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안하다

by 관지

의료사고로 1년 넘게 병원에 계시던 아버지가

오늘 낼, 위중하시다며

그녀가 물었다.


" 우리 아버지 돌아가시면 지옥 가실까요?"

"아니, 아니야. 좋은 데 가실 거야. 착하게, 남에게 해 안 끼치고 사셨잖아."

" 그렇지요? 다행이다."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울음을 터트린다.

도대체 천국과 지옥이 뭐길래.


거지 나사로와 부자 이야기가 떠오른다.

부자는 거지 나사로를 외면했기에 지옥에 있었다. 그는 이 세상에 사는 날동안 좋은 것은 다 저를 위해 써버린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우리를 위하는 자 (막 9;40)라고도.. 하셨다.


그녀의 아버지는 교회를 다니지는 않으셨어도

아내와 딸이 교회 다니는 걸 반대하지 않으셨다.

오랫동안 가족이 신앙생활 하는 것을 지켜보셨고, 딸이 교회 다니는 사윗감을 데려왔을 때도 환영하셨고, 교회 다니는 사돈과도 친구처럼 속을 트고 잘 지내셨다.


또 우리 아버지는 교회를 안 다니실 때도

늘 엄마를 차로 데려다주셨고

교회에 뭐가 필요하다면 다 도와주셨고,

나중에는 교회를 다니셨지만

목사님이 순하고 착한, 부목사를 구박하다가

내쫓는 걸 보고는 교회를 그만 다니셨다.


나는 아버지에게 그래도 교회는 다니셔야 한다고 말씀드리지 못했다.

그건 나름의 목사의 부당함에 대한 자신의 표현이셨기에... 그 또한 신앙의 표현 아니던가.


아버지가 교회를 중간에 그만두셨다고 하나님이

넌 천국 오지 말라고 문 닫으실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또 그런 곳이 천국이라면 간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교회가 저 좋을 대로 예수 이름 팔고,

천국 사용권을 입맛대로 행사해서 억지로 교회 오게 만들고, 또 교회 안 다니면 지옥 간다고 두려움에 떨게 해서 미안하다.


미. 안. 하. 다.



매거진의 이전글어느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