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밑줄 노트

오늘 하루도...

by 관지


핀레이는 하루를 예배로 시작했다.

어떤 집에든 거실 테이블 위에는

반드시 게일어 성서가 놓여 있었다.


아침이 되면

핀레이의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그중 한편을 읽어준 다음 무릎을 꿇고


"오늘 하루도

모두가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해 주소서."라는

말로 짧게 기도했다.


핀레이는 눈을 뜰 때마다

철썩철썩 해안가에 부딪치는 파도처럼

새로운 힘이 자신의 내부에서 밀려 나오는 것을 느꼈다.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오늘을 주시고..."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는

아버지의 기도문을 듣고 있으면

어제의 슬픔이나 근심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가타 게이코의 <세인트킬다 이야기> 72쪽





오늘 하루도

모두가 무사히 지낼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오늘을 주시고....


그리고

부모의 기도소리를 듣고 자라는 아이들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