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이자 소설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일기에서 동시대의 작가들이 보이지 않는 검열자들에 의해서
어떤 식으로 영향을 받는가에 대해 서술하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이러한 검열자에게 내부의 검열자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러한 검열자들은 우리의 내부 깊숙이 숨어있기 때문에 그들이 자신을 억제하고 방해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당신이 어떤 내용에 관해 쓰기를 주저하거나 생각의 어떤 요소들을 빼먹거나 완전히 글을 쓸 수 없는 상태에 있다는 것을 자각할 때 비로소 이러한 검열자들은 제 모습을 드러낸다.
울프는 <여성들에 대한 고백>이라는 제목의 한 에세이에서 자신의 내부의 검열자를 다음과 같은 여성의 형상으로 세밀히 그려냈다.
"그녀는 타인들에 대한 이해로 철철 넘쳤다.
그녀는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극도로 이타적이었다.
그녀는 가족생활이라는 그 어려운 기술을 요하는 생활에서 아주 뛰어난 적응능력을 갖고 있었다.
식탁 위에 닭고기가 있다면 그녀는 냉큼 다리를 집어 들었다.
술이 있다면 그녀는 아예 술통 속에 들어가 앉았다.
요컨대 그녀는 자기 나름의 생각이나 욕구 같은 걸 전혀 갖고 있지 않아 어디서나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녀는 자기의 고유한 생각이나 갈망을 갖기보다는 타인들의 생각이나 갈망을 이해하는 편을 훨씬 좋아했다.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이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순수했다.
그리고 내가 글을 쓰려고 할 때면 내 원고지 위에는 그녀의 그림자가 떨어지곤 했다.
나는 그녀의 치맛자락이 방안을 휘젓고 다니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내 뒤로 살며시 다가와 내게 속삭이곤 했다.
타인들에게 연민을 가져라, 부드러워져라. 남들에게 맞춰라. 기만해라.
여성의 모든 술수와 책략을 동원하라.
네가 네 나름의 생각을 가졌다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순수해져라 등등
그리고 그녀는 내 펜을 자기 뜻대로 움직였다.
이제 나는 내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내 행위에 대해 기록하려 한다.
나는 그녀에게 돌아서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나는 온 힘을 다해 그녀를 목 졸라 죽여 버렸다.
만일 내가 고소를 당해서 법정에 서게 된다면
나는 내 이런 행위가 정당방위였다고 변명할 것이다.
만일 내가 그녀를 죽여 버리지 않았다면 그녀가 나를 죽였으리라."
트리스턴 레이너의 <창조적인 삶을 위한 명상의 일기언어>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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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검열자.
나 또한 매번 이 내 안의 검열자에 걸려 머뭇거리고 비틀거린다.
발행버튼을 누르기까지...
요즘은 브런치에 열심을 냈더니, 할 게 그것 밖에 없냐고 핀잔을 준다.
하면 한다고... 안 하면 안 한다고... 지랄이다.
그런데 또 한편 생각하면 어찌 이 내부 검열자가 글 쓰는 일에만 국한된 것이랴
내 삶 전반에 걸쳐 나를 간섭하고, 제한하고, 판단하고, 구속하는
그 모든 사고의 장치들.
그것들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져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될 날은 언제쯤일까.
그가 죽든지 내가 죽든지 타협은 없다.
" 만일 내가 그녀를 죽여 버리지 않았다면 그녀가 나를 죽였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