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그가 남긴 희망

ㅡ 16년 전 서거하신 날 썼던.

by Asteria

여행지에서 비보를 듣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던 기억이 납니다.


그림자도 따라갈 수 없는 인간이

봉하에 가서 가증스러운 눈물 쇼를 하고

노통을 입에 올리는 것을 보며 분노가...

노무현님 서거 하셨을 때 그 슬픔,

아니 그 정신을 발끝이라도 이해하려나..


16년 전에 썼던 글인데

덕분에 다시 꺼내보네요.


※※※※※


대통령 노무현에게 반감을 가지든 긍정을 하든

내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건 각자의 입장과 생각이 판단 내릴 영역이니까.


나는 5공 청문회 이후

노무현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지지하였다.

명확히 핵심을 찌르고 들어가는 이지,

절대적 권력 앞에 두려워하지 않고

서슴없이 당당하게 맞서는 태도,

뜨거움이 넘쳐나던 정의에 대한 확신.

그릇된 권위와 질서에 맞서 날리던 그의 촌철살인에

나는 전율했었다.


그러나 나는 노무현을 선택하지 않았다.

나는 진심으로 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길 바랐다.

학력 지상주의 사회에서 요구하는

정식 계단을 밟지 않은 이가

권좌에 오르는 것을 인정할 만큼

그 당시 우리나라의 국민 의식이

성숙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난 때문에 상고를 가고 대학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사시 합격 1000명 시대가 아니라

서울 법대를 나와도 힘든 판국에

더구나 독학으로 사법 고시를 합격한 실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일정 루트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가차 없이 배척하는 한국의 경직과 폐쇄성은

그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발 낙선하고 차차기쯤,

조금이라도 더 존재 그 자체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때가 되면 출마하여

영광된 자리에서 맘껏 그의 이상을 펼치길 바랐다.


그러나 비극적 이게도 당선이 되었고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언론과 기존 질서 속의 권위,

기득권층들의 결속 속에서 그는

족쇄를 차고 경주에 임해야만 했다.

끊임없이 나타나는 장애물,

거침없이 질주해도 부족할 판에 첩첩산이 가로막아

좌절과 분노와 절망을 짊어지고 나아가야 했던 노무현.


그의 지나친 직설과

그 당시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정책과 판단으로

때로는 허탈감과 실망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가와 민족을 도탄에 빠뜨리고자

정치를 펼치고 정책을 추진하진 않았을 것 아닌가.

그의 인격은 누구처럼

개인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선 움직일 줄 모르는

올바른 외길 프로그램만이 입력된 사람이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독자적 움직임이 불가능한 약소국의 입장,

분단 상황, 복잡한 당면 과제들로 인해

이 땅에서는 어느 누가 지도자가 되어도

박수보다는 비난의 손길이 더 강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모든 면에 완전한 충족을 주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많은 것을

학력과 열등 의식을 결부시켜 비아냥거리기 바빴다.

그러나 인간 노무현의 올바른 신념과 정신까지

폄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자신들과 적나라하게 대비되는

그의 행보에 두려움과 모멸감을 느꼈을지도.

그래서 자기 개선이 아니라

노무현의 부정을 통해 자신을 합리화시키려 했을지도.


새옹지마..

대통령 당선은 결국 죽음을 불렀다.

그러나 히든카드를 던진 승부사 노무현의 마지막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는 갔어도 인간다운 세상을 꿈꿨던 그의 열망은

지금부터 아무도 짐작하지 못한

방법과 형태로 피어나게 될 것이다.


수 십년 앞서 국민 의식의 성장을 가져올 것이고

주체를 잃고 갈짓자 행보를 갖던 이들을 깨우쳐

질서를 잡고 똑바른 걸음을 하게 할 것이다.

어리석은 머리들은 강렬한 그의 카드를 통해

정의와 진정성과 실천적 삶의 가치를 인식하게 될 것이고

새로운 다짐으로 결집된 세력들은

먼바다의 너울처럼 서서히 이 사회를 변화시켜 갈 것이다.


성차별, 권위주의, 학력 지상주의,

망국병 지역 감정, 가진 자들만의 향유의 시대를,

인간이 중심이 아니라 배경과 조건이 주인되던

가치전도의 사회를 서서히 종식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다.


승부사의 위력적인 카드는

위정자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여 잠 못 들게 할 것이며

세치 혓바닥의 쉬운 놀림을 멈추게 할 것이다.

그릇된 방향으로 미친듯이 질주하던 한국 사회에

경건한 제동 장치로 우뚝 서서

국가와 민족의 새 길을 분명하게 제시하여 줄 것이다.


사람들은 어리석어 잃고 나서야 그 가치를 깨닫는다.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정의롭고 진실했던

한 인격의 죽음 앞에 당당한 슬픔을 보이려면

상실의 아픔에만 함몰되지 말고

그의 히든카드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아주 천천히 진행될지라도 그 폭발력은 무서울 것이다.

최후의 승자는 반드시

그와 동일한 가치와 세상을 지향한 자들이 될 수 있도록.


나는 '인간 노무현’ 이 이 세상에 실현하고자 했던

정신과 인간미와 그 순수한 열망을 높이 평가하고 사랑한다. 이젠 더이상 가슴 저려하고 비통해만 할 것이 아니라

고인이 이 땅에 실현하고자 한

그 혁혁하게 빛날 가치를 지켜나가도록

노력하는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다 잊어가는 사람이 아닌

깨어있는 실천자가 되기 위해.