서 주신다.
"크기가 골라야 쪄먹기가 좋제" 하시며...
이렇게 올해도 나는 봄이 되도록 고구마를
아주 잘 먹고 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